후쿠시마에 산다 - 원전 제로를 향하는 사람들
신문 아카하타 사회부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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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을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그곳 주민들의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며 함께 연대할 방법을 찾는 자리라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 "니들보다 훨 잘사는 일본인들 걱정 말고 그런 일 하느니 밀양이나 강정에다 신경 쓰라고 일갈하고 싶네요."라는 글은 답답함에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항의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곳은 방사능에 눈감고 핵발전을 지지하는 보수단체가 아니었다. 한국사회의 흐름에 관심이 많고 연대활동도 적극적인 단체들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건을 들여오냐는 비난이 시작되었고 담당자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집중적으로 연락하자는 댓글까지 올라왔다.

 

 

 

이 책은 인터파크 같은 데에서 살 수 있는 책이 아니며,

후쿠시마 핵사고가 벌어진 이후 후쿠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기타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위의 인상깊은 구절은 후쿠시마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만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로컬푸드와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으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때로는 잘못 표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로 인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후쿠시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에코'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 (굳이 귀찮고 불편하게 설명회까지 들으러 가면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생협에서 그렇게 주장하니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방사능이 있는 물건은 위험하니 한국에 들여놓지 말자는 사람들. (그러면서 왜 박정희 정권에서 DDT를 쓸 땐 목숨을 걸고 항의전화를 하지 않았는가 의문이 들지만 하여튼 이것도 그러려니 하자.) 그 와중에서도 전혀 테마와 상관이 없는 애국심을 보이면서 일본인들의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들. 유니세프에게 왜 우리나라 애들은 안 돕고 세계애들을 돕냐고 항의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이들이 주도자인가 보다. 한마디로 가엽고 딱한 자들의 군상인 게 맞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생협은 굿즈를 팔 거라고 잘못 홍보한 조합원을 감싸주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생협의 과거에도 벌어졌었고 현재에서도 진행 중인 비리의 버젓한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애초에 누군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단도리를 확실하게 해서 그 조합원의 사과를 받아내던가, 아님 대신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데도 잘못된 정보에 대한 사과 한 마디도 없다는 데 그저 코웃음이 나온다. 그 당시 생협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말해 필리버스터가 취소되었을 때 페북에다가 공식적으로 더민주를 대신해서 사과했던 손혜원만도 못하다는 소리다. 틀린가? 생협의 불신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반감을 보이는 것 자체가 생협이 종교 단체에 가까운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무튼 난 이 책을 마냥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핵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미 핵발전소가 있는 이상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증거로 이 책을 인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불장난과 싸움구경이 재밌다고(...) 재난이 일어난 후에 피해를 입은 인간들과 그 재난을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인간들이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제일 흥미로웠다. 나는 이전에 핵에 대해서 미리 리뷰를 했는데, 로버트 융크의 원자력 제국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검색하기 짜증나는 너님들을 위한 주소: http://vasura135.blog.me/80181221592) 짧지만 그 안에 핵발전소가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요약본

 

1. 재난 이후의 세계, 후쿠시마 사람들 이야기

 


1. 공감 피로
- TV에서 24시간 지진, 쓰나미 피해 생중계
->많은 공감->피로
- 수도권 등 일본 전체가 패닉
- 전원공급장치가 멈춰서 폭발: 인재
ex/ 쓰리마일 원전, 체르노빌 원전
ex/ 위21재팬(정부의 무력 이상의 절대 평화 추구, 아시아 식민지들에게 반성) 리사이클숍: 거점, 커뮤니티의 장
- 당시 후쿠시마: '원전 안전신화' 정부 말 믿음->진상 알면서 불신감 커짐
: 85000명 강제 피난, 70000명 자발적 피난
: 쓰나미 피해자(한푼도 못받음)vs방사능 피해자(동경전력이 한 사람당 매달 10만 엔 지급)
2. 복구
- 장기적 전망, 관점 필요: 3.11(1차: 수도권까지 방사능 퍼짐) 다음 날 제1원전 폭발(2차: 후쿠시마 한정)->봉사자들 길이 차단됨->10월 가서 NPO법인 후쿠시마 지원, 사람과 문화 네트워크 설립
- 후쿠시마 고립화 정책: 피난<방사능 위험
- 기타: 방사능 측정실, 원전 재해정보센터들, 원전사고아동이재민지원법 만들려함.
- 전부가 시민 지원
3. 체르노빌 본보기
- 26년 후인 2012년 9월 체르노빌 방문
: 10마이크로시버트 측정=영원
: 서쪽으로부터 60킬로 떨어진 해님보육원의 모든 아이들이 복합장애 증상 보임(부모 피폭, 버섯과 나무열매 등을 섭취) ex/ 면역력 저하=다음 세대 영향
- 우크라이나의 원전 정책: 유럽 수출
4. 단체 활동지침
- 수도권과 연결시키기: 후쿠시마에서 전기 생산->수도권에서 소비했었음
- 아이들 구하기: 리프레시 하우스=5곳, 후쿠시마 가족들이 오도록 조치
: 규슈(안전지대) 보양사업=아동학대 방지
- 후쿠시마 사람들 목소리를 전하기=후쿠시마 (아이들) 집단 소개 재판
- 직접 지원: 오가닉 코튼 농사
=시민측정실에서 재배 과정마다 검사
5. 후쿠시마 인권선언
- 기본: 헌법의 국민들 생활권 보장

2. 후쿠시마 지역의 미래 만들기 프로젝트


1. 이와키 상황
- 후쿠시마와 35km 거리
- 동경의 오염도와 다름X: 북쪽으로 흘러간 방사능
2. 정부 불신
- 20킬로미터 권에서 피난 온 사람들 24000명
- 경계: 정부가 히로노마치, 나라하마치는 들어가도 된다고 주장(but 낮 동안만), 토미오카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을 바리케이드 해놓음(들어갈 수 없는 지역에 과거 거주했다면 배상금 10만원)
- 일하면 배상금X->이와키 원주민과의 대립
- 근처 주택 빌려 개별 분산
3. 이와키 커뮤니티 전력(태양광)
- 봉사자, 지역주민 함께: 탈원전 메시지
- 쓰나미로 전력 끊긴 상태에서 유용
- 피난민 가설주택에 수제 태양광 판넬 설치

3. 서울 질의응답


1. 후쿠시마에 오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가치관 충돌 문제: 방사능 피해 중 하나
2. 국회통과촉구 의원연맹
- 재해지원법: 가설주택=3년->10년
- 이재민 기본지원법 압박 중

4. 밀양 좌담회


1. 시기
- 2012년 1월 이치우 분신자결
->2013년 12월 유한숙 할아버지 음독 자살
: 후쿠시마는 밀양의 연장선
=후쿠시마 10기<신고리 원전 12기
2. 상황
- 전력을 도시로 보내려 765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마을 관통->주민 피해 극심(5명 중 4명 우울증 고위험군)
- 2014년 현재 9년째 투쟁: 13번째 공사 강행
3. 계획 정전
- 지역별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전기 끊음.
- 절약형 제품 유도: 원전 끊으면서 전기료 상승
4. 고리 1호기와의 공통점
- 비슷한 시기에 지어짐, 수명 연장

5. 원자력연구원에서 주거단지까지 1.2킬로미터 (대전)

 


1. 역사
- 2003년부터 핵연료주식회사 증설: 4개월 정도 1인 시위
: 우라늄 가공->전량 원자력발전소에 보냄
: 최근 제3공단 만들어 신규 12개 더 만들고 아랍에미리트에 기술, 핵연료 수출 계획
- 방사능폐기물관리공단: 정부, 병원, 산업체 폐기물 수집 보관하는 임시저장고
: 저장량 고리 원자력 다음으로 많음
- 2012년 총 17건 원자력발전소 사고
2. 우라늄 광산 개발
- 금산 옥천 지질대: 우라늄 매장지=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20% 수요 충당
- 대전시 동구 상소동 가장 많음
- 우라늄 채굴권: 외국, 한국 업체 50곳
- 대전 중심까지 거리 최단 1.3킬로미터
- 환경파괴: 우라늄 자체 문제, 황산 이용하여 채굴
3. 제염
- 주민들에게 지원금 주지 않으려 급하게 제염
- 산, 강은 불가: 비가 오면 그대로 쓸려 내려옴
- 아이들 출입이 허가됨: 피폭 기준을 정부가 정함
- 생활 인프라를 갖추어주지 않음
4. 생활
- 시골지역에 지원: 탈원전 운동=수도권
: 대전 유성 주민 10분의 1이 원자력시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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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 콜론타이·체트킨·레닌·트로츠키 저작선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외 지음, 정진희 엮음 / 책갈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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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우리와 관련된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는다면 그것은 그저 착각이거나 무지한 것입니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클라라 체트킨, 블라디미르 레닌, 레프 트로츠키.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영전에서라도 불러주고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점차 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생겨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한다. 30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 글 너무 힘들었다... 우선 가족들에게 들킬까봐 방구석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궁상을 떠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고, 한장 읽고 생각에 잠기고 또 한장 읽고 또 생각에 잠기고,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다가 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또 울고. 특히 어머니와의 대화가 너무 길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여기서 다시 거론하고 싶지도 않고 또 말하기도 힘들다. 이 몹쓸 놈의 감정이 너무 고양되어 내가 이런 말을 한 사실만 거론하겠다. "아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애도 낳지 않고. 나는 특히 딸을 낳을까봐 너무 무서워. 지금 이 시대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거나,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그 빌어먹을 난잡한 집단 다함께가 이 책을 편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이 책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보다 중반에 집어던져도 상관없다. 나도 여러가지 이유로 몇 번이나 그런 충동이 들었다. 특히 중대한 연설에서 자료준비가 항상 빈약한 트로츠키는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 마지막 <배반당한 혁명>의 한 귀절이 아니었더라면 증오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 여성이 일하기 가장 나쁜 나라 1위라고 한다. 근데 요즘에는 먹고 살려면 남녀 모두가 일해야 하고, 요새 남성들은 여성들의 '수익'을 따지기 시작하는데 자신들보다 더 벌면 안된다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지 않은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혼외아들의 양육비 지급을 거부했고, OT에서 여자 새내기를 성추행한 건국대 남학생이 장난같은 글씨체로 사과문을 적어서 그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그 여자 새내기에게 또 다른 깊은 상처를 줬다. 게다가 우리나라 진보 문인이라고 자청하는 유시민이 썰전 프로그램에서 "야당 의원들은 애나 보고" 같은 천하의 쌍놈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심지어 자막으로도 나왔다.) 구로의 자존심을 두 배로 높인다던 박영선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동성애법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차별엔 여성차별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머리가 다 어지럽다. 여자가 마트에 우는 애 한번 데려가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우는 애의 여자를 노려본다. 당연히 여자가 그 아이의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도 기가 찰 일이지만 대체 무슨 죽일 놈의 오지랖이 세기에 그 죄를 다 여자에게 뒤집어씌우고 비난하는가. 애가 좀 울 수도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왜 그 옆에 없는지는 생각 안 할까? 쇼핑도 굉장히 신경쓰이고 버거운 일인데 아이를 데려갈 때 잠깐 맡아줄 수 있는 시설이 왜 그 마트 안엔 없을까? 만일 마트가 아니라 백화점이고 그 안에 아이를 맡아줄 시설이 있다면 그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가내노예(이 단어가 선동이라는 인간은 그럼 어디서 얼마나 선동받은 남성일까?)는 시급 혹은 월급을 얼마나 받을까? 그 근처에 있는 애슐리는 아직도 여직원에게 무릎을 꿇고 고객의 주문 혹은 시중을 들라고 시킬까? 만약 그 회사의 사장 혹은 CEO가 여성이라면, 무한정현의 발전을 축하드리는 바이다. 그런데 아버지나 남편에게서 얼마나 뜯어먹고 아부를 했을까?

 역겹지만 과연 맞는 말이다. 여성은 여성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사랑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듯이 증오할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다. 예수님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다. 여성에게는 반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네 몸을 네 이웃과 같이 사랑하라. 아이를 낳는 과정은 몸이 약하거나 한 사람에게 끔찍하며 역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남자에게 폭력적인 말을 듣거나 맞는 건 모든 여성에게 괴로운 일이다. 그런 일을, 끊임없이 두려워하여 찍소리 못하고 당해왔던 나처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마라. 철저히 복수하고 응징하고 싸워달라. 나도 싸우겠다. 제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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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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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 이야기를 묻는 거야? 진실을 밝히는 게 두렵진 않아...... 나는 페페제였어. 그 말을 풀어보면 야전용 아내라는 말이지. 전장의 아내. 두번째 아내. 내연의 아내.

 

 

   

  

솔직히 말해서 이런거 만들고 기획하는 놈들은 빨리 디져서 지옥에나 가버렸음 좋겠다.

 

 김연수 소설가는 소설에서 간호병을 등장시킨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해야 남자들이 전장에 나가지 않을까요? 손과 발을 모두 잘라야 다시 전장에 나갈 생각을 안 할까요? 효과적인 방법이겠는데...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빨이다. 손과 발이 없으면 이빨로라도 인간을 공격할 생각을 하는 게 인간이다. 괜히 인육을 먹는 살인자가 등장하겠는가 말이다. 올해도 서코를 갔다. 꼭 밀리터리 코스프레가 등장한다. 시대를 타서 그런가 올해는 더욱 그런 인간들이 득시글한 것 같다. 여러가지 의문이 일었다. 첫째로, 나같은 여자가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하고 나가면(남자 옷으로) 반응이 어떨까. 둘째로, 갑자기 이곳에 폭탄이 떨어지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소설은 러시아와 독일의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남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죽어나가다 보니 여자가 전쟁에 투여되어야 했었다. 이 소설 속 진술에 의하면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먹을 게 없고 추운 데 입을 게 없어서 자원했다는 사람도 또한 등장한다. 그들은 사랑할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땅바닥에 널려있던 독일인의 시체 중 사랑했던 독일인을 발견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던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공산주의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이 독일군에게 고문을 당하고 나서 풀려나니 스탈린에 의해 감옥에 갇힌 여자의 진술은 너무나 한스럽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열심히 생각을 했다. 그들의 변명과 거짓말에서 그들이 모두, 실은 세탁병과 간호병과 의사까지 포함하여 모두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역력히 드러나 너무나 역겨웠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적국을 미워하고 있었고, 딱히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생각나는 게 이것밖에 없다. 아 이들은 죽으면 지옥에 가겠구나. 아 박근혜와 모든 위선자들을 죽일 듯이 미워하는 우리는 지옥에 가겠구나. 사람들을 이미 미워하게 되었으니 그 죄가 크구나. 만약 전쟁이 나면 무조건 최전선으로 가야겠구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참하게 죽어선 안 되겠구나. 어떻게든, 어떻게든 살아서 전쟁에 대한 진술도 하고 글도 써야겠구나......

 

 P.S 아아 남자들이여. 물론 가운뎃다리가 뜨거울 때 전쟁터에서 만난 여인은 한낯 노리개로 생각하겠지. 그래. 나도 그런 작자들은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이건 알아두게. 어차피 일상도 하나의 전쟁이며, 그 때 아무 대처를 할 줄 모르는 나약한 여성들보단 전우같은 여성이 훨씬 듬직하다는 사실을. 안 그러면 자네들의 삶은 벌써 지옥이 될 걸세. 나는 군대에서 여인을 버린 놈들은 쉽게 죽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오랫동안 고통스럽되 자신이 왜 고통스러운지도 깨닫지 못하다가 비참하게 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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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2-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링

갈매미르 2016-02-20 09:43   좋아요 0 | URL
노렸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2-20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 좀 아는군요. 아카링 다이스키 카와이이인겁니다
 
미제레레 문예중앙시선 34
김안 지음 / 문예중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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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나는 내가 복무하고 있는 이 쓰기가 마뜩지 않네. 언어 바깥에서 존재하는 몽상과 내가 복무하고 있는 쓰기와 쓰기라는 복무함에게 요구되는 윤리들이 맞부딪치는 것. 결절과 관계되어짐과 사람처럼 사는 것이 뒤엉키는 것. 과연 그 이상일까? 내가 자네를 본 것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비틀비틀 밤거리를 홀로 걷고 있었을 때였네. 자네는 흠뻑 젖은 작은 인형을 안고 있었지. 내가 자네의 팔을 붙잡았나? 아니면 자네가 내게 담배를 빌렸나?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네는 찬 바닥 위에 인형을 내려놓았고, 인형은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물이 되어 우리의 발밑으로 흘려들었고, 우리의 발은 젖어 들었고, 젖은 채로 우린 같이 긴 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났지. 귀에서 뚝뚝 물을 떨어뜨리면서. 그게 다네. 그리고 자네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나는 어디로 온 것일까? 요 근래 전집을 낸 소설가에게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자네의 인형을 꺼내더군. 그러고서 그는 술 한 잔을 비우고 담배를 피워 물더니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가 사라지는 소리를 흉내 내며 그가 놓고 간 자네의 인형을 들고 거리로 나섰지. 나는 나의 쓰기들이 바깥을 향해 열려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되뇌며, 간혹 집 앞에서 보던 새끼 고양이가 어느 날 다리 한쪽이 뭉개져버린 사실에 내가 얼마나 울었던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지. 나의 쓰기라는 것은 이 싸구려 멜랑콜리와 바늘 하나 들어가지 못할 만큼 굳어져버린 당대의 심장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중얼거렸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아내 몰래 바람을 피웠었어도, 책방에서 몰래 내 책을 훔쳤었어도 거대한 윤리 앞에서 나는 자유롭지 않은가. 딱딱한 밤 속을 부유하고 있는 수많은 사념들. 인형은 내가 걸으면 걸을수록 무거워졌다. 이 밤 나는 자네의 인형과 말없이 앉아 있네. 그리고 우리의 머리 위로 내가 복무하는 수많은 쓰기들이 붕붕거리네. 그것이 나의 사념인지 인형의 사념인지 쓰기의 사념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나의 쓰기가 완성되는 지점이 공중이라는 것이 마뜩지 않을 뿐이네. 왜 저 공중의 쓰기들이 물이 되어 내 귀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가? 자네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나는 어디로 온 것일까?

 

 

 

  

 

위의 메멘토 모리라는 시를 읽다가 이 그림이 생각나서 황급히 찾아내어 가져온 그림이다.

저작권이 문제된다면 사전에 댓글로 미리 알려주시길 바란다. 즉시 지우도록 하겠다.

 

 사실 길다란 시는 왠만하면 싫어하는 편이다. 읽기 불편하다는 요소도 조금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도 생각보다 짤막하며 함축미가 없다. 물론 서대경 시인처럼 기발한 무협 스토리같은 것들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얼마 없으며, 대부분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서대경 시인의 산문시 중에선 약간 지루하게 질질 끄는 듯한 투의 시도 있었다. 아마 그런 것들은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은 종류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김안의 시는 좀 특이한 경우이다. 천장에다가 자신의 몸을 매달아 놓고 교수대 밧줄을 세게 졸라 머리와 몸뚱아리를 분리시키질 않나, 눈알을 부수질 않나, 그런 점에선 카프카의 자학 정신을 투철하게 따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 카프카가 아니라고 해도 자살하거나 불우한 삶을 살았던 문학인들의 기질을 묘사한 것이리라. 사실 이 메멘토 모리에서 어느 정도는 그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게 아닐까, 멋대로 상상하고 있다. 

 

 

  

 

문화당 서점이라는 시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의외로 켄터베리 이야기를 사니 별로 살 것이 없어서 아쉬운 서점이었다.

두번째로 방문했었을 땐 어떤 아주머니가 자꾸만 자신의 책을 팔려고 하면서

돈이 얼마 안 나온다고 하니 검색창이 없어서 책을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주인에게 뻑뻑 성질을 내더라.

최근엔 근처에 알라딘 헌책방이 세워지면서 경영이 더욱 불안해지는 서점인데...

서점 직원으로서 남의 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저 옆에 오코노미야키 집이 맛있게 하는 집이라 한다.

 

 아무튼 이 김안이라는 시인은 마치 '성공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나처럼 안 하면 돼요.'라고 말하듯 집요하게 실패를 찾아다닌다. 책상 밑에서 거주하고, 글쓰기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면서 백지를 한참동안 공포에 질린 눈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정치를 증오하면서도 결국 요즘 정치계를 비난하면서 정치계에 빠져든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비판이 모호하게 전개되다보니 우리나라 NL파같은 인간들에게는 우파라고 욕먹고 새누리당같은 인간들에게는 비웃음을 받는가보다. 이야 ㅅㅂ 잠깐만. 이거 남의 말이 아닌 거 같은데? 그는 이런 세계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도 결국은 자신도 세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세상도 결국 자신같은 염세주의가 필요할 것이라 주장한다. '나는 건담 아니 사람이다', '니가 사람 새끼냐' 따위를 말하는 애새끼들 중에 제대로 사람같은 존재가 있는가? (대체 어떤 게 '일을 한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일을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라고 해서 그를 쓰레기라고 부를 자격이 당신에겐 있는가? 선한 사람은 진실로는 미친 게 아닐까? 광인은 어찌보면 이 공화국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특화된 인간이 아닐까? 얼마나 평범해야 악해질 수 있는가? 일요일에 출근할 필요가 없는 인간들은 대체 얼마나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짓뭉개온 것일까? 그의 시에서는 이런 물음을 수없이 던지고 있다. 나에게는 이미 너무나도 '일상적인' 질문이지만, 만약 과하게 희망에 찬 인간을 본다면 이 책을 선물로 주어도 좋을 것 같다. 가격도 8000원으로 저렴하다. 아마 어려워서 읽다 말고 집어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의미를 눈치챈다고 해도 마침 요새 최고의 유행을 누리고 있는 시집이기 때문에 선물한 사람에게 화내지는 못하고 일단 소장하지 않을까 싶다. 지가 만약 철이 들어서 세상의 모든 인류가 다 썩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면 놀라서 눈이 똥그래진 채로 다시 한 번 이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겠지. 나도 시 메멘토 모리정도는 생각날 때마다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P.S 무의식적으로 맞춤법 검사를 하다가 시를 고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관계되어짐'을 '관계됨'으로 고치고 나서, 내가 '되어짐'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의식하고 싫어하는지 깨닫고 깜짝 놀랐다. 분명 관계되어짐과 관계됨은 다른 말이다. 이게 소설에 쓰여 있다면 당장에 편집자가 수정할 것 같다만, 시에서는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듯하다. 플라톤이 싫어할 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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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19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ㅡ쁜 사람은 아닌 듯, 반가워요. *^

갈매미르 2016-02-19 23:11   좋아요 0 | URL
요새 시가 좋아요 ㅎㅎㅎ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6.1
포춘코리아 편집부 엮음 / 한국일보사(월간지)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파커 콘래드Parker Conrad
35세 제네피츠Zenefits

생산성 향상 팁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라. 이미 마신다면 양을 더 늘려라. 제네피츠에 오기 전까지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회사에서 보낸 첫 6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들이었다."


 

 

빨간 날이 끝나고 우리가 근무해야 할 날이 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모두들 커피마시고 힘냅시다. 

 

 최근 김무성이 나온 기사를 봤다. 왠지 나랑 똑같이 포춘코리아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나빴다. 아무튼 이번 호에서 세계의 선진국들이 죄다 최고령화가 될 날도 머지 않았으니 젊은 이민자들을 많이 끌어들여서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긴 했다. 마치 선진국에서 모자라는 인력을 후진국에서 끌여다 놓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민자들이 선진국에 도움이 되니 선진국들이 이민자들을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좋은 말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무성은 확실히 이 기사의 맥락을 잘못 짚었고 잘못 이용했다고 본다. 젊은 이민자들은 젊은 '조선족'이란 단어로 바꿔버렸고, 인력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우리나라 사람과의 결혼과 출산의 길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자칫하면 일제시대 때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행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조선족을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하게 하여 조선족의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인데... 조선족도 눈이 있지 ㅋㅋㅋ 어찌 우리나라의 대다수 꽉 막힌 사람들하고 결혼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심지어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반 정도도 여자던 남자던 상관없이 서로 딱히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역시 강제로 결혼시킬 생각인가?

 

 그리고 여기에 실린 기사에 대해서 지적 좀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울렛은 1990년대에 세워진 2001 아울렛이다. 상호명이 2001이라고 해서 2001년에 세웠구나 멋대로 해석했던가, 아님 인터넷에서 검색 좀 하다가 '패션계 중에서' 최초의 아울렛인 가산디지털단지의 마리오 아울렛만 보고 기자가 잘못 판단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기사 쓰면서 돈 쳐먹으면 곤란하지. 예전에 지스타에 관련해서도 프로그램이 개편되었는지 폐지되었는지의 여부도 안 보고 기사 막 올리던데, 당신들이 이러니 기레기 소리 듣는 거다. 내가 더이상 못 참아서 항의전화하여 폭발하기 전에 기사 제대로 좀 썼으면 좋겠다. 맨날 이렇게 기업홍보나 해대고, 오타는 기사 하나 당 하나 이상으로 나올 정도로 마구 쳐대고, 모든 글을 개판 오분 전으로 만들어 놓는데 대체 이렇게 똥을 싸질러놓고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다. 값이 15000원씩이나 된다는 게 개탄스럽다. 맥주를 최소 5병은 살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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