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레드 로드
모이라 영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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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주인공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드러내는 연희무쌍의 관우.

희망 시에서 안타깝게도 머리를 빡빡 밀리긴 했지만, 만약 머리를 다 길렀다면 이렇게 묶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음.

그리고 이 캐릭은 '흑발의 도적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은 반면,

소설 속 캐릭터는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둘 다 성질은 무지 급한 츤데레다...

 

 위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책이다. 이제 곧 <헝거게임>의 뒤를 이은 3부작으로서 뜰 예정이라 한다. 

 대략 내용은 쌍둥이 오빠 루가 왕에게 바쳐질 제물로 잡혀가게 되서, 여주인공과 막내 에미가 그를 구하러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평화롭게 숨어살던 가족에게 이변이 일어남으로서 그들은 비교적 평화롭던 산골생활을 접고 떠돌아다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산골처자 둘이 세상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결국 여주인공은 콜로세움의 전사로 팔려가게 되고, 에미는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위기상황에 맞닥뜨린 그들은 상황에 대처해 나가면서 서로를 이해해나가기 시작한다.

 솔직히 헝거게임과 비교해서 거론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캣니스가 인기있었던 이유는 전투능력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남을 이용할 수 있는 그 쿨한 성격때문도 있다. 그런데 이번의 여주인공은 세상 경험을 너무 몰라서 그런지,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뻣뻣하게 행동한다. 고마우면 솔직하게 고맙다고 말하지 답답하게스리 뭐 그렇게 뜸을 들이는지 -_- 덕분에 책만 쓸데없이 굵어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작품 중반에 등장하는 잭을 사랑하는 이유도 어영부영 운명으로 얼버무린다. 우리나라 아침드라마로도 충분하니까 거의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운명 드립은 그만 치시지요(...) 아무래도 잭이 이웃나라 왕자였습니다라는 결론이 현실로 이뤄질 것 같아서 안습이다. 1부로 충분했다. 2부, 3부는 굳이 읽지 않으려 생각 중이다.

 그러나 상당히 빨리 읽히기 때문에 킬링타임으로서는 괜찮은 소설이다.

 

 

남자주인공의 캐릭터를 적재적시에 잘 표현하는 빨간모자.

그냥 빨간모자가 아닌 BL 망상동화라는 책에서 나오는 빨간모자이다 ㅋㅋㅋ

굉장히 능글맞고 응큼한 성격으로 등장하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

그래도 얘 덕분에 점수가 3점은 먹히고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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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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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보고서 - 우주먼지에서 집먼지까지 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2
옌스 죈트겐 & 크누트 푈츠케 엮음, 강정민 옮김 / 자연과생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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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산업시설과 연소시설의 먼지 방출은 조치를 위한 1960년 이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 1990년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는 핵발전소의 폐쇄 영향이 가장 크다.- p. 145

 

 

이 보고서에서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거의 모든 이물질이 먼지라고 한다.

땀도 머리카락도 그리고 비듬도...

난 여지껏 숨만 쉬고 살아온 먼지 만드는 기계였단 말인가!!

 

 점수를 그렇게 후하게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이 외국저서일 때 본인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면은 주로 번역인데, 이 책에서는 그 번역이 너무나 참혹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했는데 왜 딴 나라 말 같은 거냐. 아무리 자연과 생태가 말을 어렵게 배배 꼬는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심지어 한글로 써 있는데 도저히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문장들이 있어서 암담했다고 할까... 아무리 독일어가 번역하기 힘들었다고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는 문장은 의역이라도 하시지 그랬어요(...)

 아무튼 내용은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먼지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해서 먼지가 현재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이유, 먼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영향, 유명인사들의 먼지와 관련된 명언, 그리고 먼지와 관련해서 해 볼 수 있는 소소한 실험까지 정리되어 있다. 유럽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먼지에 관해서 조사한 것들을 한 묶음으로 엮어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한 마디로 '먼지의 모든 것'으로 보면 되겠다.

 내용 중 하나를 밝혀보자면 요즘 사람들이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리는 이유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꽃가루가 변이되어서 생기는 것이라 추정된다고 한다. (결국엔 인간 자체가 오염;) 모든 알레르기는 옛날에는 '장미의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어떤 알레르기보다도 오래 전에 명성이 자자했나보다.

 

 

결국 이 책을 보면 움베르트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이라는 추리소설의 수수께끼가 절반쯤 밝혀지는 셈이다.

실제로 이 책 둘 다에서 도서관 먼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경향신문을 읽다가 서점이나 책방을 가기만 하면 배가 아프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봤는데,

아마도 책에 쌓인 먼지가 그 분의 복통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먼지가 해롭다는 이야기만 한 것도 아니다. 성층권 중에 날아다니는 먼지는 햇빛의 유해한 광선을 반사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근원적으로 먼지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뭐든지 과잉일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엔트로피와 정반대인 '엑트로피의 법칙'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불을 피울 때 증기기관차는 움직이고 에너지가 끊임없이 증가하지만(엔트로피), 반대로 굴뚝으로 빠져나오는 에너지도 있다는 이야기이다.(엑트로피) 그나마 이 책을 쓴 사람들은 저명한 과학자들이므로, 엑트로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 자세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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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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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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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달러짜리 지폐를 찔러주는 사람에게 바로 테이블을 내어준다는 표지판은 음식점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치기 권리를 파는 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져 낯설지 않은 관행이 되고 있다.- p. 37

 

 

돈하면 본인은 곧바로 이 캐릭터를 떠올린다.

슬레이어즈라는 만화 속에서 나오는 마법소녀 리나는 뭔가 엄청난 소녀이다.

좋게 말하면 세상 물정에 좀 밝은 애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어릴 때부터 돈독이 올랐다(...)

 

 

 그 만화를 친구랑 같이 보다가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리나는 왜 먹을 거랑 돈을 밝힐까?"

 "네녀석 만화 잘 보다가 왠 헛소리냐?"

 "이상하잖아. 먹을 건 나도 좋아하지만, 리나가 왜 돈을 좋아하는지는 이해가 안 가. 돈은 먹을 걸 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인데."

 "먹을 것 말고도 다른 것들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바보냐?"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우리끼리 나눴던 그 대화가 생각났다. 마이클 샌델은 나와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초등학생 시절의 내 질문에서 좀 더 심화되었을 뿐이다.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다.

 왜 우리는 돈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구입하려는 시도는 어떤 점에서 나쁜가? 그런 현상은 또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더불어 마이클 샌델은 몇몇 가치들을 돈으로 구입하지 않게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규정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토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새치기 할 권리는 애초에 있어서도 안되며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더더욱 공정치 못하다. 게다가 어린이집에 늦게 도착한 부모들에게 벌금을 매기면 양심의 가책이 사라져서 부모들이 도리어 더 늦게 도착하게 된다. 그는 공정성과 가치의 상실에 대해서 매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아쉬운 것 한 가지를 짚어보자면 이렇다. 첫째는 애초에 경제학에서는 받아들여지지 못할 논리를 경제학에 기초하여 설명했다는 사실이다. 아마 마이클 샌델은 경제윤리학에 자신의 이론을 추가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경제 원론학자들에 대한 반론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한 권의 책에 경제학과 윤리학을 동시에 넘나들었다. 결국 이 쪽에도 가지 못하고 저 쪽에도 가지 못한 채 문제 제기의 분야가 좀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본인은 일단 이것을 경제윤리학이라고 본다. 최소한 저자는 그 쪽을 의도했다고 본다.

 아무튼 저자의 말대로 애덤 스미스와 칼 맑스의 시대는 지났다. 마이클 샌델은 그들의 이론에 굴하지 않고, 지금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모든 것이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시작한 시대이다. 본인도 화폐경제엔 찬성하지만, 돈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월 1일날 가게 될 마이클 샌델 특별 강연회가 매우 기대된다. 그의 이론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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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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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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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낙타의 행성이고 우리는 침입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독자가 계속 이어서 써야 하는 시 中

 

 류시화의 시를 보았다. 확실히 불혹의 나이라서 그런지 지난 날을 회상하는 시가 많다. 무엇보다도 밖을 보는 것보다는 자신의 안을 성찰하는 시가 많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이런 시들을 좋아하게 된 것을 보면 나도 겉으론 25살로 보여도 안으로는 꽤나 늙었나보다.. ㅋ

 책마을이라는 리뷰카페에서 이 책을 받았다. 상자에서 처음 책을 꺼내들었을 때의 느낌은 언제나 새롭다. 유별나게도 이 책의 표지에서는 종이와 연필의 냄새가 났다. 손을 맞잡은 그림이 서로 겹쳐지는 느낌마저 정겹다. 마음이 왠지 편해진 듯한 느낌이다.

 어렸을 때 류시화의 시를 피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물론 그 땐 겉멋이 들어서 어려워보이는 시가 아니면 잘 안 봤던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시라기엔 너무 장황했다.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는지, 묘사는 온데간데 없고 어딘가 수다스러운 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그 예시였다고 할까. 하지만 이 세번째 시를 보니 어느정도 묘사력도 상승한 느낌이고, 무엇보다 시인 자신의 경험이 솔직하게 잘 우려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침묵 끝에 나온 짤막한 말 한마디는 애절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쉼보르스카의 시나 천상병의 시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시인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 쉼보르스카의 시는 꽤나 사회에 도전적인 시인데 류시화 씨가 그 분에 대한 시를 썼다는 게 왠지 나에게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본인은 전에 이 폴란드 시인의 시집을 보고 서평을 쓴 적이 있는데, 사이트는 http://vasura135.blog.me/80147004708에 있다. 그러고보니 쉼보르스카 씨도 류시화 씨 못지않게 언어를 좋아한다.)

 특히 <만약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세탁을 한다면>이라는 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전의 시에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던 유머감각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정치가들과 오염된 지구환경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는 쌈박한 발상이라니! 계속 살아계셔서 네번째 시집도 내셨으면 좋겠다. 2012년이 꽤나 재밌는 해라서 점점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될 때이긴 하지만... 류시화 시인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실 줄은?! 대단한 시집을 낚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김남조 시인의 축약성있는 시와 비교되서 이런 미사여구를 쓰는 건 아니다... 아마도?)

 

 

빨래하니 강은교의 <빨래 너는 여자>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난다.

빨래를 너는 정경, 특히 이불을 너는 정경은 꽤나 시원한 느낌이다.

이 시가 특히 그런 느낌이 강했다. 뭐랄까... 청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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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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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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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해. 기억해. 그들도 그것만은 나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어.- p. 486

 

 약간의 자학을 해 보겠다.

 살아가는 동안 수없는 상처와 이별을 겪었다. 지금도 그것들은 진행중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래 고등학생 때 쯤. 아무리 무릎꿇고 빌어도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겪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상처를 너무 많이 주었고, 그 사람은 나의 자존심을 짓밟아 부수어버렸다. 그 순간 이렇게 생각했었다.

 '차라리 이 고통을 더 겪지 않았으면.'

 나를 탓할 수도, 그 사람을 탓할 수도 없었다. 인간으로서 나의 마음이 너무나 나약해서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런 고통도 그리움도 절망도 부끄러움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지난날 느꼈던 쾌락과 기쁨의 추억마저 뼈에 사무쳐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을 돌처럼 굳게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을 계속 만난다면, 차라리 내 추악함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파렴치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무감각한 어른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비웃는다. 슬픈 내용의 책을 보더라도 혼자서 방 안에 콕 박힌 다음 소리를 죽여 운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을 때, 나는 그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비웃는 것 같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그럴 땐 일부러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다음, 자리를 벗어난다. 아무튼 자기 혐오를 숨기느라 급급해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숨겨버린 나는 사회에게 속수무책으로 휘둘린다. 미소짓는 얼굴 속 또다른 못난 나.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을 사회부적응자라 하겠지.

 하지만 이 책 속에선 그 사회부적응자들이 주류가 된다. 그들은 과학의 힘을 빌어 무감각한 어른이 된다. 그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차면 주사를 맞는 성년식을 겪어야 한다.

 그 세상 속에서도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있다. 속칭 델리아라는 병을 겪는 사람들이다. 우리말로는 사랑이라고 한다.

  

 

애인과의 저녁 데이트를 위해서 자신의 점심값을 포기한다.

단 하루의 만남을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약을 삼킨다.

사랑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다워보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이름은 delirium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섬망'이라고 번역된다. 무슨 일에나 과민반응을 보이게 되는 증상을 가리킨다. '치매'라는 증상하고도 동일시된다. 소설 속에서 델리아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벽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자살을 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주인공 레나는 일명 '자살생존자'이다. 어머니는 사랑이라는 표현이 금지된 세상 속에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것이다. 그녀는 그 충격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나머지, 한시라도 바삐 자신의 고통이 멎기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알렉스와 사랑에 빠진 이후 그녀는 자신이 선망했던 세상을 점점 등지게 된다. 감고 있던 한 쪽 눈을 뜨고 여태까지 보기를 거부했던 진실과 맞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양쪽 눈을 다 가진 물고기는, 외눈박이 천지인 물고기 사이에선 비정상적이다. 그 틈에선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이 책은 나에게 '천사금렵구'라는 책을 떠올리게 했다.

이 만화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세츠나와 사라는 남매관계이지만, 절절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사라가 죽자 세츠나는 현실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천국을 헤멘다.

결국 그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하늘에서 쟁취하게 된다.

 

 나에게도 현재 새로운 사랑이 생겼다. 딜러리엄이나 천사금렵구의 주인공과 같은 차별을 겪지는 않는다. 이성끼리의 사랑이고, 남매도 아니고, 어리지도 않다. 무엇보다 아직 이 세상에선 사랑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

 반대로, 그들과 같은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금단의 즐거움을 누리지는 못한다.

 가끔 금지된 사랑을 하는 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면, 사랑때문에 온갖 고통을 느끼며 고생하고 있는 이들은 화를 낼까?

 어른이 되면 다시는 청춘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그 때의 우리 사랑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그것을 느꼈다'라는 진실은 결코 변할 수 없다. 아무리 그 위에 담요를 덮어도 덮어도 사랑에서부터 뿜어나오는 빛은 너무도, 아플 정도로 찬란해서..

 어쩌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 다시 사랑을 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P.S 어떤 분은 이 책 줄거리를 듣고 <이퀄리브리엄>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 영화에서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자들을 말살하는 세계가 등장한다고 한다. 매트릭스에 도전하려고 했던 게 오링이었지만 그럭저럭 재밌다고 한다. 예산 부족때문에 후기가 안 나온 게 아쉬울 정도라나? 본인도 한 번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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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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