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 전3권 겨레고전문학선집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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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 도를 아는가?"
"그 무슨 말씀인지요?"
"도를 안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세. 도는 저 강시울에 있느니."
"그러면 누구나 먼저 언덕에 올라간다는 말씀인지요?"
"그런 말이 아닐세. 이 강물은 두 나라의 경계선으로서, 경계란 물이 아니면 시울이 될 것 아닌가? 도대체 천하 백성들이 법도를 지킨다는 것은 저 강물 시울 짬과 같은 것일세. 도를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저 물시울 짬에서 찾아야 될 것이네." - p. 30
 
   

  인상깊은 구절을 보면 어려워보인다고 불평하시겠지만, 이 구절은 두고두고 보고 깊이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기 위해 옮겨적은 것이다. 무지한 본인은 이 구절을 아무리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말들은 세세한 묘사와 치밀한 설명으로 인해 대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짐작이 간다. 말 위에서든 집 안에서든 항상 붓과 벼루를 챙겨 들고 청나라에서 보고 들은 것을 생생히 적었다고 듣긴 했지만, 여행동안 봤던 책이나 자신이 책에 직접 달아준 주석목록까지 빠짐없이 적은 걸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이 정도면 집요한 성격이라고까지 묘사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고등학교 수업에서 열하일기의 일부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책을 접하니 일단 그 두께에 압박감이 들고, 책을 펴보면 눈앞에 펼쳐보이는 듯한 청나라의 정경에 숨을 죽이고 읽게 된다. 박지원은 정말 보통 인재가 아니다. 시대를 앞질러서 생각하는 분이시다. 조선이 망한지 꽤 시간이 지난 이후이고, 그동안 수많은 역사학자들의 분석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어느정도 박지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째 이 분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도대체 연암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눈치이다. 아무래도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관습에 오랫동안 매여있으니 모를만도 하겠지. 연암도 그 사실을 알고 계신 것 같고. 답답해서 그저 헛웃음밖에 안 나오셨겠지. 그는 유리창을 마주할 때 진정한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벗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우울증과 예민함을 최대한 이용하되 그는 그 속에 휘말려들지 않으려는 무의식의 방어를 사용한다. 그의 글을 읽으며 추측하건대 아무래도 그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찾은 모양이다. '울어야 할 자리', 혹은 '울어야 할 때'라는 말이 요동반도에 도달할 때뿐만 아니라 여러 이야기 속에서 연속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신중함을 지닌 인물이었다.

 오랜만에 어린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호질>을 읽었는데, 느낌이 매우 새로웠다. 청나라의 벽돌가마와 우리나라 소나무가마를 비판할 때도 자원낭비에 대해 개탄한 것을 보면, 박지원은 환경주의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진보한 물질들을 선호하면서도 골동품을 살펴볼 줄 아는 안목이 있고, 그러면서도 환경을 생각한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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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추구 - 소란한 삶에 찾아온 의미 있는 변화
조지 프로흐니크 지음, 안기순 옮김 / 고즈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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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라는 소리를 계속 들으면 언젠가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대들지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비범한 사람으로, 더 고귀하고 풍부한 본성을 지닌 사람으로 대우하면 자발적으로 침묵을 지킬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레싱의 주장은, 현대 문화에서 침묵이 부족한 이유가 교육의 붕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p. 316  
   

 '옆집에서 소음이 나면 이어폰을 꽃고 시끄러운 음악을 최대치로 틀어놓고 잠든다'라는 사상을 가진 나에게 색다른 견해와 느낌을 가져다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곳에서 읽으면 더욱 인상이 깊어질 책이라고 미리 말해두어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완전한 침묵을 추구하기보다는, 현대 시대의 클럽 음악들과 기계소리에 파묻히는 소리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침묵보다는 소리에 대해 더 많이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책이었지만, 큰 소리를 내거나 욕이 섞인 꾸중과 체벌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개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인간마저 개가 된다.' 라는 은연 중의 메세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그러고보니 알고 지내는 사람 한 분이 옆에 붙어있는 공장의 극심한 소음때문에 고통받고 계셨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그 분께 이 책을 선물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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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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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교육 교수님이 수업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우리 아이를 일관성있게 양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그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나는 친구관계에 서툴러, 이제까지 개인이라는 껍질 안에 갖혀 세상을 보려들지도 않고 내 자신 속에 움츠려들어 있었다. 그 껍질을 깨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은 나의 꿈을 이루어내기 위해선 이대로 넋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책에 파묻혀 있다가 누군가가 부르면 빼꼼 고개를 내밀듯,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섞이려고 노력한지는 그 짧은 순간과 맞먹을 정도이다. 그렇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세상이 점점 팍팍해지고 가팔라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새로운 정보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려 들고, 부유한 자들이 자본으로 빈곤한 자의 먹을 것을 뺏는 것도 모잘라 그들의 의식까지 삼키려들고 있다. 이젠 일하는 주부들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도 세상이, 특히 정치가 돌아가는 형편을 전반적으로 알아야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이 점점 사회화되어가는 세상에서 현재 각종 양육정책들과 각종 교육기관들이 부모들의 눈을 현혹하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을 그 정책에, 그 기관에 속하게 하려면 부모들은 어김없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아니, 어떤 경우엔 목숨을 걸고 대출까지 해야 한다. 물론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경제력을 기초로 가늠할 수는 없는 법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가난한 부모에게나, 그 부모 밑에 있는 자식에게나 얼마나 슬픈 현실이겠는가!

 그러나 부모만큼은 아이를 위해서 감상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신념으로 확실히 가려내야 하며, 어떤 일에 처하더라도 무슨 정보들을 듣게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것이 소위 철학이고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메세지를 확실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얻은 신념이 아예 없거나 혹은 흔들리는 사람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겟는가? 나는 부모도 부모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성과 부성의 천성적 본능은 누구나 갖추고 있지만, 그것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면 차라리 부모가 없는 것만 못하다. 아이를 키우는 근본적 기반이 설령 기관이라고 해도, 그 기관에서 현명한 부모같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면 엇나가게 자랄 이유가 있는가? 물론 책에서는 정상적인 부모들이 겪을 수 있는, 언뜻 보기에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잘못들을 지적해주고 있다. 하지만 굉장히 민감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그 잘못들이 어떻게 비칠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잘못을 했다면 한시바삐 바로잡고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같은 어른들이 있는 사회생활에서는 잘 지켜지면서, 우리보다 약하고 작은 아이들에게는 잘 지켜지지 못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집안에선 체벌을 해야한다고 생각했

던 나로선 이 책을 읽고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핵심은 이런 글로 표현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아이는 흔들리는 부모를 보면서 더 크게 흔들린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식하는 행동에서 벗어나 이 책의 본문을 정독해보았다. 이 책에서는 아버지로서 가질 수 있는 문제점과 어머니로서 가질 수 있는 문제점으로 크게 나누어 행동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버지들은 사냥감만 집중해서 뒤쫓아야 했던 고대시절의 습관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지금도 하나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주의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전두엽이 발달하고 우반구 기능이 우세하여, 제 3의 입장을 취한 채 가족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평소엔 나서지 않다가 문제가 커지거나 훈육을 해야 할 때만 나타나서는 옛날 양육방식을 고집하기도 하고,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경계심과 가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억눌려있던 자신의 감정을 터뜨린 채 협박과 화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실수했다는 점, 자신이 모르는 구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화를 내고 나는 부모도 아니고, 남성도 아니므로 아버지에게는 두 배로 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아버지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내가 10대였을 때, 아버지는 40대였다. 때아닌 실직때문에 어머니가 일을 하고 아버지가 집에 있어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에서 소통을 안 하려 한다는 나이에 아버지는 10대 시절의 우리와 대화하려 부던히 노력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일하느라 회식하느라 새벽에 들어오셨던 날이 일상이었던 아버지는 우리가 아버지에게 대항하려 할 때마다 섭섭하고, 자신의 입장이 억울해서 결국 매를 들고 우리를 때리며 우는 경험을 하실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울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 난 그 때서야 어렴풋이 아버지가 괴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같이 울음을 터뜨리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 이와 관련된 글을 보니 아버지의 기분을 아주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때 좀 더 잘해드리면 좋았을 것을...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고 해야할까. 굳이 이런 사정이 아니더라도 가정적인 남편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이 책에서는 '아친남'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아이 친구 남편이라는 뜻이란다. 아이의 친구 남편은 이렇게 저렇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준다더라는 불평에서 나온 웃지 못할 유행어이다. 그밖에 아버지의 본능을 십분 사용하여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알려주고, 산후조리원과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을 택할 때 경제력은 잠시 고려사항에서 제쳐둔 채 가장 좋은 곳을 정하려 노력하고, 아내에게 솔직하게 경제상황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한다. 역시 내가 아무리 지난 일을 후회해봐야 소용없고, 처음에 잘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다주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 아빠들은 한창 돈을 최대한 벌려고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파악한 핵심적인 뜻을 이야기하자면, 이 글의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아빠가 커서도 자녀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말을 영영 듣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매를 든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름사랑이 내리사랑보다 못하고, 주는 만큼 받지 못하는 법이라 하더라도 아버지로서 자식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다면, 조용한 집안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물론 그 노력의 대부분은 어머니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세상이 남녀평등의 시대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집안의 분위기는 여자가 주도한다는 의견에 나는 적극 찬성한다. 천성적으로 타고나서 몸에서부터 뿌리박힌 본성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성들은 고대적부터 남자들이 사냥을 나간 후의 집을 돌보았고, 안정감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나는 그것이 여성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일은 나눌수록 좋은 법이기에, 남자들이 집안일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또한 현대 여성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아이와 남성들이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여성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또한 엄마들이 지니고 있을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글에서 보건데 불안은 여성들에게 특히 섬세하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듯하다. 불안은 생존에 위협이 발생하면 대처하도록 발생하여 몸에 변화가 생기도록 하는데, 어머니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끊임없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 본능은 여성들이 집안일에 필요한 여러가지 물건들을 창조하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에 대한 과잉개입으로 불안감을 표출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에게는 슈퍼키드로 키우려는 집착이 강하시지는 않으셨다. 자로 손가락을 맞는 것이 싫어서 피아노학원에 가기 싫다고 말했을 때 어머니는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주신 뒤 학원수강을 취소하셨다. 고등학교 때에도 학원을 다 끊은 뒤 EBS만 수강하겠다는 내 의견을 존중해서 남들 다 한다는 간자율수업을 취소하도록 배려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어린 시절 나에게 체벌을 심하게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실 때가 있으시다. 요새 양육에서 체벌을 부정하는 분위기가 있음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체벌은 한국가정의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최근 1990년대 이후로 옛날 시절의 체벌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그것이 인터넷 개통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글에 전문성이 얼마나 있는지 신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정보들의 근원은 서양에서 핵심만 짜집기되어 내려온 정보인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감정으로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끼고 실수를 겪으며 몸으로 직접 체득한 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어머니들은 아이와 관련된 일은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하고, 그 아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심을 품으며 과잉개입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책에선 실려있지 않지만, 내 생각으론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는 모성에 대한 인식이 이런 사태를 더욱 부추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그 해결점으로 자기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치게 완벽해지려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충고하며, 특히 워킹맘들에게 자기 개발과 일을 사랑함을 인정하라고 한다. 내 의견을 가미하자면, 나도 여성들이 모두 일종의 모성을 타고났음을 믿는다. 하지만 결국 모성에도 한계가 있고,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만들어진 모성>이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사회적 기제를 강요하여 어머니들에게 부담감과 죄책감을 안겨다주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사회에 아직 미숙한 아이들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조력자이기 때문에 협력해서 서로의 불안감을 상쇄해야 한다. 책에서처럼 불안감의 형태가 다르다면, 제 3자의 입장에서 그 불안감을 들여다보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각각 다르게 창조된 것도 바로 이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부모는 창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도 아니고 미래의 사회구성원들도 아니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떠나서 누구나 하나의 소우주가 있다. 아이들은 외부의 사회를 인식하며 자신의 내부에서 하나의 소우주를 창조해 나감으로서 대우주의 흐름과 공명해나간다. 아이는 가정이라는 집에서 보호를 받으며 부모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본다. 창문이 없는 방, 혹은 아예 창문도 방도 없는 곳에서 사람은 혼란을 일으킨다. 창문이 불안과 의심과 욕심때문에 때끼고 흐려져 있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창문으로 바깥을 들여다보며 아이는 세상이 지저분하고 혼돈에만 차 있는 곳이라 여길 것이다. 절벽에서 흐르는 꿀처럼 사회가 아무리 각박하다 하더라도 구석구석엔 감동과 희망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미래 나의 아이들이 나와 남편이라는 창문으로 인해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해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피해의식, 고집, 자기중심적 사고, 무력감, 무시, 화, 의존심 먼저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두고 잊지 않으려 되뇌어본다.

 책에는 테스트 2개가 같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의 경우에 불안도 체크는 26이었다. 불안이 있을 뿐 심하지는 않다는 사실에 그저 안도할 뿐이었다. 살면서 누구나 다 불안감은 내제되어 있지 않은가. 마음을 편하게 가진다면 불안감을 신중함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애착을 보는 그 다음 테스트 결과는 결과가 불안정 혼란애착으로 나왔다. 부모가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편안한 분위기의 가정을 조성하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아동학과의 수업을 들으면서 부모됨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의욕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인내심과 자기성찰 그리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불안정하기에 안정을 소중하게 느끼고 고요와 평화를 찾으려 노력한다. 서투르고 실수를 저지르기에 교훈을 금방 받아들이고 능숙해지려 노력한다. 나와 내 미래의 남편 그리고 자녀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교훈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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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1.9 - 거둠달호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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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타민 제품은 실제 몸에 도움을 줄 지, 줄 수 없을지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를 먹음으로서 오는 효과는 확실하죠. 비타민을 알약으로 섭취하는 것과 채소, 과일로 섭취하는 것은 비교가 안 됩니다. 그래서 올바른 식사가 필요한 거고요.- p. 36  
   

  사실 작은 것은 아름답다 8월호를 다 보고 후기를 쓸 때, 이미 9월이 되어가는 관계로 부득이 9월호 사진을 올려 후기를 써야 했었다. 덕분에 진짜 9월호 후기를 쓰려니 책이 없다 젠장... 북피니언 지수를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출판한 책 하나를 대신 올린다. 뭐 출판사가 똑같은 책이니 괜찮겠지. 암. 괜찮을거야ㅠㅠ

 처음부터 정현종 님의 시 구절들이 올려져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작은 것이 아름답다> 코너를 보면서 많은 작가들과 시인들의 인터뷰를 만나봤는데 이렇게 작품을 우려먹은 시인은 처음이라서 좀 멍했다. 뭐 그만큼 환경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특히 <깊은 흙>이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짐승스런 편리와 사람다운 불편'이라는 구절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짐승스럽다는 건 무엇일까? 사람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짐승이 사람보다 더 못하다는 증거가 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져봐도 짐승이나 사람이나 다 동물이 아닌가? 환경을 위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잡지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취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가장 인상깊은 시이면서도 가장 거리낌이 느껴지는 시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비타민에 대한 특집이었다. 솔직히 비타민에 대해서 건드린다면, 할 말이 없다. 그야말로 밝혀진 게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다복용하거나 치료약과 같이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 그리고 특히 오메가3와 관련된 알약은 새끼표범을 죽여야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본인은 먹지 않는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 어머니는 비타민을 강력 추천하는 의사들과 매스미디어의 말만 듣고 비타민제를 사먹이려 드니;;; 말 그대로 만날때마다 그 놈의 비타민 때문에 집안싸움이 날 형편이다. 속초에 내려가게 되면 이 책을 부모님께 보여주고 본인이 비타민제를 먹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몸은 평소에 자신이 책임지고 관리해야지, 비타민제에 의존해서는 해결될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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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태 2011.9
자연과생태 편집부 엮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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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인간만의 식량 창고가 아니듯이 멸치도 인간만이 즐기는 생선이 아니다. 그것이 생태계다.- p. 86  
   

 잠자리 유충이 있다는 사실은 있었지만 표지로 직접 보고나서는 컬쳐쇼크를 먹었다고 할까. 아마 표지처럼 저렇게 크지는 않을테지만, 어딜봐도 잠자리만한 생김새는 눈밖에 남아있지 않은 이 곤충이 그렇게 날씬하고 이쁜 잠자리가 된다니. 변태하는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변신과정을 세세히 보여줘서 그제야 실감이 갈 수 있었다. 사실 저 잠자리 유충의 생김새 때문에 우편함에서 자연과 생태 9월호를 받다가 흠칫했더랜다;;

 이번 호에서는 생물탐구나 설명보다는 실질적으로 채집과 수집에 들어가는 방법들이 적혀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GPS를 작동시키는 방법이라던가, 똥을 채집하는 세세한 비결이 적혀있어서 나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켜 준 책이었다. 전자는 기계치인 사람이 최신기기를 다루기 얼마나 힘겨워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찮고 힘들지만 열심히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히 설명해주시는 것만 봐도 이 코너를 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의 모습이 보였다. 후자에서 똥을 말리기 위해 전자렌지에 돌렸다가 터졌다는 글을 보고는 폭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 한창 먹으면서 보고 있었기에 식욕이 약간 떨어지긴 했었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들이 서서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는데, 본인은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한다. 자연과 생태를 다루는 잡지에서 동식물들이 자라날 공간을 우려하지 않으면 어디서 그 문제를 우려할 수 있단 말인가. '아파트'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철저히 이윤만 고려해서 만든 아파트'가 문제라는 마지막 코너도 인상적이었다.

 이전에 소소한 재미를 일으켰던 만화코너가 없어져서 허전하다는 단점만 빼면, 이번 호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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