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숲요일
김수나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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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좋아졌다면 그가 좋아하는 길을 함께 걸어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길로 다른 사람을 안내하는 것은 그 어떤 방법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다. 서로 좋아하는 길을 주고받으면 마음도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p. 92

 

 

  

솔직히 이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아, 물론 맞다. 숲과 산은 다르다. 그치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난 숲탐방과 자세한 정보를 기대하고 이 책을 본 것이지 사람들이 놀고 먹는 걸 보려고 이 책을 본 건 아니었다. 뭐랄까... 밭에서 농사하고 먹을 걸 잔뜩 지고 산에 가는 건 확실히 부러워보인다. 하지만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그냥 부르주아들의 사치스러운 놀이같았고 호사스러워보였다 ㅎㅎ 차는 그냥 끓여서 마시면 되는 거지 그렇게 꼭 티 클래스까지 다니면서 차를 끓여야 하나? 뭐 복잡한 절차가 있긴 하지만 그거야 다기 구해서 하루 잡고 제대로 배우면 되는거지. 작가 말대로 결혼도 안 했는데 그릇에 신경쓰는 것도 좀 그렇다. 물론 플라스틱이 안 좋으니 그릇 구할 땐 자기라거나 좀 비싼 걸 구해야 한다는 데에선 찬성한다. 그런데 꼭 그렇게 담양에서 다기를 구해오고 그래야 하나? 요즘 시대가 얼마나 좋은데 좀 저렴한 걸로도 얼마든지 튼튼하고 이쁜 그릇을 구할 수 있는데, 뭘 저렇게 생색을 내나 싶다. 그래도 솔잎차는.... 좀 부러웠다.

 아무튼 여러모로 나와 맞는 책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 휴식을 구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데, 그 휴식의 타입이 나하고 너무 다르다. 그 작가가 몸이 차갑다면 난 뜨거운 편이고, 그 작가가 산을 잘 못 올라간다면 난 완주하는 코스이다. 그렇지만 나하고 딱 하나 들어맞는 게 있다면, 도시 속에서 자연을 찾으려는 생각이다. 도시는 문명이고, 어차피 사방에 콘트리트가 쫙 깔린 이상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야 하는 신세이다. 그러나 도시 속에서도 자연이 더러 숨어있으며, 그것을 사람들이 누리고 즐겨야만 자연의 가치가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연을 즐기는 행위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완전히 다르다.) 이 책 끝엔 도심 속에 다닐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다 명코스같다. 특히 북촌 쪽 코스는 본인도 작가와 함께 추천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16000원짜리의 가치는 없는 것 같다... 뭐 이런 식의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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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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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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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들의 괴롭힘이 중단된 것은 아주 좁은 범위를 비추는 손전등 불빛과도 같았다. 그 불빛을 보았을 때 아쓰코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캄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불빛이 사라지면 자신은 다시 완전한 암흑 속에 빠진다. 그리고 불빛은 언제 꺼질지 모른다. - p. 59

 

 미치오 슈스케. 이름만 들어봤지만 정말 대단한 작가였다. 소설의 전개나 소재에서 매우 독특한 맛이 풍겨나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을 잡았는데도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술술 읽혀나가졌다. 그만큼 재미와 스릴이 느껴졌다. 마치 그가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순식간에 촥촥 찢듯이 벗겨서 내가 여태까지 벗어나지 못한 나의 과거를 드러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무난하게 친구도 사귀고 있고 경제력은 없지만 대가족들과 함께 평범한 시골 생활을 하는, 약간 빨리 철이 든 중학생 남자애가 있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학생 여자아이의 사연은 안타까우면서도 신선하다. 그녀는 바로 그가 약간은 동경하는, 특이함이 있는 여자애였던 것이다. 아버지와의 별거로 인해 어머니와 여동생을 따라 시골로 내려온 아쓰코 이야기이다. 그녀는 다른 데서 전학을 왔다는 이유로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아이들은 인간의 악한 본능에 솔직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으레 조그만 마을에서 그러하듯이, 그녀는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왕따를 당한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살해당할 위기를 느끼고, 스스로 자살계획을 꾸미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다. 어쨌던 인간은 고통을 싫어하며, 살고 싶어하는 게 본성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녀의 본성을 거스르게 하며 죽어야 더 편할 것 같은 기분으로 몰아넣는다. 그녀는 '젖어서 차가운 교복. 엊어맞고 걷어차여 아픈 몸과 알몸이 되었을 때 느낀, 감정이 모조리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듯한 그 감각. 앞과 뒤에서 잇달아 들려오던 휴대 전화의 깜찍한 셔터 소리. 밝은 웃음소리. 침이 든 우유의 맛'을 이해하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보통 여자애들처럼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쓰오가 모든 전말을 알고 나서 그녀에게 느낀 이상한 감정은 바로 이 모순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 모순을 깨뜨리고 할머니와 이쓰오를 구원하기 위해 내면의 '자신'들을 죽이는 방법을 계획한다. 그렇다. 그 일은 '구원'이라 할 만한 숭고한 일이었다. 소설을 읽고 이쓰오가 한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입었고, 입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직접 책을 보시길~

 

 

 

살아서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색깔을 인정해 줄 사람이 온다.

나약한 자신을 죽여라.

당신이 남들과 다르다면, 남들과 똑같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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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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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탐조일기
김은미.강창완 지음 / 자연과생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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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도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두 키워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여행, 그리고 구럼비. 

 

 구럼비로 여행을 갈 일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구럼비는 현재 파괴되어가는 중이다.

 전라도와 충청도는 몇 번 가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더위에 엄청 약한 본인은 제주도에 갈 때마다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고생하고 온 기억만 있다. 물론 아주 어릴 때 제주도를 가본 적도 있었지만 겨울을 제외하고는 코스가 무조건 바다였다. 그래도 물에라도 좀 들어갔다 오면 살 만할텐데, 중고등학교 졸업여행엔 무조건 교복을 입고 가야하는 철칙이 반드시 자리잡고 있었으므로 물은 커녕 세수 한 번 대로 하기 힘들었다. 지금의 나에게 제주도는 악몽같이 어스름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곳이고, 그러므로 구럼비는 나에게 먼 거리감을 지닌 장소이다.

 하지만 구럼비를 파괴하면 제주도의 생태계가 어떻게 망가질지, 제주도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나에게조차 끔찍하게 느껴졌다. 백번 양보해서 해군기지를 지어 우리나라 사람들을 지켜주려는 정부의 선한 의도였다고 하자. 그러나 지금 당장 제주도의 생물들은 주거지 혹은 머무는 장소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어디 명박이 정부가 듬직하게 자신이 벌려놓은 일에 책임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 용산의 철거민들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대다수지만, 말도 못 하는 생물들에 대해서 인간은 무심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 강창완 님과 김은미 님에게 탐조는 일상이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들은 새로 인해 부부로 맺어졌고, 새로 인해 싸우며 새로 인해 화해한다. 어린 아들을 얼러가며 새를 보호하고 기록하러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빈다. 글과 사진 하나하나마다 가족간의 사랑, 새와의 우애가 잔잔하게 느껴진다. 구럼비 파괴는 어떤 강도와 어떤 무게로 그들의 마음을 짓누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점이 가장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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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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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을 너무 오래 키우다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을 갖추질 못했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쭉 길러온 개가 교통사고로 죽자 다시는 그 개 외의 다른 것은 기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고양이를 요물이라며 싫어하신다. 덕분에 수명이 짧거나 나는 전혀 관심도 없는 곤충같은 것을 어릴 때부터 '길러야 했다'. 지하철에서 사온 병든 병아리는 일주일만에 죽어버렸다. 학습용으로 집에서 기르던 개미들은 내가 하도 관심없어 하니 어머니가 도맡아 기르다가 결국 놀이터에 풀어주었다. 카나리아는 내가 베란다 밖으로 날려버렸다. (나름 다른 새들과 같이 잘 살라고 했던 행동이었다.) 햄스터는 암수 쌍으로 길렀는데 새끼를 낳자 암컷이 스트레스를 부려 남편과 자기 새끼들을 다 먹어버려서 결국 어머니가 멋대로 죽여버렸다.

 집에서 독립하거나 결혼하면 개와 고양이 하나씩 기를 것이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고양이는 털이 너무 날려 안 된다며 벌써부터 반대를 한다. 가뜩이나 털 날리는 게 싫어서 푸들 두 마리만 키우고 있는 애니까... 그치만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말 그대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보니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남친 집에 있는 푸들 두마리 중 하나인 해피이다.

나랑 알고 지낸 4년만 보더라도 털도 빠지고 눈꼽도 많이 끼고 기침도 하고

아무튼 볼 때마다 병을 하나씩 달고 있는 녀석인데 용케 10년 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신도 아픈 주제에 남친의 아토피도 치유했다고. 

 

 요전엔 개껌을 씹다가 이빨에 피가 나와서 동물병원에 보내라고 했더니, 가급적 집에 많이 있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의외로 속내만큼은 잘 밝히지 않는 남자친구라서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이런 식으로 혼자 해석을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살았으면 어떤 병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병원에 데려가서 개를 겁주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하고 싶었던게 아닌지. 그리고 남친이 해피를 특히 이뻐하는지라, 집에서 오래 두고 있게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굉장히 순하고 깔끔도 잘 떠는 녀석이지만 애교떠는 것도 힘든 나이인지, 종일 집안에 엎드려 있는 게 대부분이라 이제껏 녀석을 눈여겨본 적이 없다. 차라리 남친이 키우는 다른 암컷 개 솜이에게 더 눈독을 들였을까. 말썽쟁이지만 그만큼 애교도 잘 떤다. 하지만 요새 남자친구와 해피의 관계를 보면, 반려동물의 이쁜 모습은 애교와는 거리가 먼 듯 싶다. 이 책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듯도 싶고... 아무튼 나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뭔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은 이 책에 쓰여진 것 중 어느 하나도 공감이 안 간다. 아무래도 나보다 더 동물을 잘 아껴줄 사람에게 선물로 줘야 할 듯.

 

 

주인인 남자친구와는 성격상 맞지 않는 솜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정자세를 잡는다.

얌전한 성격에 사진은 죽어도 찍기 싫어하는 남자친구랑 그 동안 갑갑해서 어떻게 지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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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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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릴리 블레이크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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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냥꾼과 백설공주라면 대충 이런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저렇게 눈 맞으면 정말 사냥꾼이 범죄자가 될 판인데 ㅋㅋㅋ

 

 예전부터 나에게 백설공주 이야기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였다. 미녀와 야수같은 경우엔 그래도 낫다고 본다. 미녀가 야수를 사랑하려면 자신의 얼굴을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살기 위해선 자신의 매력을 발휘해야 했다. 난쟁이들도 왕자도 다 백설공주의 예쁜 얼굴 때문에 그녀를 살려 주었다. 어쩌면 여왕이 백설공주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면서도 살려준 이유조차 그녀가 예뻐서인지도 모르겠다. 예쁜 그녀가 자신의 시중을 든다는 사실이 좀 더 자신의 격조를 높인다고 생각했겠지. 어쨌던 백설공주는 생존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출해야 했던 공주였다. 그리고 첫번째로 낚인 자가 바로 사냥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설공주 동화에서 그의 출현률은 매우 적다. 그는 백설공주를 불쌍히 여겨 동물의 심장을 여왕에게 대신 바치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는 동화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는 사냥꾼이 여왕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로서 등장한다. (대충 어떤 역할로 중요한지는 아시리라 생각한다.)

 

 

영화로 리메이크된 사진.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얼굴만 봐도 사냥꾼역이 범상치않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술주정뱅이지만 옷만 제대로 입으면 멋있게 보일 것 같은 남자!

 

 1부에서는 원작스토리를 충실히 따라 여왕이 죽고 백설공주가 왕관을 쓴다. 그러나 2부에서는 1부에서 언뜻 보였던 갈등이 부각될 것 같다. 일단 왕자 비슷한 역을 맡은 윌리엄에게 백설공주가 친구 이상의 관심도 없다. 싸움도 제대로 못하게 생겼으면서 공작의 아들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걸 보면 차라리 술에 취할 때의 에릭(사냥꾼)이 박력이라도 있어 보인다. 그의 아버지 공작은 백설공주가 여왕에 의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할 줄도 모르는 겁쟁이이다. 이런 애들이 백설공주의 수하에 있으니 백설공주가 속이 터져 가출이라도 할 판이다. 그나저나 에릭은 그런 상황을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여왕폐하 만세'라니.. 안 그래도 갈등때리는 백설공주에게 아주 그냥 대못을 박는구만 ㅠㅠ

 3부에서는 어떻게 둘이 좀 잘 되려나... 결말이 왠지 불안불안하다.

 

 P.S 급한 전개는 동화를 따라가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쳐도, 책표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1점 깎았다.

       저렇게 영화표지랑 똑같이 따라가면 영화가 원작인 줄 알지, 소설이 원작인 줄은 모를거다.

       뭐 저렇게 해야 책이 팔릴 수 있다고 계산한 것 같은데,

       글을 더 좋아하는 본인으로선 소설의 참된 재미를 표지가 가리는 것 같아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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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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