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업 Coming Up 1
기선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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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지 않은 모험을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위 만화는 여고생 4명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월 11일까지 서평을 올려야 한다기에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부리나케 써본다. 피씨방에서 자리까지 잡아가면서. 내 내일 점심값 천원을 이렇게 피씨방에서 허무하게 날려가면서 쓴다. 이 후기 다 쓰면 무려 1시간을 걸어서 집에 가야 한다. 일단 올려는 보는데... 나 진짜 북폴리오에 항의서 쓸까말까 고민 참 많이 했다...-_- 아니 무슨 2월 29일날 책을 배달해 놓고 3월 11일까지 서평을 쓰라는 경우가 어딨냐고 버럭. (그나마 택배아저씨가 본인 집의 옆집에게 맡겨버려서 3월 1일 아침에 이 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만화라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두꺼운 소설 한 권이었다면 정줄 놓고 멍하니 있었을 듯? 뭐 10일의 여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바쁘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연체되는 등 밀려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미리 서평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글쎄... 소재는 참신하지 않았다. 평범한 아이들이 밴드나 아이돌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보통 일본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속을 알 수 없는 사장님의 매력, 그리고 우리나라 서바이벌 프로그램 설정을 적절하게 이용했다는 점이다. 사장은 위 4명의 고교생을 하숙 트레이닝 시킨 뒤,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현시킨다. 2류 체널에서 고교생들은 소위 한물간 아이돌들과 노래로 대결을 한다. 아이돌과 여고생들은 무작위로 뽑혀서 노래를 부르는데, 여고생들 중 한 명이라도 가수라고 인정된다면 승리하게 된다. 생긴 건 '나는 가수다'와 비슷하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여고생들이 더 유리하게 보인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나가수보다 더 잔혹해질 수 있다고 본다. 아이돌들도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그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죽어라 연습했을 텐데, 과연 여고생들의 방학 트레이닝 정도에 호락호락 지고 넘어갈까?

 무튼 기선 님은 "아이돌은 쉽게 돈 버는 딴따라들이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이 만화를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밴드의 음악이라면 일단 다운받아 놓고 아이돌들의 음악이라면 일단 우습게 여기고 보는, 본인같은 사람들을 뜨끔하게 하기 위해 쓰여진 만화인 것이다. 본인도 이 만화를 보면서 아이돌들이 음반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글쎄... 아이돌들이 고생하고 말고를 떠나 일단 난 우리나라의 아이돌 문화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다. 그들이 국회의원들 같은 공인인 양 으스대는 모양도 마음에 안 들고, 그렇게 떠받들어주는 팬들도 마음에 안 든다.

 무튼 난 이 만화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하지만 여고생 밴드에 대한 남성들의 환상만 치켜올려주는 '케이온'같은 애니보단 훨씬 낫다. '케이온'은 일단 처음부터 멤버들 얼굴도 이쁘고, 각자 상당한 실력이 있었다. 게다가 다들 돈 많은 집안의 딸들인지, 뭐 그렇게 비싸보이는 케이크를 쳐묵쳐묵하는지. 그러나 이 여고생들은 다르다. 일단 한 멤버를 빼고는 전부 음악에 소질이 없었고, 그 실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그들은 지옥 트레이닝을 했다.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도 있지만,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도 있다. 소속사도 골목가에 자리잡고 있으며, 트레이너들도 B급을 모아 이루어졌다. 이들이 어떻게 아이돌 1급 회사 주얼리와 경쟁할 수 있을지, 어딜 봐도 급하게 결성되었다 할 수 있는 이 여고생 아이돌들이 끝까지 여러가지 고난을 해쳐나갈 수 있을지. 일단은 좀 더 지켜보겠다. 일단 검은 머리의 리더가 케이온의 미오같이 생겼으면서도 다부져서 마음에 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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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2.02.21 - 963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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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는 안철수가 특집으로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철수의 트위터가 특집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비공개라더니 허락도 없이 남의 트위터를 뒤져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모든 신문들이 안철수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탈탈 털어서 글을 올리더라... 오죽 안철수가 공개를 안 하면 이럴까, 기자들이 잔뜩 몸이 달아있는 상태이다. 안철수를 희망으로 걸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이 분은 남의 글에 대한 팔로잉만 열심히 할 뿐 자신의 트위터를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한다. SNS에서 제일 열려있다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 인맥관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을 뿐 오프라인에서 본 기억이 없는 사람을 무턱대고 친구로 받아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 근성때문에 자신에 대한 이슈가 쉽게 식을거라 생각하고 안철수가 시간도 끌 겸 해서 자기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흐음... 본인이 보기엔 원래부터 안철수가 굉장히 무언가를 잘 숨기는 타입이 아닌가 싶다.

 일단 그 다음에 나온 기사를 보면 '나철수'가 나온다.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라는 공식이름을 요약한 것이라 한다. (일단 이름이 엄청 길어서 거부감이 간다...) 자칭 안철수 팬클럽이라고 하는데, 정작 안철수 측은 안철수 재단이 설립되는데 방해가 될까봐 탐탁치 않은 기색인데다가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기색이다. 안철수를 등에 업고 권력을 잡는 세력이라면, 참 난처한 일이 발생할 수 있겠구나 싶다. 뭐 자신을 사칭해서 정치계에 좀 나가보려는 사람들과 비리관계 의혹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 폐쇄적으로 나가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안철수를 자신의 편에 끌어들이지를 못하자 민주통합당은 문재인을 열심히 밀어주었다.

그 가상한 노력은 성공하여 지금은 문재인이 안철수를 잠시 덮을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다.

 

 조국을 구하기 위해서든 뭐든 박 전 대통령은 무력과 독재를 남용했다. 핏줄은 속일 수 없다. 내 눈엔 박근혜 역시 터무니없을 정도로 욕망이 많아보인다. 오래 전부터 추구해왔던 보수를 내던지고 '새누리당'으로 당 명칭까지 바꾸는 걸 보면 보통이 아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은 이 대통령 시대를 이어 또 다른 파국을 맞이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본인은 문재인도 그렇게 탐탁치는 않다. 분명히 노 전 대통령의 취지를 이은 공약을 내세울 것이라 보는데, 내가 보기엔 노 전 대통령도 그렇게 나라를 잘 이끌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거나 신자유주의자였고, 자기 주장에 심취해 부하들의 의견을 들을 줄 몰랐던 대통령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정계로 나오라고 권유할 때에도 한동안 몸을 사렸던 문재인이다. 만약 마땅한 인재가 없어서 자신이 '대신' 나서야 한다는 정도의 결심을 품고 있다면, 그 얄팍한 결심이 과연 얼마나 갈지도 문제이다. 인간은 어쨌든간에 갈대같은 존재이다.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아무튼 본인은 한동안 안철수와 문재인 모두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려 한다. 박근혜는 강력한 상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로서는 둘 다 힘을 합쳐도 그녀를 이기기엔 무리이다. 12월까지 무언가 강력한 변수가 필요하다. 최소한 둘 중에 한 명은 책임감과 결단성을 좀 더 키워서 창의적인 공약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 정당은 마음을 비우고 모든 대한민국 시민들을 고려할 때 누가 더 대통령에 적합한가를 고려하여 양보하던가 밀고 나가던가 둘 중 하나를 확실히 택해야 한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경우 새누리당이 이제 한물 간 것 같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다간 뒤통수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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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2.02.14 - 962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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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간경향에서는 18대 국회의원 299명을 대상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해 최우수의원과 우수의원을 뽑았다. 기준은 대충 이렇다고 한다.

 

- 평가항목: 법안 대표 발의 수, 대표 발의 법안 원안 통과 횟수, 대표발의 법안 수정가결 횟수, 국회 본회의 출석률,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우수의원 수상 경력, 기타 수상분야(경실련 등 공신력O)

 

- 최우수의원: 90점 이상(새누리당 김성식의원 외 6명)

- 우수의원: 70점대 후반~89점(10명)

- 특징: 초선 의원 多(6명, 공천받고 재선하기), 민주통합당 多(4명), 3선 의원 多(노련미, 경험, 정책통)

 

 특히 의외였던 점은 새누리당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국감정책 연구서 정부관리들도 칭찬할 만큼 민생정책을 위해 뛴 의원이라고 한다. 지금은 FTA의 강행 처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오호, 무소속으로 도전하겠다는 생각도 무모하다 생각될 만큼 강건하다.

 두 번째로 인상깊었던 의원은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다. 이 분은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한 법률안을 의원이 되자마자 대표발의한 의원이라고 한다. 이 법은 일명 화학적 거세법이다.

 

 

 아 정말 보자마자 속이 시원했다. 어린 애들을 괴롭히는 놈들은 그냥 잘라버리는 게 해결책이다.

위 사진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나오는 거세장면(?!)

뭐 화학적 거세법은 주사로 하겠지만.

 

 그리고 20대와 30대가 살아온 시대상은 각각 엄격히 다르다고 넌지시 말해준 기사들이 인상적이었다. 이 기사덕분에 녹색당 내부 청년모임 녹록하당에서 자신있게 가입연령대를 35세 미만으로 낮추고, 20대를 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나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마음이 청춘이라지만' 10년만 지나도 강산이 변하는 이상 더 이상 청년일 수 없고 청년을 이해할 수 없는 나잇대가 있다. 유소년 축구 클럽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기사들을 보면서 결국 주간경향을 계속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직도 나는 해외보다는 우리나라 내부의 변화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간경향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인간도 인터뷰하는 경우가 있고, 계속 2030세대 기사를 우려먹으려고 하고, 계속 노무현은 정당하고 민주통합당은 정당하다는 헛소리를 해대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한겨레나 시사IN은 아닌 거다. 맞지 않는 거다.

 개인적으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전현희 님에게 주목하고 있는데, 이 분은 지난 18대에서 희귀 난치성 환자 치료비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등 우리나라 의료를 개선하셨던 분이다. 이번 호를 보니 서울 강남을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장하며 민주통합당 내에서 정동영과 승부를 겨루고 있다고 한다. 정동영은 계속 '보수진영 중심에서 부자 증세를 외치다' 찍는 중이시고... 딱히 강남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강남에 살았다면 전현희 님한테 투표했을 거다. 정말 새누리당이며 통합진보당이며 다른 당 의원들을 몽땅 끌어다가 봐도 전현희님이 백배 낫다고 본다. 일단 얼굴도 예쁘시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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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란마 1/2 1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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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5권 사이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단연 13~14권이다. 예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장면 다음으로 좋아하던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좋아하게 된 부분이다. 란마는 여자들의 속옷을 훔치는 핫포사이를 응징하려다가 필살기를 먹고 힘이 약해지게 된다. 그 전 부분인 11권에서는 아카네가 특수한 국수를 먹고 힘이 세지는 장면이 나와서 더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5권 사이에서는 왠일인지 란마가 엄청 당하고 산다(웃음). 원래 란마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만화라지만 여기선 조금 불쌍하다는 마음까지 든다. 일단 세진 아카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11권에서 아카네는 핫포사이가 만든 강력국수를 먹고 강해진다. 그리고 치료제를 먹음으로서 그 힘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속만 썩이는 란마도 이길 수 있고 자신의 연적인 샴푸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그 힘을 포기하려 하겠는가. 그러나 노력도 하지 않고 우연히 얻는 힘에는 부작용이 반드시 따르는 법. 강력 국수는 먹고서 시간이 지날 경우 얼굴에서 수염이 난다. 란마는 강제로 그 약을 먹이려고 했지만 결국 아카네의 얼굴엔 수염이 나 버린 뒤였다. 어쩔꼬 ㅠㅠ 란마는 그 모습을 신나게 비웃지만 더 이상 군소리하지 않고 순순히 아카네에게 약을 준다. 여기서는 어느 정도 관대하게 보이기도 했다. 잠시 동안은...

 

 

근데 수염이 고양이처럼 나서 그런가 귀엽다!!!

 

 13권에서는 반대로 란마가 힘을 잃어버린다. 핫포사이에게 필살기를 당해 힘이 약해지자 이때까지 란마에게 맞고 살았던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집단구타를 한다. 전에는 한 주먹감도 안 되었던 사람들까지 자신을 막 대하니 얼마나 열받을까;; (그러니 사람은 평소에 행실을 똑바로 해야 한다.) 결국 그는 샴푸의 할머니가 충고한 바에 따라 비룡승천파를 배우기로 한다. 상대방이 흥분해 열기를 발하는 가운데 냉정함을 유지해서 돌풍을 일으키는 기술이라고 한다. 터무니없지만 왠지 납득되는 느낌?! 아무튼 란마는 아카네를 이용하여(...) 료가를 열받게 만든 다음 비룡승천파를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연습에서 성공한 그는 자신있게 핫포사이에게 도전하는데, 여차저차하여 아카네가 회오리바람에 말려들게 된다.

 

 

핫포사이의 필살기를 풀 수 있는 그림이 다 찢어졌지만, 란마는 그래도 아카네를 구해내려고 노력한다.  

 

 란마가 남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곤란에 처한 아카네를 구해내려고 한 적은 많다. 하지만 본인은 유달리 이 부분이 좀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격투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힘이 없어진다면 치명적이다. 설령 여자로 살 수밖에 없더라도 란마는 힘이 어느 정도는 세다. 하지만 핫포사이의 말대로 여자인 상태에서 힘이 없다면, 미인계를 써도 결국 치욕적인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란마에게 힘이 약해진다는 것은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보다도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 유일한 방법이 찢어져 사방으로 흩날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마는 실의에서 벗어나 아카네를 지키는 데에만 자신의 남은 힘을 다 쏟은 것이다.

 사실 만화를 쭉 보신 분은 감을 잡겠지만 란마는 힘으로 아카네를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 예쁘지 않는 계집애라고 흠은 잡을 지언정 료가처럼 흥분해서 사람의 뼈를 분쇄할 듯이 껴안으려 하지도 않는다. 두 여자를 사이에 놓고 갈등할지언정 검도선배처럼 두 여자를 다 차지하려 하지도 않는다. 사랑을 얻으려면 힘으로 끌고가지도 말고, 욕심을 부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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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 문학세계사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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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그들은 진실하다. 그들은 논점에 대해서 예리하게 알고 있으며, 끊임없이 짤깍거리는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거리에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손가락을 꺾는 소리가 바로 그들 자신의 모습인 것을 그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 심지어 그들이 그 곳에 없더라도, 전 도시가 중심가에 담을 쌓고 생 하버의 넓은 잔디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그들이 짤깍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p. 275~276

 

 재즈를 읽으면서 '이 책을 음악소설로 했으면 좋을 뻔했다'라고 절실히 느꼈다. 시작할 때는 약간 알앤비 스타일이 섞인 경쾌한 음악, 남녀가 클럽에 들어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끈적끈적한 블루스, 주인공들이 저마다 씁쓸하게 과거를 회상할 땐 색소폰이 무겁고 길게 늘어져 바닥에 엎어지는 음악. 본인은 재즈에 심취해서 듣는 편은 아니라 특정한 종류를 제시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내 귓속에서 저절로 들린 음악소리를 이렇게나마 허접한 미사여구로 묘사해볼 뿐이다.

 

 

지극히 자유롭고 미국적인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무튼 가독성 하나만큼은 굉장하다. 클라리넷처럼 첫부분부터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스토리는 꽤 탄탄하고 좋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어떤 사건이다. 조와 바이올렛은 미국 도시에 상경한 흑인 부부이다. 그들은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남의 집에 찾아가 머리를 꾸며주며 먹고 살아간다. 그리고 조는 50여살의 나이로 17살의 한 흑인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소위 바람을 피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유분방한 소녀의 마음을 오래 잡아두지 못하고, 결국 실의에 빠져 (사건이 분명치 않은 것 같지만) 그녀를 죽여버린다.

 그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이 상처받는다. 일단 바이올렛은 충격에 빠져 장례식에 찾아가 그녀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하려했다. 그러나 기분이 진정되자, 갑자기 그 소녀가 연적에서 자신이 뱃 속에서 낙태시킨 아이로, 자신이 잃어버린 젊은 소녀 시절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일상생활을 버텨낼 정도로 치유될 때까지 그 소녀의 사진을 난롯가에 올려놓는가 하면, 소녀의 숙모를 찾아간다. 또한 소녀의 절친한 친구를 집으로 불러내 같이 음악을 듣기도 한다. 결국 그 친구가 그들을 어중간한 죄책감에서 구원해주는 열쇠가 된다. 소설은 일인칭 구도를 취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중심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화자가 다르다. 즉, 화자가 계속 바뀐다.

 글쎄... 일단 구도는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버려도 되었을 것 같은 스토리는 바이올렛의 할머니가 그녀에게 자주 이야기했다던 금발의 혼혈 소년이야기. 일단 정체성도 없고 갈 곳도 없는 혼혈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결말이 너무 애매모호하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다른 인간을 죽인 이야기인데, 너무 희망적으로 끝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시체를 손상시키려 한 바이올렛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다. (지 남편이니 지가 책임지고 딸 나이의 여자애와 성관계를 맺은 남편을 족쳐야지. 나같으면 불결해서 못살겠다. 실제로 소녀의 숙모는 그 꼴 안 보려고 떠난 듯 하지만.) 어떻게든 죗갚을 치러야 서로가 마음이 편할 듯한데, 굳이 끝을 볼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들은 너무나 평온하다. 하긴 벌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 벌 받지 않는 게 현재의 세상이라지만...

 결론은 그들이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악착같은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무작정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도시,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도시에 빨려들어가서는, 왠만해서는 시골로 다시 돌아올 생각을 전혀 안 한다. 익명의 사람들하고 잔뜩 부대끼는 생활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언가 굉장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혹은 적막한 생활이 좋다고 하더라도 일단 도시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혹은 시골이랄 곳이 아예 없어졌기 때문에.그래서 이 소설은 지금도 굉장히 슬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네 가슴아픈 생활 이야기이다.

 

 

<빌리버드> 등 주옥같은 소설을 쓰신 토니 모리슨.

백발 레게머리를 흩날리시는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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