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감상 오백구십사번째.- 가드 가드

[수입] Gad Guard: Box Set S.A.V.E. (가드 가드)(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Funimation Prod / 2010년 12월

왜 영화판으로 소개되는지 모르겠는데(설마 실사판으로도 나왔었냐 ㄷㄷ 망하기 딱 좋네.) 일단 TV 애니메이션으로 봤다.

희망적인 결말도 별로 안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페인도 그렇고 뭔가 소꿉친구 캐릭터랑 주인공이 맺어지는 장면을 의도치 않게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지만 사실 난 바가지 긁는 캐릭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다 ㅠㅠ 자꾸 이 노래가 생각난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연ㄹㄱ..'

비행청소년을 집으로 섣불리 돌려보내거나 무작정 나쁘다고 비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강조한다. 예를 들어 카타나는 범죄에 가드로 만든 철중기 로봇을 이용하고 있어서 비슷한 철중기 로봇을 사용하는 모든 아이들이 그를 비난한다. 그렇지만 가드는 철중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 가드를 만진 사람의 욕망을 반영하기 때문에 흉측한 괴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타나가 가진 가드는 두 번이나 철중기가 되었다. 이를 인식하지는 못한 모양이지만, 아무튼 주인공은 철중기를 가진 인간들을 모으고 싶어하고 카타나가 그 인원 중 한 명이 될 수 있으리라 내심 생각하며 그를 설득한다. 나쁜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돈을 벌던 카타나는 주인공 일당과 함께 폭주한 괴물을 막기도 하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카타나를 변화시킨 가난과 사회적 환경이 잘못이지 카타나 자체의 잘못이 아님을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계속 암시한다.

만일 썬더볼트의 주인처럼 주인공마저 계속 카타나를 나쁜 놈으로 낙인 찍고 몰아댔다면 그는 점점 더 나쁜 길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나중엔 결국 썬더볼트의 주인도 사랑에 빠져서 폭주하는 감정 때문에 막 나가버리려 하기도 했었고 ㅋ 근데 그 녀석이 남자라는 거 나는 후반되서야 알았음(...)

애니감상 오백구십삼번째.- 제가페인

Zegapain (Paperback)
Lambert M. Surhone / Betascript Publishing / 2011년 6월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좋았던 캐릭터 카미나기. 전형적인 소꿉친구 캐릭터로서도 최고지만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모든 여캐 중 사귀면 가장 마음 편할 듯한 성격이랄까. 사람 잘 챙겨주지만 달라붙지는 않는데다 강인하고.

그러고보니 여자와 남자가 로봇을 같이 타는 건 둘째치고 뭔가 조종 방식이 달링 인 더 프랑키스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의 좌석만 교체하면 똑같달까. 여자가 남자를 서포트하는 듯한 설정도 그렇고(여기서는 남자애가 상상으로 로봇을 움직이며, 상상력에 필요한 물질적 조력을 여자애가 한다. 보통 여자애가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에선 바뀐 듯. 오히려 여자들이 지적 능력은 더 있어 보인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은 제가페인이니 달링 인 더 프랑키스가 베꼈겠네. 로봇물보다는 드라마성이 더 강한 것도 비슷하다.

로맨스물이긴 한데 분위기가 그닥 희망적이진 않은 편이고(부장의 형광색 내용물이 스크린에 튀는 장면은 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로테스크하다.) 여성 분들이 서로 소극적인지라 연애는 쿄우가 앞뒤사정을 잘 모르는 초반에만 펼쳐진다. 게다가 단어들도 매우 상징적이고, 내용 하나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가르즈오름이 타협을 거부하는지라 승무원 중 한 명이 항복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데이터가 되는 대신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면 누구나 그걸 거부하고 인간이 되려 할까? 그러나 제가페인의 등장인물들은 쿄우의 소꿉친구 빼곤 고민도 하지 않고 데이터가 된 인간들의 인간화를 진행시키려 한다 ㅋㅋ 하기사 부장의 인간에 대한 프로메테우스급 헌신을 보면 그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발언 자체를 꺼내기 힘든 분위기이긴 했는데.. 아무튼 스토리가 복잡하진 않으며, 대신 반전들에 나름 철학적 주제들이 있어서 그에 대해 고찰하기 좋다고 하는 게 적절하겠다.

애니감상 오백구십이번째.- 불꽃 소방대 2장

불꽃 소방대 23
오오쿠보 아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8월

1. 주인공 등 4세대에 이어 5세대가 등장한다. 인간을 태울 수 있는 선이 보인다는 데서나 인격이 파탄났다는 데서 어딘가에 나오는 시키란 분이 생각난다; 전혀 관련없는 듯한 애니인데 이렇게도 패러디할 수 있구나 싶어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 능력을 미래예지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어 신선하기도 했다. 하기사 몇 초 후의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건담에서는 뉴타입 능력이라고 불렀으니; 그녀는 잉카라고 불리는데, 그녀를 얻기 위해 쇼우는 마을에 온통 불을 질러 주변을 소란스럽게 한 뒤 부하들을 보내고 쇼타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나중에 3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잉카는 위험 중독자로, 어지간히 어른들이 유발하는 불행에 빠져든 듯하다.

2. 갈수록 싸움이 잔혹해진다. 사람이 죽는 장면도 거리낌이 없어지고, 화염인간의 비밀이 밝혀진지라 거의 좀비처럼 떼거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또한 1기에서도 작품이 나오는 순간 어느 애니메이션 회사가 불에 타서 화제에 올랐는데, 2기가 나올 땐 레바논 지역에서 비슷한 정도의 대화재가 발생했다(...) 기술명은 또 왜 하필 이름이 코르나야.. 계속 코로나로 들리네. 악마의 형이란 명칭도 흠; 이 작품 뭔가 (잘 팔리는?) 액운이 끼었나. 그러나 레바논에선 방화범죄가 아닌 단순한 사고인지라 계속 방영하는 것 같다(장소가 일본도 아니고).

그나저나 이 애니 1기에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끊는 게 너무 나빠요 ㄷㄷ 왜 싸움 도중에 다음 화로 넘겨버리고 그러는 건데 ㅠ

3.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거의 다 악인(...) 근데 애들 괴롭히는 데 특화된 인물들이 많다. 일단 1장에서 봤듯이 렛카는 죽어서도 애의 환상에서 나타나 너는 할 수 있다면서 사람 태워죽이라 시키는 열혈 쓰레기이고, 쿠로노란 놈도 있는데 얘는 지보다 약한 놈만 골라 패겠다고 약한 놈만 데려오라 하는 신박한 악역. 약한 인간만 고르다보니 아이들을 학대하는 데엔 딱 전문이다. 그리고 포니테일을 한 어느 여성 연구원은 아이들을 위해 인형을 만든다고 하지만 인형에 과하게 집착하는 나머지 아이들까지 인형 취급을 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을 속이는 나쁜 어른들이 나와서 그런지, 판매량은 저조하다고 한다. 사실 이 작가는 소울이터에서도 그랬듯이 이런 농담을 재미삼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애니메이션을 뜨게 하는 사람은 어른들. 게다가 이런 어른에게 현실적으로 세뇌당하는 듯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이 작품의 유머성을 거부하다보니 자연히 인기도 떨어질 수밖에..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그런데 애니 팀은 또 원작에 쓸데없이 충실해서 자연스럽게 끊어진 느낌이 없다. 3기는 물건너간 듯한 분위기이고.

4. 그나저나 저 개빡치는 렛카는 죽었는데도 자꾸 기어나와 짜증나게 한다. 아까 말했듯이 시도때도 없이 너는 할 수 있다+아프리카 청춘이다를 중얼대는 미친 놈에다가 아동학대+데이트폭력의 빻남 집합체라서 쳐다보기도 싫건만 ㅋㅋ 사실 저 자식 안 죽었고 결말에 라스트 보스로 튀어나오는 거 아님? 상상도 하기 싫은 설정이네.

애니감상 오백구십번째.- 히로익 에이지

Heroic Age (Paperback)
Richard Chetwynd / Booklocker.com / 2017년 3월

우주에 여러 다양한 인류들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는 철의 종족이라 불리는데, 현재 왕가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 어느 공주가 있다. 그녀는 형제들끼리의 왕권 찬탈 게임엔 관심이 없고 혼자 황금의 종족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황금의 종족 중 한 명이 인류 전체를 구한다는 계시가 있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주는 선박에서 살고 있는 소년 에이지를 발견한다. 그러나 아기 때부터 선박에서 자라서 그런지, 선박을 어머니로 아는 모양. 선박이 착륙한 행성도 척박한 곳이고 사는 생물은 문어밖에 없으니.. 어쩌면 모글리보다 더 불행한 인간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 아이는 자신을 에이지라 부르며, 그 이름 외에 다른 개념은 전혀 모른다. 언어도 기초만 배웠는지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는 현상. 그래서 애니메이션에도 그의 감정 표현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공주를 지키려고 끝까지 외면하는 걸 보면 힘 약한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현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알 정도로 머리는 빠삭하다. 아무튼 현실에서 모글리의 배경이 된, 야생에서 자란 소년은 문명을 접하자마자 사람들의 냉대 속에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공주는 에이지를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에이지에게 단 하나 쓸만한 능력은 언제 나올지 예측조차 안 되나 그 신속하고 뛰어난 전투능력밖엔 없는데.. 그리고 공주는 형제들에게서 에이지를 지켜내기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감독의 힘을 입어 스토리는 제법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편이다. 우부카타 토우는 사실 내가 사이코패스 2~3,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등 내가 엄청 깠던 것들 다 각본 쓴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마르두크 스크램블과 이 작품은 나름 괜찮았던 걸 보면 이 분은 확실히 자기가 처음부터 세계관 만든 작품만 잘 만드시는 듯하다. 저 위에 있는 건 솔직히 그닥.. 그럼 시모츠키 미카도 이 사람이 만들어낸 캐릭터란 소린데.. 강한 누님 좋아하시나. 그러고보니 공각기동대의 소령님도 강한 누님이지.

근데 에이지가 철의 종족 중 전투 실력은 제일 좋은 거 같은데 왜 지네가 배우지 않고 에이지한테 자기네들을 배우라고 난리임? 또 그놈의 열등감병임? 생각해보니 타잔에게도 적용되는 거 같다. 문화인들(?) 운동 그렇게 좋아하는데 영국 인간들도 덩굴타기 좀 배우지. 요리도 타잔이 더 건강미 넘치게 만들었을 듯.. 나중에 에이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점점 나아지긴 하지만 에이지에게 제일 친절한 공주마저도 에이지에게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는 몰라줘서 답답하다. 물론 에이지의 자유가 어느 정도 속박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간은 사회적 인간이고 결국 에이지에게는 인간관계가 무엇보다도 필요했던 것이었으며 결국 아르고노트 선원들이 그걸 주었다는 점.

애니감상 오백팔십구번째.- 일인지하 The outcast 2기

일인지하 미니피규어 5개입 BOX - 각 높이 약 80mm PVC ABS 도색완료 완성품 피규어
繪夢トイズ / 2020년 9월

다들 주인공 분위기가 1기에 비해 바뀌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었다기보단 무협에서 흔히 나오는 '정파도 아니고 사파도 아닌 기이한 주인공'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무엇보다 1기에서 그렇게 날 괴롭힌 교훈적인 씬이 안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다들 아는 동네 사람들 분위기라 중반까진 격하게 싸우지 않으나, 유파들이 각기 쓰는 진법이라던가 유령에 관한 설명이 상당히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무협에서처럼 싸움을 분석하면서 보는 사람이 있다면 익숙할지도 모르나 단순히 1기에서처럼 시간 때우기 하려 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게 얽힌 얘기에 질릴지도 모른다. 1기에서의 작붕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특히 속달의 아재 역할을 담당하는 죠욘의 작화가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나처럼 팬이라도 생겼던 걸까(...) 다만 연보라 머리칼이 2기에선 완전히 백발로 변해버려서 아쉬웠다 ㅠㅠ 아재 그동안 삭았수? 호호 할아버지들 비중이 너무 많아서 백발에 트라우마 걸릴 지경이구만.

P.S 그나저나 이건 너무 대놓고 호그와트인데. 스네이크 닮은 인간은 마법 교사랜다 ㅋ 뭐든 다 쿵후로 치부해버리는 중꿔인의 항마력..

P.S 2 중국 애니조차 왜 무협을 벗어나지 못하냐고 딴지거는 사람들을 흔하게 보게 된다. 그러나 마도조사는 의식적으로 중국 특성을 집어넣기 위해 굳이 돈과 힘을 들여 만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원작이 무협 소설인데 뭘 어쩌라고... 중국 애니메이션은 거시적으로 볼 땐 아직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중국 애니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볼 수 있는 기점에선 하렘물이 흔했다.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말이 쿵후지 드래곤볼의 천하무술대회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많다. 아직 마도조사 하나 가지고 중국 애니메이션에서 무협물이 넘쳐날 거라 생각하는 건 시기상조가 아닐까? 그리고 중국으로서의 특색은 여러가지가 있다. 후호호의 경우 성우 하야미 사오리가 아깝다는 평이 있었으나 대체로 옷을 펑퍼짐하게 입고 다니고 머리도 부스스하고 목소리도 단조로우니 남자가 '꼴리지 않다'고 싫어하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이미 겪을 거 다 겪었던 듯한(...) 풍사연이 동정이었던 가정우를 끝까지 귀찮아하며 원나잇 상대로만 여기는 것도 일본에서는 나오기 드문 설정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