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8
작년 11월부터 시작한 매일 인증 일곱 번째 책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다. 51일간 읽을 예정이다.
서문을 읽던 중 이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아가 분열된 한 인간이 여기에 있다. 하나의 육체를 놓고 두 마음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이란 원래 이 같은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이 두 마음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15)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는 아홉 살 때 아이큐가 170이었다고 한다. 천재형 인간들이 대개 그렇듯, 피어시그도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 서른두 살 때 심각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정신분열 진단을 받고 2년간 정신병원을 들락날락거리며 전기충격요법 치료까지 받았다.
몇 년 후 우울증에서 회복된 피어시그는 마흔 살의 나이에 아들 크리스와 함께 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경로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샌프란시스코이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출간 이후 이 책은 비평적 찬사와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한다. 프랑스 태생의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는 피어시그의 작품을 도스도예프스키, 헤르만 브로치, 마르셀 프루스트, 베르그송과 비교하며 "이 책의 주장은 유효하며, 모비딕과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사물을 바라보는 느낌에 대한 피어시그의 통찰은 내가 산행을 할 때 경험하는 느낌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그 촉감. 피부로 전해지는 그 전율. 이 책을 여행하는 동안 그런 느낌을 종종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휴가를 가다 보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물들을 바라볼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면 항상 어딘가에 갇혀 있는 꼴이 되며, 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차창을 통해서 보는 모든 사물이 그저 텔레비전의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일종의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어, 모든 것이 화면 단위로 지루하게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게 될 뿐이다. - P25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다 보면 그 화면의 틀이 사라지고, 모든 사물과 있는 그대로 완벽한 접촉이 이루어진다. 경치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완전히 경치 속에 함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의 현장감은 사람들을 압도하게 마련이다. 발아래 12~13센티미터 지점의 윙윙거리는 콘크리트 바닥은 발을 딛고 걸을 수 있는 실재하는 그 무엇, 실제로 바로 발밑에 있는 그 무엇으로 살아난다. 달리는 중이기 때문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어 바라볼 수는 없더라도 어느 때건 발을 내딛고 그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살아난다. 말하자면, 모든 사물과 모든 체험은 즉각적인 의식과 결코 격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 P25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길은 항상 아무 곳도 아닌 곳과 아무 곳도 아닌 곳을 연결하는 길이며, 좀더 신속하게 어딘가에 도착하고자 할 때 택할 수 있는 길은 따로 있게 마련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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