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 하녀 > 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연인들의 사랑이나 문학작품에 기반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던 와중에 < 하녀 > 의 등장은 새로운 것이었다. 팜므파탈을 연상시키는 젊은 하녀와 그에 대비되는 아내, 그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주인집 남자의 욕망이 뒤섞이는 집은 이전의 어떤 한국영화에서보다 낯설고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2010년 임상수 감독에 의해 50년 만에 리메이크된 < 하녀 > 는 전도연, 이정재, 서우, 윤여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들과 '에로틱 스릴러'는 새로운 외피를 둘렀다. 이혼 후 식당일을 하다 상류층 대저택에 하녀로 들어온 은이(전도연), 완벽하고 친절해보이지만 오만으로 가득찬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어린 안주인(서우), 오랫동안 집안일을 도맡아온 늙은 하녀 병식(윤여전)까지 < 하녀 > 는 과연 50년 전과 얼마나 다를까? 각기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조차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은 < 하녀 > 는 5월 13일 개봉한다. 다음은 KBS < 신데렐라 언니 > 의 촬영으로 불참한 서우를 제외한 임상수 감독,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정리한 내용이다. 

 

 

Q . 한국 영화사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영 감독의 원작인 < 하녀 > 를 리메이크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연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가.  

임상수 감독: < 하녀 > 는 우아하게 잘 사는 가정에 묘한 하녀가 들어오고, 그녀가 주인집 남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스토리로 원작과 똑같다. 50년 만에 리메이크하게 된 거라 화면의 질이나 물량적인 면에서는 명백하게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원작의 캐릭터들이 맞이한 상황과 행동이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혹은 변하지 않았는지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다. 김기영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남는 대가지만 부담감보다는 자신감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사실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결혼문제 같은 건 TV 드라마에서도 항상 다루고 있는 것이기에 뭔가 달라야 했다. 진짜 그런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보는 즐거움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영화에 배우들이 딱 6명 나오는데 그들에게 집중을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있을 거다. 

 

Q . 전도연은 와이어 액션에 베드신, 심지어 뺨까지 무지막지하게 맞던데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전도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만약 임상수 감독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원작이 너무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그 부담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감독은 임상수 감독뿐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상에선 이렇게까지 은이가 할 게 많은지 몰랐다. (웃음)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힘든 것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고 쾌감으로 느껴졌다. 

  

Q . 여배우들은 출산이나 결혼 이후 배우로서 가치관이나 시선이 달라지기도 하던데 실제로는 어땠나.  

전도연: 결혼이란 걸 선택했을 때 이걸 함으로써 배우 전도연이 작품을 결정하는 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나는 전도연이기 때문에 달라지고 싶지 않았고, 바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고마운 건 나보다도 남편과 가족들이 배우 전도연이 결혼 후 달라지는 걸 더 원하지 않았고,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다. < 하녀 > 를 선택할 때도 가족의 힘이 컸다. 

  

Q . 전도연, 서우, 윤여정까지 함께 연기한 여배우들의 면면이 기가 세다고 할 만큼 만만치 않은데 유일한 남자배우로선 촬영하면서 어땠나.  

이정재: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했는데 그 날 체해서 3일 동안 고생했다. (웃음) 윤여정 선생님도 기가 세고, 전도연도 기가 세고, 서우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혹독한 첫 날을 치렀지만 촬영은 즐겁게 잘 했다. 맡았던 역할도 나쁜 남자여서 재밌을 것 같았고. 그런데 보통 나쁜 남자가 아니더라. 매 촬영마다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나 상황보다 10배나 더한 대사와 상황이 주어졌는데, 당시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촬영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Q . 다른 배우들보다도 윤여정에게 < 하녀 > 라는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스크린 데뷔작도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었고, 임상수 감독과는 < 바람난 가족 > 에서부터 쭉 함께 해오고 있다.  

윤여정: 날 불러주는 사람이 임상수 감독밖에 없다. (웃음) < 하녀 > 는 촬영 내내 혼자서 감개무량할 정도로 의미가 남달랐다. 40년 전에 김기영 감독의 < 화녀 > 로 데뷔한 배운데 아직도 배우를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혼자서 자랑스러워했지만. (웃음) 

  

Q . 임상수 감독의 영화는 < 처녀들의 저녁식사 > 때부터 매번 색다른 베드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 하녀 > 또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상수 감독: < 처녀들의 저녁식사 > 때도 베드신이 있었고, < 눈물 > 에서도 그랬고, < 바람난 가족 > 에서도 베드신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베드신은 감독이 하는 일보다 배우들의 몫이 훨씬 크다. 그리고 아무리 흔쾌히 작품에 임하는 배우라도 베드신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사실 촬영하면서 전도연과 이정재의 베드신을 재촬영한 적이 있다. 새로운 카메라 기법을 쓰다보니까 그랬는데 두 사람이 아주 흔쾌하게 다시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그 고마움이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을 만큼의 결과로 나온 것 같다.  

이정재: 첫 번째 찍었던 베드신에선 대사가 세진 않았는데 두 번째 찍은 신에서는 대사가 좀 바뀌었다. 그런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대사였다. 그것도 그 날 아침에 대사가 바뀌었다고 봤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약 오 분 정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냐하면 대사가 적힌 A4 용지를 도저히 버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간직하고 있다가 윤여정 선생님이 오셨을 때 이런 대사를 했다며 보여주기까지 했다. (웃음) 

  

Q . 메이킹 영상을 보니까 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계속 모르겠다고 하더라. 결정적으로 은이가 전도연에게 다가왔던 계기가 있었나.  

전도연: 은이의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웠다. 지나치게 순수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지나치게 순수하기 때문에 솔직한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전부 이해하고 촬영을 마친 것도 아니고. 은이에 대한 물음표를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었고, 촬영 내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했다. 그래도 감독이 처음부터 날 믿어줬고, 어느 순간 은이를 내가 너무 멀리서 찾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더라. 나 자신이 은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좀 편해졌다. 

  

Q . 마지막으로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 하녀 > 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 달라.  

윤여정: 우린 굉장히 행복하게 찍었다. 전도연이 칸에서 상을 탔다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처음 연기해보니까 대단하더라. 감독의 디렉션을 스펀지 같이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 전도연 정도의 나이에 내 태도가 저랬나 하면서. 전도연에게 많이 배우면서 했다. 이정재도 이번을 터닝 포인트로 삼았고. 우리 셋이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으니까. (웃음)  

이정재: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가기 쉽지 않은데, < 하녀 > 는 누구도 빠짐없이 열심히 그리고 아무 탈 없이 끝났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깊은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을 거 같다.  

전도연: 나도 촬영하면서 윤여정 선생님이나 서우에게 많이 자극받고 감동했다. 나이를 들어서 어떤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좀 더 나이든 배우가 된다면 저런 모습과 자세, 열정을 갖고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일단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고, 배우들이 다 열연을 해서 듣는 재미까지 있지 않을까?  

임상수 감독: < 하녀 > 는 원작의 기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막장드라마 스토리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걸 명품연기와 명품미술로 훨씬 더 세련되게 만들었다. 명품 막장 드라마가 나온 거 같다.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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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일 기대하고 있는 영화에요.^^
윤여정은 정말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전도연도 늘 실망 주지 않는 연기를 하니까요.
인터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Seong 2010-04-14 09:10   좋아요 0 | URL
김기영 감독 영화로 데뷰를 하고, 임상수 감독 영화로 제 2의 영화 인생을 사시니 그 감회가 정말 남다르실 것 같아요. 하지만 김수현 작가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출연하기 좀 난감했을 듯 하기도 하고... 결과물이 설명해 주겠죠.
^.^;

LAYLA 2010-04-14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기대!!! 아이언맨과 하녀만 기다리고 있숴요 ^.^

Seong 2010-04-14 09:10   좋아요 0 | URL
저는 <하녀>와 <나이트메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순오기 2010-04-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인터뷰 기사까지 하녀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여주네요.
감사~~~ ^^

Seong 2010-04-15 09:40   좋아요 0 | URL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

저절로 2010-05-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개봉해요!젤 먼저 보고올께요.기대만땅.

Seong 2010-05-14 14:36   좋아요 0 | URL
재미 있으셨나요? 전 재미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