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 (9)
               타이틀 May the Giant Be with You
               이야기 Mark Frost & David Lynch
               각본 Mark Frost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930
 

 

 

1. Season 2 

1990년 4월 8일 부활절(!) 일요일에 첫 방송을 탄 <트윈 픽스>는 드라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이 끝나고 커피와 체리 파이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트윈 픽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드라마 호사가들 뿐 아니라, 시사 주간지에서도 궁금해 하는 질문이 되었다.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SNL(Saturday Night Live)>, 심지어 아이들이 즐겨보는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서도 <트윈 픽스> 패러디를 볼 수 있었으니, 그 영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 1의 엄청난 성공으로 ABC TV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시즌 2를 제작했다. 데이빗과 마크에게는 이야기를 풀 수 있는 파격적인 시간이 주어졌으나, 이런 무한정한 시간이 <트윈 픽스>에 있어서 독(毒)이 될 줄은, 그들 자신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몰랐다. 

 

2. 데이빗 린치 

<트윈 픽스> 시즌 1의 사운드 믹싱을 하고 있던 기간에 데이빗 린치는 배리 기포드(Barry Gifford)의 펄프 픽션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1990년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이 수상에서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 적대적인 로저 이버트 옹의 야유는 꽤 유명한 일화다). 이 영화에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마크 프로스트와 시즌 2를 작업하고 있는 와중에 데이빗 린치는 여러 광고를 작업했고(이 중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Tour Teaser>도 포함되어 있다), 그가 작업한 그림과 사진, 조각을 아우르는 첫 전시회도 가졌으며, <블루 벨벳>부터 같이 작업하고 있는 음악감독 안젤로 바달라멘티, 싱어 송 라이터 줄리 크루즈와 함께 <산업 교향곡 1번: 헤어진 연인의 꿈(Industrial Symphony No. 1: the dream of the brokenhearted)> 뮤지컬을 공연했다(이 공연은 데이빗 린치가 비디오로 녹화해 두었는데, 워너사에서 비디오로 한 번 출시된 이후론 공개되지 않다가, <Green Lime Box Set>에 포함된 형태로 DVD로 출시되었다). 글자 그대로 데이빗 린치의 전성시대이자, 데이빗 린치라는 이름이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된 시절이었다. 

  

시즌 1에서 파일럿과 두 번째 에피소드를 감독한 데이빗 린치는 시즌 2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감독한다.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는 로라 파머의 죽음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봉합하는 동시에, “자, 이제 여러분이 잠시 잊고 있었던 로라 파머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데이빗 린치의 짓궂은 인사말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불길하다 못해 사악하며, 시즌 1에서 스쳐지나갔던(하지만 정말 중요한) 밥과 제라드가 다시 등장한다. <트윈 픽스> 두 번째 시즌은, 잊을 만 할 때에 다시 본령의 세계로 돌아와 새로 시작한다.  

 

 

3. 이야기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특별 수사관 데일 쿠퍼는 비몽사몽간에 거인을 본다. 거인은 로라 파머의 사건에 대한 단서를 수수께끼로 들려준다. 데일은 보안관들에 의해 발견되고, 다음날 법의학 전문가 알버트 로젠필드가 고든 콜의 지시로 트윈 픽스에 도착, 데일의 피격 사건과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을 같이 조사한다. 

로라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자끄 르노를 죽인 리랜드 파머는 밤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탈색 됐다. 마찬가지로 유력한 용의자인 리오 존슨은 행크 제닝스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다. 거인의 단서와 보안관보 앤디의 조사로 리오 존슨은 이 연쇄 살인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가 죽었을 때 감옥에서 투옥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는 이 사건의 알리바이가 있었고, 수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바비 브릭스의 음모로 마약 소지건으로 유치소에 갇힌 제임스 헐리는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해리 보안관에게 알려준다. 병원에 있는 자코비 역시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다나 해이워드와 매기 퍼거슨은 유치소에 수감된 제임스를 대신해 독자적으로 로라의 죽음에 대해 알아본다. 그들 앞에 ‘무료 급식 봉사 활동(Meals on Wheels)'에 대해 알아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오드리 혼은 기지를 발휘해 아버지 벤자민 혼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녀는 ‘애꾸는 잭’에 갇힌 채, 데일이 구해주기를 기도한다. 

잠자리에 든 데일은 다시 한 번 거인을 만난다. 그리고 로라가 살해될 때 같이 있었던 로넷 풀라스키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4. 정리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떡밥들이 이번 회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사건 자체를 안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샘인데, 데일이 총을 맞은 그 밤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루시가 보고를 한다. 

루시: 리오 존슨이 총을 맞았어요. 자끄 르노는 교살 당했고요. 제재소가 불이 났고 셜리와 피트가 연기 질식을 한 상태예요. 캐서린과 조시는 행방불명이고요. 네이딘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혼수상태에요. 

그 밖에 자코비를 공격한 괴한과 마약 건으로 갇혀있는 제임스 헐리, 데일의 수사를 돕기 위해 홀로 ‘애꾸눈 잭’에 들어간 오드리 혼, 리오 존슨을 총으로 쏜 행크 제닝스와 그를 사주한 벤자민, 제리 혼 형제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5. 로라 파머 

자코비의 집에서 훔쳐온, 로라가 죽기 전날 녹음한 테이프를 들은 제임스는 해리 보안관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제임스: 로라는 항상 약에 절어서 이상한 말들을 하곤 했어요. ‘불’에 관한 시구를 읊고 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밥(Bob)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병원에 입원한 자코비를 찾아간 데일과 해리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자코비: 로라는, 본질적으로 두 개의 삶을 살던 아이었어요. 두 사람, 두 개의 자아, 이들이 문자 그대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죠. 그러다가 로라의 선하고 사랑스런 자아가 패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다른 쪽 자아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죠. 그녀가 죽기 이틀 전, 내가 마지막으로 그 애를 봤을 때, 로라는 어떤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어요. 난 그때 비로소 알아챘죠. 로라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해리: 그럼 자살이라고요?
데일: 로라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자코비: 알아요. 내 말은, 그녀는 그녀에게 닥친 죽음을 거부하거나 피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자코비의 이 말과 그녀에 대한 모든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로라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었으며, 그녀의 두 자아 중, 선하지 않은 자아가 이기도록 어떤 외부의 힘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녀를 악(惡)으로, 타락으로 이끌었을까? 애석하지만, 우리는 <트윈 픽스>에서 이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는 로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궁금해 할 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유는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이 대답은 드라마 종영 후 1년 뒤인 1992년에 제작된 <극장판 트윈픽스: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에서 다루지만, 영화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하는 결과를 얻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라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고통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지금 역시 부재한다. 

 

6. 살해 전날 로라의 행적 

시즌 1이 끝나고 거의 4개월 만에 시즌 2가 방송이 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때문에 데일은 모든 보안관들을 불러놓고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스크립트에서는 데일과 알버트의 설명과 그에 해당하는 자료 화면이 오버랩 되는 형식으로 묘사되었으나, 데이빗은 데일을 한 번 찍고 책상에 놓여있는 도너츠를 계속 따라가며 그 위에 바람 부는 숲, 범행 현장인 열차가 오버랩 되는 모습으로 찍었다. 로라가 죽은 날, 로라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월 23일.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고 로라는 학교를 떠나 더블 R 식당에 가다.
- 무료 급식 프로그램으로 더블 R 식당에서 노마에게 두 개의 포장 음식을 받고 배달하다.
- 배달이 끝나고 조시 패커드에게 가서 영어를 가르치다.
- 집에 돌아오고 부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 오후 7시에 바비 브릭스의 집에 가서 오후 9시까지 숙제를 하다. 바비 브릭스에 의하면 윤리 숙제였다고 함. 숙제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옴.
- 로라는 엄마 사라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감. 5분 후에 로라는 전화를 받다.
- 사라는 로라가 집을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제임스에 의하면, 로라는 제임스를 만나려고 로드하우스까지 맨발로 나타났다고 함.
- 그녀의 일기장에 “오늘밤, J를 만난다는 것 때문에 심란하다”는 글은 제임스(James) 헐리를 두고 쓴 말로 판명. 그녀는 이날 이별을 통보할 계획이었음. 이들은 제재소 근처 숲에서 약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눔.
- 새벽 12시 30분 스파크우드 교차로에서 로라가 제임스의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린 후 사라져버림.
- 로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딘가에서 리오 존슨을 만나고 자끄의 오두막으로 가다. 리오는 로라에게 마약을 대주었으며, 『플래시 월드』에 광고를 올려 포주 역할을 한 것으로 판명. 이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 역시 『플래시 월드』에 광고가 난 것으로 확인. 하지만, 리오는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 않음. 테레사 뱅크스가 살해됐을 때, 리오는 감옥에 있었음. 테레사 뱅크스의 손가락에서 'T'라는 글자가, 로라의 손가락에서 ‘R'가 나온 것으로 보아 두 사건은 서로 연관이 있음.
- 리오와 로라는 펄 호수 근처 어딘가에서 자끄와 로넷을 만나 함께 산 속 오두막으로 올라가다. 이들이 올라가는 소리를 마가렛(통나무 여인)이 듣다.
- 새벽 1시에 오두막에 도착하고 이들은 약과 술에 취한 파티를 벌인다. 로라는 묶인 채로 리오와 자끄 두 명과 성관계를 맺다. 리오가 자끄의 새 왈도를 풀어주어 로라를 쪼는 것을 구경하다.
- 리오와 자끄가 서로 싸우다. 자끄는 밖으로 나가서 갑자기 기절하고, 그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을 때, 리오, 로라, 로넷은 모두 사라졌다.
- 마가렛(통나무 여인)은 모두가 올라간 후, ‘세 번째 남자’가 그녀의 오두막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본다.
- 자끄와 싸운 후 리오는 로라와 로네를 오두막에 둔 채로 홀로 떠난다. 로라는 묶여 있었고, 이 ‘세 번째 남자’는 오두막에 들어선다.
- ‘세 번째 남자’는 수술용 장갑을 꼈고,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조심스러웠다. 남자는 로라와 로넷을 열차로 데려가 다시 묶는다.
- ‘세 번째 남자’는 로네를 둔탁한 물건으로 내려쳐 정신을 잃게 한 후, 로라를 죽인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그만의 시간을 보낸다.

- 그 동안 로넷은 정신을 차려 열차를 벗어나 숲으로 도망친다. 그 남자는 이 사실을 몰랐거나, 로넷이 사라진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쪽지를 남기고, 손가락에 종이를 넣고, 밖의 호수에 시체를 닦은 후, 비닐에 싸서 버린다. 그리고 로라의 시체는 바위 호숫가에서 피트 마르텔이 발견한다. 

 

7. 빅 에드 & 네이딘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는 두 개의 대형 삼각관계(빅 에드- 노마 제닝스 - 네이딘, 빅 에드 - 노마 제닝스, 행크 제닝스) 중 가장 큰 미스터리였던 빅 에드와 네이딘의 과거가 드디어 밝혀진다. 네이딘의 불안과 새 삶에 대한 강박, 그리고 네이딘에 대한 에드의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 밝혀지는 순간이다.  

데일: 에드, 언제 결혼했나요?
에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요. 사실 노마와 나는 고등학교 4년 내내 사귀었어요. 모두들 우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었죠. 당시 네이딘하고는 그저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어요. 그해 봄, 어느 주말에 노마가 행크와 같이 사라졌어요. 내 안에서 무언가 꼬이기 시작해 난 똑바로 앞을 볼 수 없었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 네이딘이 서 있었어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녔어요. 우린 밤새 달렸어요. 폭포를 지나 몬태나 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난 그녀에게 청혼했어요. 반쯤은 농담이었고, 반쯤은 술에 취해 한 얘기였고, 반쯤은 미쳤던 거지요. (...)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노마는 그 때 행크와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표정이란... (...) 우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어요. 난 아마도 그날 우리 결혼의 무효, 이혼,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하지만 네이딘은 정말로 행복해했어요.
그거 알아요? 내가 네이딘의 눈을 총으로 쐈어요. 신혼여행 첫날 우린 사냥을 나갔어요. 내가 총을 쐈을 때, 실수로 총알이 바위에 튀어 그녀 눈에 맞았어요. 그녀는 내 품에 안겨 누웠고, 난 그녀를 안고 미친 듯이 마을로 뛰어갔어요. 그녀는 그 일로 결코 울지 않았고, 날 비난하지도 않았고, 날 미워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몇 개월 후 노마와 행크가 결혼했어요. (...) 난 운명을 믿지 않아요.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을 뿐이에요. 

셜리의 병문안을 온 노마는 네이딘을 간호하는 에드의 모습을 보고 쓸쓸히 지나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에드의 마음에 들어갈 여지가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다.  

 

 

8. 비전 (Vision)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총 6개의 비전이 나온다. 이 비전들은 각 캐릭터의 꿈, 생각, 바람 등을 표현한다. 

 

8-1. 데일의 비전 (1) 

총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데일에게 룸서비스 웨이터(Hank Worden)가 다가온다. 그는 쓰러진 데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떠나간다(스크립트에서는 인물 묘사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데이빗은 룸서비스 웨이터를 가는귀가 먹은 노인으로 설정했고, 이후 나오는 거인과 연결고리로 삼았다). 이런 황당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인이 나타난다. 

거인: 당신에게 세 가지를 말해 주겠소. 내 말은 다 실현될 것이니, 날 믿어요.
데일: 당신은 누구죠?
거인: 친구라 생각하시오.
데일: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거인: 그 질문은 잘못됐어요.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요?”로 물어야죠. 첫 번째로 내가 당신에게 얘기해줄 것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 두 번째는,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는 화학 약품 없이 가리킨다.”
데일: 이게 대체 뭔 소리죠?
거인: 이것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전부요. 당신이 이 모든 것들이 실현되는 것을 알아챈다면, 다시 찾아오겠소. 우리는 당신을 돕길 원합니다.
데일: ‘우리’라니... 도대체 ‘우리’가 누구죠? 

이 수수께끼 같은 선문답에서 데일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자신이 총을 맞았을 때, 자끄 르노가 죽었으며, 바로 그 자끄 르노의 시체가 비닐 백에 담긴 모습과, 지퍼가 열린 비닐 백이 ‘마치 웃는 것 같은’ 모습을 확인한다. 처음부터 그래왔지만, 사건은 점점 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8-2 매디의 비전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와 사촌 매디 퍼거슨은 아침에 거실에서 서로 대화를 한다. 매디는 지난 밤 꿈 얘기를 하는데, 바로 이 장소 눈앞에 보이는 카펫에 이상한 자국을 봤다고 한다. 꿈 얘기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리랜드 파머가 등장을 하는데, 그의 머리색이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리랜드가 나가고, 깜짝 놀란 사라가 따라가는 동시에, 매디는 꿈에서 봤던 카펫 위의 자국이 생기는 환상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원래 스크립트에서는 카펫 위 자국이 아니라, 사라가 봤던 밥(Bob)을 보는 장면이었는데, 데이빗은 ‘너무 직접적인 제시’라 생각했는지 설정을 바꾸었다. 아마도 이때쯤, 데이빗은 로라의 범인을 생각해 놓은 게 분명하다. 

 

8-3. 셜리 존슨과 바비 브릭스의 비전 

남편 리오 존슨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연남 바비가 병문안을 오자 셜리는 뛸 듯이 기뻐한다. 이제 이들에게 리오는 글자 그대로 ‘역사’가 되었고, 이들의 미래는 기쁨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 셜리는 처음으로 바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바비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한다. “나도 자길 사랑하는 것 같아.” 이 젊은 두 연인은 서로의 사랑이 교차로를 지나는 지점에 서 있다.  

 

 

8-4. 브릭스 소령의 비전 

시즌 1에서 유난히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브릭스 부자(父子)가 시즌 2에서 화해를 한다. 화해라기보다는 서로 간에 이해와 위로를 보여주는 셈인데, 언뜻 들으면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곱씹어 들어보면, 세상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더할 나위 없이 따듯한 위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며 등을 두드려 주는 아버지를 아들들은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브릭스 소령: 지난밤에 자면서 비전을 보았단다. 꿈하고는 다른 것인데, 꿈은 잠재의식에 의해 그날 있었던 사건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것이라면, 비전은 산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신선하고 깨끗한, 마음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지.
바비: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 네.
브릭스 소령: 내 비전에서 난 광대한 저택의 베란다에 있었단다. 그곳은 눈부시게 빛나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빛나고 있었지. 난 이곳을 알고 있었어. 사실 난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단다. 이번이 내 첫 번째 귀향이었고, 내 존재의 가장 심연에 위치한 원천에 재회하는 것이었지. 나는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이곳이 깨끗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아채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단다. 전에 비해 방도 늘어났지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이곳과 잘 어울렸지. 내가 그 집의 응접실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구나. 내가 문을 열자, 내 아들이 거기에 서 있었단다. 바비, 네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건 바로 너였어. 넌 행복한 모습이었고, 근심이 없어보였으며, 조화와 즐거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어. 우리는 서로 껴안았단다. 서로 껴안았을 때, 그 포옹은 따듯하고 사랑스러웠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하나였단다. 내 비전은 거기서 끝이 나고, 난 너와 네 미래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기분을 느끼며 깨어났지. 그게 너에 대한 내 비전이란다.
바비: (믿지 못하는 표정) 정말인가요.
브릭스 소령: 이렇게 너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잘 되기를 바란다.
바비: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요, 아빠.  

 

8-5. 데일의 비전 (2) 

하루를 마치고 잠을 청한 데일에게 또다시 거인이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난 이유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거인: 깨워서 미안해요.
데일: 난 잠자고 있지 않았어. 난 자고 있지 않아. 고로 이건 꿈이 아니야.
거인: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을 잊어버렸소.
데일: 당신이 자끄에 관해 말한 것은 사실이었어요. 시체 비닐 백이었어요.
거인: 말 하지 말고 들어요. 한 번에 모든 대답을 찾으려 하지 말아요. 한 번에 돌 하나씩 내려놓아서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한 명이 숨은 범인을 봤습니다. 세 명이 그를 봤지만, 실체는 못 봤어요. 오직 한 사람만이 그를 봤고, 지금 얘기할 준비가 됐습니다.
데일: 로넷 풀라스키!
거인: 한 가지 더. 당신은 무언가를 잊고 있어요. 

바로 이 전 씬에서 우리는 오드리 혼이 데일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데일은 물론이고, 가족조차도 그녀의 부재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트윈 픽스>의 4명의 젊은 아가씨들- 오드리 혼, 다나 해이워드, 셜리 존슨, 매디 퍼거슨 -은 각자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8-6. 로넷의 비전 

시즌 1 파일럿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이후로 시즌 1 내내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로넷 풀라스키가 드디어 깨어난다. 그녀가 깨어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못해 <트윈 픽스>를 보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거의 ‘실신’상태로까지 몰고 갔다. 이때의 반향이 워낙에 대단해서 아직까지도 <트윈 픽스>의 장르가 ‘공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될 정도로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다.  

사실 스크립트에서 이 부분의 묘사는 굉장히 단출하다. 꽤나 평이한 구성과 묘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데이빗 린치의 섬세한 터치로 새롭게 태어난 킬러씬이다. 원래의 스크립트 묘사와 결과물을 서로 비교하면서 데이빗 린치의 창조의 비밀을 슬쩍 엿보는 재미도 꽤 솔찬하니 한 번 훑어보기로 한다. 

77. 실내. 병원 복도 - 밤
고요하고 어두운 복도로 카메라가 움직인다. 디졸브. 

78. 실내. 병실 - 밤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로넷 풀라스키 쪽으로 카메라를 움직인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카메라가 그녀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디졸브. 

79. 실내. 기차 - 밤
플래시백: 로넷의 시점; 소리와 화면이 왜곡되고 낯설어 보인다. 카메라는 그녀가 보는 것을 본다.
로라가 객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수술 장갑을 낀 두 손이 신경질적으로 작은 먼지 더미를 만들고 있다.
피가 떨어진다.
한 손으로 로라 목에 걸려있는 반쪽짜리 하트 목걸이를 떼어낸다.
피로 메모장에 글을 쓴다.
무거운 렌치를 들고 카메라 쪽으로 다가온다.
렌치가 위협적으로 카메라 위로 들려진다.
회색 머리의 밥이 보인다. 그는 렌치를 아래로 내려친다. 장면전환. 

80. 실내. 병실 - 밤
로넷의 눈이 떠지고 미칠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암전.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원래 스크립트에는 없는 부분이었지만, 데이빗은 데일의 독백을 과감하게 줄여버리고, 대신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데이빗 린치의 티베트 사랑에 대한 글을 참조하려면 시즌 1 두 번째 에피소드를 참조하시기를. 

 

자끄가 죽었을 때,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자코비에게 묻자, “무언가 탄 엔진 오일 같은 냄새가 났다”고 얘기한다. 이 단서는 <트윈 픽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하게 반복된다. 

 

해이워드 집안에 초대를 받은 파머 부부는 가족의 환대에 고마워한다. 그러다 리랜드가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는 1950년 찰스 월터스 감독이 연출하고 주디 갈랜드와 진 켈리가 주연한 <썸머 스톡(Summer Stock)>에 삽입된 노래다. 충분히 존재감 있는 기성곡을 자기 영화에 삽입하고 다른 사람이 도저히 쓸 수 없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드는 것은 분명 감독의 힘이라 볼 수 있다. 기성곡을 존재감 있게 쓰는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왕가위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10. 위령시(慰靈詩) 

파일럿에서 시를 쓰는 모습으로 잠시 출현했던 다나의 동생 해리엇 해이워드(Jessica Wallenfels)가 이번 회에선 로라를 위한 위령시를 낭독한다. 아마도 데이빗의 작품이 분명한 이 짧은 시는 로라와 그녀의 부모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난 그녀가 빛나는 것을 보았네
               어두운 숲 속에서
               난 그녀가 미소 짓는 것을 보았네
               우린 모두 울고 있었지만 난 보았네
               그녀가 웃는 모습을
               우리가 슬픔 속에서 난 그녀가 춤추는 것을 보았네
               그것은 내 꿈속에서 살고 있는 로라였네

               그것은 로라였네
               그 빛나는 것은 생명
               그녀의 미소는 말을 하네
               울어도 괜찮다고
               숲은 우리의 슬픔
               춤은 그녀의 부름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러 왔네

 

 

11.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1』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5월 12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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