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 Spl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영화 <스플라이스>는 인간이 창조한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약회사의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에드리언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난치병 치료용 단백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러 종류의 생명체에서 DNA를 뽑아 결합(스플라이스)시킨 후 진저와 프레드라는 단백질 덩어리 생명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을 합니다. 성공에 고무된 클라이브와 엘사는 인간의 DNA를 결합시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인간도 동물도 아닌 새로운 생명체를 이들 커플은 '드렌'이라는 이름을 짓고 마치 자식 같이 정성껏 키웁니다. 그러나 드렌이 자라면서 클라이브와 엘사 사이에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결국 이들은 드렌을 제거하기로 결정합니다. 

 

<스플라이스>는 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이야기는 서로 섞여 있는 게 아니라 단선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면, 턴을 하는 방식입니다. 다종의 유전자가 결합된 이야기답게,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결합시켜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오만한 창조주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실험을 하면서 윤리 보다는 호기심에 더 관심을 둡니다.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회사의 성공, 그리고 자신들의 성공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를 거부하는 젊은 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엘사는 아이를 낳기를 거부합니다. 과학자로서 모든 상황을 통제해온 그녀에게 아이는 감당 못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아이가 아닌 (말을 잘 듣는) 애완동물입니다. 드렌이 보통의 포유류 같이 기본적인 지능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있어서 축복으로 여겨집니다.  

세 번째는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드렌은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세 성인의 육체에 버금가는 성장을 합니다. 하지만 급격한 신체의 변화와 유아에 가까운 지능은 종종 드렌이 분노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 역시 사춘기를 맞이했을 때, 아이에서 어른으로의 과도기를 겪을 때, 알 수 없는 분노와 흥분을 겪었듯이 드렌 역시 이런 감정을 겪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클라이브와 엘사가 평상시에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절반이 욕입니다. 이들은 입에 "Fuck!"를 달고 삽니다. 물론 직장에서는 안 그러지요. 집에서, 아이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들은 서로 헐뜯고 비난합니다. 결국 집안 꼴은 엉망이 되고, 드렌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아동학대죠. 하지만 클라이브와 엘사는 드렌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드렌은 인간이나 자식이 아닌, 만들어진 괴물일 뿐이니까요. 결국 이런 오해와 몰이해는 네 번째 이야기에서 커다란 비극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어정쩡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비슷한 소재인 <스피시즈>와 같은 장르적인 쾌감도 없을뿐더러, 상당히 불쾌한 느낌만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중심은 새로이 창조된 생명체 드렌이지만, 드렌은 엘사의 말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존재로 나옵니다.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멋진 비주얼을 가진 독특한 생명체로서만 존재기에 관객들은 감정에 기대어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이야기의 톤이 바뀌는 바람에 캐릭터의 일관성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클라이브와 엘사의 행동은 각 이야기 안에서는 납득할만한 행동을 하지만, 전체로서의 이야기로 보자면,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인물들로 보입니다. 이것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 구조입니다. <스플라이스>는 4부작 미니시리즈를 거칠게 편집해 극장에서 상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부정적인 평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 것은 드렌이라는 크리처(혹은 신인류) 때문입니다.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 등의 특징이 살아 있는 드렌의 모습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와 마지막에 보이는 드렌의 날개는 황홀함과 공포를 함께 불러일으키는, 숨을 멎게 하는 명장면입니다. 하지만, 비주얼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스플라이스>는 분명 더 밀고 나갈 수 있는 영화였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가능성이 가능성으로만 머무르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아쉬운 법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랜드 엠파이어 - Inland Emp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는 결국 이야기입니다. 감독이 실험영화처럼 내러티브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 하더라도, 이미지와 사운드의 나열만으로 영화를 꾸민다 하더라도, 잘 짜인 단선적인 이야기의 편집 순서를 엉망으로 붙인다 하더라도, 결국 관객은 그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한 번에 감상해야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데이빗 린치의 <인랜드 엠파이어>를 감상하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작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불친절한 이야기의 잉여 부분을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 넣어 관객들이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면, <인랜드 엠파이어>는 그 잉여 자체가 내러티브의 한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얇게 펼쳐진 교집합과 여집합의 이야기였다면, <인랜드 엠파이어>는 꾹꾹 눌러 담은 다층으로 중첩되는 이야기입니다.

<인랜드 엠파이어>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데이빗 린치는 서로 상반된 이미지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화면은 레코드가 플레이되는 장면인데, 소리는 라디오 방송의 DJ 멘트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연속되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흘러나옵니다. 폴란드어로 진행되는 창녀와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호텔방에서 TV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한 여자, 그리고 토끼들이 벌이는 시트콤, 입구에 들어가고 싶은 폴란드어를 하는 '악령'의 이야기들이 모두 나온 후에야 이 영화의 중심 내러티브인 여배우 니키(로라 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니키는 <슬픈 내일의 환희>라는 영화에 출연합니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슬픈 내일의 환희>는 폴란드 영화 <47>의 리메이크인데, 원작은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주연배우들이 살해당해서 공개되지 못하고 사장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니키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영화 속의 현실과 영화 속의 영화를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영화와 현실이 서로 섞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다분히 평면적인 내러티브를 취했다면, <인랜드 엠파이어>는 3차원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니키/수잔의 관점으로만 이해하면 해결하지 못하는 잉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너무나 많은 부분이 이야기와 상관없는 부분으로 여겨지게 되어 영화 자체가 (의미 없는 쇼트들의 연속으로)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러니 관객들은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앞부분의 잉여들을 스스로 덧붙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구조가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앞뒤로 짜 맞추는 게 아니라 앞뒤 위아래로 짜 맞춰야 합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주연배우를 중심으로 한 역할 바꾸기 놀이였다면, <인랜드 엠파이어>는 이 역할 바꾸기 놀이에 (존재하지 않는) 원본과 리메이크의 관계까지 탐색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평면성이 아닌 이야기의 입체성. 데이빗 린치는 (보이는) 이미지로서의 3-D가 아닌, (이야기) 구조로서의 3-D영화를 만든 셈입니다.

물론 굳이 영화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볼 필요가 있는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빗 린치는 아무 생각(혹은 비판)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은 다른 이의 인생을 간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영화를 바라보는 것은 다른 이의 인생을 단지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때문에 영화가 진행된 지 140분이 지나서 영화 속 영화의 수잔(로라 던)이 하는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날 내가 일어나자마자 보게 되는 건 어제 있었던 일이라는 거죠. 꼭 내일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이란 건 스쳐 지나가죠. 아들이 죽고 나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내 주변의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나와 아무 상관없는 듯 지냈어요. 그냥 바라만 보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이... 영화가 끝나 불이 켜지기 전까지 말이죠. 난 멍하니 앉아 의아해 하는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됐지?"

데이빗 린치가 일반적인 극영화의 문법을 벗어나 거의 실험영화에 가깝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디지털 비디오(DV) 때문입니다. 그는 디지털 비디오를 접하고 나서 "다시는 필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필름은 너무나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물리적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이런 제약이 없습니다. 데이빗은 매일 시나리오를 써가며, 소수의 인원으로 퀼트를 완성해 나가듯이 영화를 찍었습니다. 마치 꿈을 꾸듯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엮어가면서.

그가 만든 <인랜드 엠파이어>는 분명 새로운 형식의 영화입니다. 너무나 한심한 단선적인 이야기들이 범람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데이빗 린치의 영화들은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데이빗 린치는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이라는 최신의 장비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21세기의 영화는 <아바타>가 아니라, 이미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시작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0-06-2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요? 솔직히 전 아바타 별로였답니다.
데이빗 린치가 작품성은 앞서 간다고 보여집니다.
좀 끌리긴 하네요.^^

Tomek 2010-06-29 08:39   좋아요 0 | URL
제임스 카메론이 대중에게 보이기위한 영화를 만든다면, 데이빗 린치는 대중이 따라오길 바라는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호불호가 너무나 확실히 갈리긴 하지만, 그 꿈같은 이미지와 사운드는 정말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고유한 문체인 것 같습니다. :)
 
필립모리스 - I Love You Phillip Morri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글렌 피카라와 존 레쿼가 각본과 감독을 맡고 짐 캐리와 유안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필립 모리스(I Love You Phillip Morris)>는 가능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혹시나 관심이 생겼다면, 절대로 TV에서 방영하는 스포일러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의 정보 홍수를 차단하고 필히 영화를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이런 표현이 식상해졌지만, 이 영화는 각 장면이 다이너마이트인양 쉴 새 없이 보는 이의 웃음과 눈물을 쏟아 붓게 만듭니다. 특정 정서상 거부감을 느끼는 영화일 수도 있으나, 유안 맥그리거의 빠져들 듯한 파란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그런 감정은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정보를 알면 알수록 그만큼의 재미가 반감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 모든 리뷰나 40자평 따윈 치워버리고, 무조건 영화를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리뷰 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리신 분들이라면,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에 관한 글을 더 궁금히 여기시는 분들이시겠지요. 그러면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필립 모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영화 초반에 떡하니 자막을 박아놓아 영화의 재미가 상승했듯이, <필립 모리스>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영화의 처음은 병상에 누워 있는 스티븐 러셀(짐 캐리)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스티븐은 친모를 찾아다닙니다. 결국 그는 친모를 만나지만, 친모는 그를 거부하지요. 여기까지는 뻔해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초반부부터 의외의 선회를 하곤 합니다. 결혼해서 귀여운 딸까지 있는 스티븐은 게이입니다. 영화는 아내와의 미적지근한 섹스와 다른 남자와의 화끈한 섹스를 보여주면서 보는 이를 거의 패닉상태에 빠뜨리게 합니다. 그는 화려한 게이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보험사기를 치다가 감옥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적인 사랑 필립 모리스(유안 맥그리거)를 만납니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짐 캐리의 게이 연기는 지나치게 양식적입니다. 그는 <케이블 가이>에서 잠깐 보여줬던 프레디 머큐리의 연기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봐왔던 게이를 연기합니다. 지금이 90년대라면 이런 묘사는 웃음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이미 수많은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게이 영화들을 봐온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불편하게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을 상쇄시키는 것이 바로 필립 모리스 역의 유안 맥그리거입니다. 유안은 정극영화에 어울리는 톤으로 필립 모리스를 연기합니다. 그가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애처롭게 스티븐을 바라볼 때면, 코미디는 멜로의 영역으로 넘어옵니다. 스티븐의 부고 소식에 무너지며 꺽꺽 쏟아지는 울음을 참아내는 모습은 내용을 다 알고 본 저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고 애처로웠습니다. 이 영화는 짐 캐리의 평범한 코미디 영화로 흐를 수도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 유안 맥그리거가 훌륭히 중심을 잡아주어 충분히 균형감 있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비교를 비교로서 허락한다면, <밀양>의 전도연과 송강호의 관계랄까?)   

 

영화는 게이라는 소재보다는 '사랑'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스티븐이 보험사기를 쳤던 것도, 후에 필립과 같이 살면서 사기를 치는 것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하게 잘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 하지만, 필립은 말합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이런 물질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야. 당신만 있으면 돼." 감옥에 있으면서도 스티븐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필립을 만나러 탈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당신이 필요하다는 필립의 그 말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To Die For.  

 

 

* 덧붙임:  

1. 영화 개봉일이 6월 24일에서 7월 1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월드컵의 영향인 듯 합니다. 

2. 2006년 필립 모리스는 석방되고, 스티븐 러셀은 144년형을 받고 하루 23시간 독방에 감금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스티븐은 필립 만나기 위해 매번 13일의 금요일에 탈옥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필립 모리스가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실제 필립 모리스가 이 영화에 까메오 출연을 했습니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나옵니다. 

 

4. 파고세운닥나무 님께서도 언급하신 다른 '모리스' 영화도 있습니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문예영화 <모리스>가 있지요. 풋풋한 휴 그랜트를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 


댓글(10) 먼댓글(1)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영화 필립모리스_김명민을 능가한 짐캐리의 체중감량까지도 모두 리얼이다!!!
    from 완득이네 골방 2010-06-25 13:10 
    [영화 필립모리스 2010.07.01 개봉예정] 운좋게 시사회표를 양도 받아서 보게 된 영화였다. 주인공 짐캐리와 이완 맥그리거... 영화가 무슨 내용이든 재미가 어떻든 무조건 봐야할 것만 같았던 이 영화는 놀랍게도 100% 실화라고 포스터에 떡하니 적혀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짐캐리이고 그렇다면 코미디 영화일듯한데 100% 실화라는 표현은 어떤 다른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졌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경찰관으로 있었던 주인공 스티븐은 죽을..
 
 
stella.K 2010-06-2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이안 맥그리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유안으로 바뀐 모양이죠?
동성애 영화는 저로선 아직...ㅠ

Tomek 2010-06-24 15:42   좋아요 0 | URL
아직 표기는 '이완'으로 되어 있는데, 본국에서는 '유안'이라고 발음을 하기에 유안으로 표기했습니다. 외국인들의 이름은 어떻게 표기해야 맞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그 나라에서 불리는 대로 표기해야 맞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그렇지 않으면, 성룡이나 주윤발 처럼, 우리식으로 굳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소리나는대로 표기했습니다. :)

동성애 영화지만 굉장히 재미있으니 두 눈 딱 감고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stella.K 2010-06-25 10:47   좋아요 0 | URL
두 눈 딱 감고...?
그럼 영화를 어케 봐요.ㅋㅋ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E.M.포스터의 <모리스>와는 관련이 없죠? <모리스>도 동성애를 다룬 소설인데요. 그저 동명이인일 뿐이겠죠?

Tomek 2010-06-24 16:19   좋아요 0 | URL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E.M. 포스터와는 아무 관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4 15:58   좋아요 0 | URL
네^^: 시대도 다르고 말이죠.
묘하게도 이름이 같아서요......

Tomek 2010-06-24 18:52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영화로도 봤어요. 휴 그랜트가 주연했던 영화! 제임스 아이보리가 만든 시대극이었죠! :)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5 09:57   좋아요 0 | URL
영화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아시네요.
헨리 나웬이란 신부이자 기독교 작가가 있는데요. 이 분이 실은 동성애자였다고 해요. 평생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와 어느 날 영화 <모리스>를 보다가 보는 내내 펑펑 울었다고 해요. 친구가 의아해 했는데, 동성애자란 걸 알게 되었죠. 자신이 지닌 신분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성적 취향 때문에 이 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김두식 교수의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2010-06-24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0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 A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권영철 감독의 <나쁜놈이 더 잘잔다>에는 진짜 나쁜 놈들만 나옵니다. 이 영화에는 관객이 심정적으로 기댈만한 인물들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안타까움이나 동정 같은 감상은 이 영화에 개입 될 여지가 없습니다. 그가 그린 세상은 윤리가 개입할 수 없는 약육강식의 세계니까요. 영화는 평범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텅 비어지는가를 보여줍니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인간이 만들어낸 윤리의 잣대를 넘어선 초월성에 대한 질문이었다면, 권영철 감독은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에 대해 질문합니다.  

영화는 피투성이가 된 주인공이 돈가방을 챙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플래시백. 감옥에 간 아버지의 빚을 떠안은 윤성(김흥수)은 어떻게든 동생들을 데리고 한국을 뜰 생각을 합니다. 윤성의 동생 혜경(조안)은 연예계에 데뷔할 요령으로 학교 일진들에게 계속 접근합니다. 윤성의 친구 종길(오태경)은 아마추어 포르노에 출연하며 근근이 해결사 노릇도 하는 양아치입니다. 그리고 종길의 친구 영조(서장원)는 연예 기획자를 사칭하며 멋모르는 여학생들에게 접근합니다. 그는 여자라면 엄마뻘부터 어린 동생뻘까지 가리지 않고 잡니다. 이들은 언제나 한탕을 꿈꾸며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성은 도박 사기로 갚아야 할 빚을 모두 날리자 종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윤성과 종길과 영조는 포르노 영화감독이자 장물애비인 이 감독에게 총을 구하고, 이들은 윤성이 사기를 당한 하우스를 털고 내친김에 시골 신협까지 텁니다. 각자 돈을 나눈 뒤, 윤성은 빚을 갚습니다. 그리고 은행 강도 사건 수사도 흐지부지 되어 모든 것이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성의 강도 행각이 들통 나면서, 혜경이 영조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꼬여가기 시작합니다.   

 

오프닝을 제외한 도입부에서, 윤성은 그저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부채를 떠안고, 사채업자들의 협박 전화를 견뎌가며 동생들을 먹이며 살아갑니다. 취객을 상대로 한 강도짓이나, 포르노 출연과 같은 유혹이 그에게 다가오지만, 그는 거부합니다. 인간으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아직은 남아있는 것이죠. 반면, 윤성과 종길은 영화에 등장할 때부터 나쁜 놈으로 나옵니다. 이들에게 윤리는 힘과 돈입니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모태악인은 아니었을 겁니다. 세상이 그들을 조금씩 선을 넘게 했을 것이고, 이들은 자신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모를 뿐입니다. 

이들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이 감독, 그리고 이 감독 위에 있는 영화 제작자(기주봉 씨의 특별 출연!)입니다. 이들은 어른으로써 조금의 주저함이나 양심도 없이 세 명, 아니 네 명의 젊은이들을 감자탕 등뼈 빨아대듯이 쪽쪽 빨아댑니다. 윤성 또한 아버지의 빛을 떠안은 경우고, 그런 그를 사기 치는 인물들은 모두 어른들입니다. 그가 정상적인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를 둘러싼 상황은 그에게 나쁜 짓을 강요하고, 그는 점점 나빠집니다. 그는 자기는 망가지더라도 자신의 마지막 보루인 가족만은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동생들도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쁜놈이 더 잘잔다>는 할 수 있는 일이란 나쁜 일 밖에 남지 않아 결국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자멸극입니다. 

  

권영철 감독이 바라보는 세상은 나쁜 놈들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우린 이런 세상에 이렇게 삽니다. 뛰어난 영어 실력, 전문가 뺨치는 사진술, 월등한 체력, 기성세대들이 전문가라 칭하는 능력을 지금의 젊은이들은 (웬만큼)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구직난이라는 이유로) 이 세상에 편입되지 못합니다. 기성세대들은 이 뛰어난 인재들을 통솔하기 위해 모두들 늑대로 만들어 서로 싸우게 하고 상처 입힌 다음에야 아주 조금 썩은 고기를 생색내어 나누어 줍니다. 자기화 시키는 것이죠. 미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미쳐야 하듯이, 나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빠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이 세상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야죠. 이미 오래전에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가치는 돈과 힘이라는 절대 권력에 흡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나쁜 놈은, 바로 우리가 살고, 우리가 만든 이 세상입니다. 전체로서의 세상은 이렇게 사회의 끄트머리에 기대어 살고 있는 이런 후줄근한 인생들 몇 명 없어졌다고 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개체로서의 나는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어제와 같은 숙면을 취할 것입니다.  

  

 

*덧붙임:  

1. 영화의 착착 들러붙는 대사와 흥미로운 상황 설정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총 한 자루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연출도 정말 뛰어났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초반에 쓰인 관습적인 음악이 좀 아쉽습니다.  

2. 가편집본이 3시간이 넘는다고 합니다. 감독판을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10-06-2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은 놈은 발 뻗고 자고 때린 놈은 움추리고(?) 잔다는 말과 대립되는 제목일 수 있겠군요.
선과 악의 차이.
나쁜 놈을 양산하는 것은 결국 사회겠지요.
정의되지 않은 사회,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이용당하느냐 이용하느냐의 차이에 선과 악이 나누어지면 결국 이용당하는 입장에서는 험악하고 살아가기 고통스러운 사회가 되겠지요.
사람들이 만나서 인격적으로 대접받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는 유토피아같은 사회.
과연 가능할까요?

Tomek 2010-06-24 09:05   좋아요 0 | URL
모두가 평등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유토피아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얼마나 다른 사람을 서로 인정하고 같이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요즘들어 발생하는 강력범죄들을 보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고 선을 그어 지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의 생각이죠. 저도 나이가 들어가나봐요...

pjy 2010-06-2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워들은 말 있는데 느낌상 비슷한듯..
부패를 근절할 수 없다면 좀 더 부패의 기회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래서 점점 다 나쁜 놈이 되는거겠죠ㅡㅡ;

Tomek 2010-06-24 09:07   좋아요 0 | URL
결국 나쁜놈들만 남게 되면, 그 안에서 또 좋은놈과 나쁜놈이 갈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윤리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게 아닐런지...
:)

Mephistopheles 2010-06-2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제목 심하게 공감합니다.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잔다..이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Tomek 2010-06-24 15:4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윤리와 도덕, 법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쁜 놈들은 저런 것 없이도 잘 사니까요.
 
섹스 앤 더 시티 2 - Sex and the City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상대적으로 1편 보다 볼거리가 없다는, 다소 실망"이라는 평을 마음에 안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이게 왠걸, 1편보다 100배는 더 웃어버렸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드라마틱했던 1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디테일하게, 그러나 시리즈의 매력답게 코믹하고 쿨하게 그려냈습니다.  

반평생을 그렇게 소원해마지 않던 빅과의 결혼 생활에서 sparkle을 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캐리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말도 못하게 지치는 샬롯 , 워킹 맘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수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미란다, 그리고 갱년기로 치닷고 있는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고야 말겠다는 데 혼혈을 기울이는 일에서나 연애에서 당당하고 쿨한 사만사!  

이 네명의 여인네들은 전보다 더 늘은 주름을 갖고 돌아왔지만 그들의 주름을 능가하는 공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자신합니다. 특히나 2편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왕언니 사만사로 인해 제아무리 극장에서 숨죽여 보는 소심맨이라 할지라도, 최소 한번은 손벽을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들뜬 가슴으로 신명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 내내 내 귀를 쫑긋하게 만들던 멋들어진 음악들도 한 몫했고요.  

당장 답답한 마음을 풀, 수다를 떨을 마땅한 친구가 없다면 극장으로 향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네명의 여인들이 스파클링 와인처럼, 당신의 마음을 뻥 뚫리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특히나 아직 신혼 부부인 분들이라면 더욱 더!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6-17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0-06-1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못봤지만, 더 재미있을 거라 예상했답니다. 기혼자의 직감으로 말하자면, 서로의 살이 시큰둥해지면, 뭔가 신나는 꿍꿍이가 생기거든요(뭐래~)ㅋㅋㅋ
주말에 그녀의 옷장과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Tomek 2010-06-19 07:40   좋아요 0 | URL
예상외로 재미있었어요. 고맙습니다. :)

baboco79 2010-06-2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선 여자들이 모두 그녀들처럼 dress up하고 영화를 보러옵니다. 영화는 전혀 현실적이지않지만 여자들이 모두 '갈망'하는 삶이지요..특히 30대가 넘어간 저같은 싱글들에게는 더욱이..ㅎㅎ 하지만 남자들도 이 영화의 비현실성을 알아야합니다. 사만싸같은 여자 없습니다.ㅎㅎ

Tomek 2010-06-27 22:01   좋아요 0 | URL
본국에서도 갈망하는 삶이라니... ㅠㅠ

2010-06-2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