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 I Love You Phillip Morri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글렌 피카라와 존 레쿼가 각본과 감독을 맡고 짐 캐리와 유안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필립 모리스(I Love You Phillip Morris)>는 가능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혹시나 관심이 생겼다면, 절대로 TV에서 방영하는 스포일러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의 정보 홍수를 차단하고 필히 영화를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이런 표현이 식상해졌지만, 이 영화는 각 장면이 다이너마이트인양 쉴 새 없이 보는 이의 웃음과 눈물을 쏟아 붓게 만듭니다. 특정 정서상 거부감을 느끼는 영화일 수도 있으나, 유안 맥그리거의 빠져들 듯한 파란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그런 감정은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정보를 알면 알수록 그만큼의 재미가 반감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 모든 리뷰나 40자평 따윈 치워버리고, 무조건 영화를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리뷰 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리신 분들이라면,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에 관한 글을 더 궁금히 여기시는 분들이시겠지요. 그러면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필립 모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영화 초반에 떡하니 자막을 박아놓아 영화의 재미가 상승했듯이, <필립 모리스>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영화의 처음은 병상에 누워 있는 스티븐 러셀(짐 캐리)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스티븐은 친모를 찾아다닙니다. 결국 그는 친모를 만나지만, 친모는 그를 거부하지요. 여기까지는 뻔해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초반부부터 의외의 선회를 하곤 합니다. 결혼해서 귀여운 딸까지 있는 스티븐은 게이입니다. 영화는 아내와의 미적지근한 섹스와 다른 남자와의 화끈한 섹스를 보여주면서 보는 이를 거의 패닉상태에 빠뜨리게 합니다. 그는 화려한 게이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보험사기를 치다가 감옥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적인 사랑 필립 모리스(유안 맥그리거)를 만납니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짐 캐리의 게이 연기는 지나치게 양식적입니다. 그는 <케이블 가이>에서 잠깐 보여줬던 프레디 머큐리의 연기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봐왔던 게이를 연기합니다. 지금이 90년대라면 이런 묘사는 웃음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이미 수많은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게이 영화들을 봐온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불편하게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을 상쇄시키는 것이 바로 필립 모리스 역의 유안 맥그리거입니다. 유안은 정극영화에 어울리는 톤으로 필립 모리스를 연기합니다. 그가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애처롭게 스티븐을 바라볼 때면, 코미디는 멜로의 영역으로 넘어옵니다. 스티븐의 부고 소식에 무너지며 꺽꺽 쏟아지는 울음을 참아내는 모습은 내용을 다 알고 본 저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고 애처로웠습니다. 이 영화는 짐 캐리의 평범한 코미디 영화로 흐를 수도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 유안 맥그리거가 훌륭히 중심을 잡아주어 충분히 균형감 있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비교를 비교로서 허락한다면, <밀양>의 전도연과 송강호의 관계랄까?)   

 

영화는 게이라는 소재보다는 '사랑'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스티븐이 보험사기를 쳤던 것도, 후에 필립과 같이 살면서 사기를 치는 것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하게 잘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 하지만, 필립은 말합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이런 물질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야. 당신만 있으면 돼." 감옥에 있으면서도 스티븐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필립을 만나러 탈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당신이 필요하다는 필립의 그 말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To Die For.  

 

 

* 덧붙임:  

1. 영화 개봉일이 6월 24일에서 7월 1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월드컵의 영향인 듯 합니다. 

2. 2006년 필립 모리스는 석방되고, 스티븐 러셀은 144년형을 받고 하루 23시간 독방에 감금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스티븐은 필립 만나기 위해 매번 13일의 금요일에 탈옥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필립 모리스가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실제 필립 모리스가 이 영화에 까메오 출연을 했습니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나옵니다. 

 

4. 파고세운닥나무 님께서도 언급하신 다른 '모리스' 영화도 있습니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문예영화 <모리스>가 있지요. 풋풋한 휴 그랜트를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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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필립모리스_김명민을 능가한 짐캐리의 체중감량까지도 모두 리얼이다!!!
    from 완득이네 골방 2010-06-25 13:10 
    [영화 필립모리스 2010.07.01 개봉예정] 운좋게 시사회표를 양도 받아서 보게 된 영화였다. 주인공 짐캐리와 이완 맥그리거... 영화가 무슨 내용이든 재미가 어떻든 무조건 봐야할 것만 같았던 이 영화는 놀랍게도 100% 실화라고 포스터에 떡하니 적혀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짐캐리이고 그렇다면 코미디 영화일듯한데 100% 실화라는 표현은 어떤 다른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졌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경찰관으로 있었던 주인공 스티븐은 죽을..
 
 
stella.K 2010-06-2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이안 맥그리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유안으로 바뀐 모양이죠?
동성애 영화는 저로선 아직...ㅠ

Tomek 2010-06-24 15:42   좋아요 0 | URL
아직 표기는 '이완'으로 되어 있는데, 본국에서는 '유안'이라고 발음을 하기에 유안으로 표기했습니다. 외국인들의 이름은 어떻게 표기해야 맞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그 나라에서 불리는 대로 표기해야 맞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그렇지 않으면, 성룡이나 주윤발 처럼, 우리식으로 굳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소리나는대로 표기했습니다. :)

동성애 영화지만 굉장히 재미있으니 두 눈 딱 감고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stella.K 2010-06-25 10:47   좋아요 0 | URL
두 눈 딱 감고...?
그럼 영화를 어케 봐요.ㅋㅋ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E.M.포스터의 <모리스>와는 관련이 없죠? <모리스>도 동성애를 다룬 소설인데요. 그저 동명이인일 뿐이겠죠?

Tomek 2010-06-24 16:19   좋아요 0 | URL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E.M. 포스터와는 아무 관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4 15:58   좋아요 0 | URL
네^^: 시대도 다르고 말이죠.
묘하게도 이름이 같아서요......

Tomek 2010-06-24 18:52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영화로도 봤어요. 휴 그랜트가 주연했던 영화! 제임스 아이보리가 만든 시대극이었죠! :)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5 09:57   좋아요 0 | URL
영화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아시네요.
헨리 나웬이란 신부이자 기독교 작가가 있는데요. 이 분이 실은 동성애자였다고 해요. 평생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와 어느 날 영화 <모리스>를 보다가 보는 내내 펑펑 울었다고 해요. 친구가 의아해 했는데, 동성애자란 걸 알게 되었죠. 자신이 지닌 신분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성적 취향 때문에 이 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김두식 교수의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2010-06-24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0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