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와우북에서 적지 않은 책을, 이곳저곳의 온라인 서점에서 적지 않은 책을, 지금도 매일 택배아저씨가 던져주는 책들(정말 우리동네 택배 아저씨들은 왜 책을 문앞에 두고 가는거야 ㅠㅠ)이 꾸준한 요즘이다. 그러면서 읽고 있는 책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사실 뭔가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근래 너무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만 읽은 건 아닐까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책꽂이에 꽂힌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언젠가 누가 TV에서 윤종신씨가 반년은 예능을 실컷 하다가 반년은 가수로서의 고민에 빠지는 것이 반복된다고 하던데 나도 비슷한 것 같다. 한 반년은 실컷 사는 데 열중하며 합리화, 정당화를 신 나게 하다가 또 반년은 사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의 반복이 되는 것이 말이다. 요즘은 후자의 시기인 듯 하다. 아마 가을이라는 계절도 한 몫하지 싶다.

 

근래 묵직한 책들을 읽고 있고 앞으로도 한 두권 계획된 책들이 좀 묵직한데 가벼운 책들을 사이 사이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이건 뭐 마치 의무감으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책 읽는 것이 즐겁다. 말투가 영 가을스럽다. 사놓고 읽지 않은 <모든 게 노래>를 비롯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적지 않지만 또 습관처럼 온라인 서점에 매일 들어오니 새로 나온 책들도 보게 된다. 사던 안사던 어떤 책이 나오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사던 안사던이라고 했지만 그 중 많은 책이 구입 목록에 언젠가 오르는 것을 보면 관심 신간을 정리하는 페이퍼가 스스로에게 책을 살 때 충동구매를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또 오늘 한 블로거가 추천한 책이 맘에 든다고 해 주셔서 누군가에게 함께 책을 고른다는 의미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꽤나 좋다. 오늘은 좀 가을의 마음을 봄처럼 느끼게 할 책들에 눈길이 간다. 이렇게 책을 고르고 페이퍼를 쓰다보면 두 시간 훌쩍(정말 책을 취향 따라 고르자니 책 고르는 데 적잖은 시간이 흐른다. 그 점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기도 한다. "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고르니?"라고.) 충만하게 간다. 두 시간 후엔 좀 박탈감도 들지만 말이다.

 

 

[오늘, 수고했어요], 이수동 (알라딘가 12,420원)

 

 <토닥토닥 그림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수동 화백의 신간이 한달 전쯤 출간되었다. 사실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어찌나 사랑하시던지 한동안 트위터엔 이 책의 구절과 그림이 많이 올라오곤 했다. 그때 난 좀 무거운 느낌이 좋아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요즘 같이 무게가 느껴지는 때에 읽으면 봄처럼 가벼운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늦게나마 추천해 본다. 출간 당시만 해도 사은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포스트잇을 준다^^

 

 

 

 

눈여겨 보지 않을 때에는 표지도 내 보기엔 그저 그랬는데 미리보기로 속을 보니 안에 담긴 그림들이 정말 너무 탐나게 예쁘다. 엽서로 제작되면 모조리 사고 싶을 정도로. 이 책 읽고 나면 그 그림들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을 것 같다. 가을 날 봄바람을 마주하는 기분, 좋다 딱 좋다!!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알라딘가 11,700원)

 

 중견시인 김사인의 시 감상글 모음이라고 해야할까, 시 해설서라고 해야할까? 시가 해설이 어디있겠는가 싶으니 감상글 모음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만 시인의 감상이니 해설에 더 가까운 감상일 수도 있겠다. 시가 뭐가 가볍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시집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한 시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독서이지만 이런 류의 책들은 다양한 시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느낌이 가벼워진다. 비슷한 책으로 권혁웅 시인의 <당신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시인의 해석이 나와 같거나 다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은 기억이 괜찮았다. 더구나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이런 스타일의 시 감상서가 편할 것 같아 추천해 본다. 사이버 문학광장의 세번째 문학집배원인 나희덕 시인의 배달시(?)모음집인 <유리병 편지>도 괜찮을 것 같다.

 

 

[체호프 유머 단편집], 안톤 체호프 (알라딘가 14,720원)

 

 

체호프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고 어떤 책이 유명한지도 알지만 난 체호프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누군가의 책을 읽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책 좀 읽는다고 말하기엔 또 썩 당당하지 못하다. 사놓은 책은 물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단언컨대 '유머'라는 말 때문이다. 그것도 단편으로. 이 책은 안톤 체호프가 돈이 필요해서 썼던 유머 소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작가의 초기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더 끌리는데? 왠지 내가 읽게 될 체호프의 '첫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체호프는 시기별로 읽는 걸로!^^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 홍희정 (알라딘가 8,550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제 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홍희정의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이다. 이 책 출간 소식에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홍희정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죄송하게도 처음 접했다. 그럼? 당연히 제목 때문이다. 왠지 뒤에 '바쁘면 말고......'라고 말을 흐릴 것만 같다.

 

출판사 트위터에 올라오는 이 책의 구절들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행복해진다. 따뜻해진다. 문학동네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몇 구절을 옮기며 오늘 책 소개는 끝! 아마 읽다보면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몇 살을 먹어도 좋은 법이야.  https://twitter.com/munhakdongne/status/389583151460147200

 

무엇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어. 초승달을 떠올리게 하는 웃음이랄까. 구름이 스르르 비켜나면서 살며시 드러나듯 애틋하게 빛나는 미소 말이야. 그래서 얘기했지. 뭐라고요?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달라고.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652966686720

 

그 사람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우주의 모든 애정을 받는 것 같은 느낌,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모아 밤새 태산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마음껏 누려야 돼.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43209884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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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탐험 -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2
마디아스 피카르 지음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3D책을 처음 읽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흑백으로 된 3D는 처음이다. 흑백으로 3D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3D책의 목적에 화려한 볼거리 제공도 포함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흑백 3D는 어떤 느낌일까,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바닷속이면 열대어나 물풀들을 포함하여 각종 동식물들의 색깔이 화려하던데 해저를 흑백으로 탐험한다?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 반 기대반으로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백이기 때문에 3D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색이 화려했다면 색에 묻혀서 입체감이 덜 느껴졌을데 흑백으로 표현되니 입체감이 그야말로 3D였다. 일반적으로 입체라고 부르는 것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가장 가까이 , 그리고 그 아래, 그 더 아래, 그 더더 아래의 이중 삼중의 깊이감이 느껴졌다. 참 신기한데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쉽다. 오죽하면 입체 안경 안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을까? 물론, 실패했다. 이 신기함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가 있다.

     

 

 

 <그림 1>                         <그림 2>                          <그림 3>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지만 또 무척 흥미롭다. 기본적으로는 <그림 2>의 마을에 사는 <그림 1>의 아이가 <그림 3>의 방식으로 바다 아래를 탐험하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일종의 판타지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것으론 이건 너무나 턱없는 설명이다. 아이와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간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스토리, 그게 바로 이 그림책의 진짜 스토리이다.  스토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글밥이 없다. 스토리는 입체 안경을 낀 사람 마음이다. 그 점이 더 맘에 든다. 무한한 상상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의 스토리조차도 달라진다. 그 변화무쌍함이 이 책을 자꾸 반복해서 읽게 하는 힘이다.

 

아이는 오늘 아침에 유치원에 가기 전에도 이불 위에서 내복 바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입체 안경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그 사이즈가 아이들에게 딱이다. 사실 책을 처음 받고 입체안경을 제일 먼저 꺼내게 되는데 2개가 들어있다는 점도 센스 있었지만 그 크기가 아이들 얼굴에 딱 맞는다는 점이 더 좋았다. 기존의 많은 책들은 어른인 내가 써도 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이는 이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비밀 창고에 보관해둔다. 어쨌든 오늘 아침에도 그 입체 안경을 쓰더니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고 특정 부분에 고개를 들이밀면서 본다. 이야기 후반부에 물회오리에 빨려들어가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인데 자기가 마치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참 기가 막히게 귀엽다.

 
   

   

 

 

좋은 그림책의 조건 중에 하나가 그림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촉진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글밥 대신 입체감을 준 이 책은 좋은 그림책이다. 더구나 보림 출판사의 이 제본 크기의 책들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견고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오래 두고 놀면서 상상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형제가 있다면 같이 쫑알거리며 함께 3D안경을 쓰고 봤을 텐데 괜히 미안하다.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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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한 날이었나 보다. 글시가 하하하 어이없게 웃기다. 그 와중에 어려운 책도 읽었네 ㅠㅠ

 

20130803

오랜만에 알딸딸하게 취했다. 취할수록 잠든 아이가 보고 싶었고 예상치 못하게 책이 읽고 싶어졌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강신주와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이다. 스스로도 술이 취한 순간 책이 읽고 싶어졌다는 사실이 우스웠지만 지금 나는 [독서의 역사]를 읽다 말고 일기를 쓴다.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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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책값은 책 나름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소엔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은 한다. 차 한 잔, 식사 한 끼 값도 안된다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한 달에 차 한 잔 사 마시고, 식사 한 끼만 사먹는 사람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또 책값이라는 것이 희한한게 정말 좋은 책에 대해서는 책값이 터무니없이 싸다고 생각하게도 된다. 그러니 책값은 책 나름이랄 수밖에 없다.

 

최근 새물결에서 출간된 지그문트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를 읽고 있다. 저자의 서문 앞에 역자의 글이 짧지 않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느껴지고 기대감도 자연히 같이 높아졌다. 하지만 읽다보니 뭔가 불편하다. 일전에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모를까 내용은 그때보다 더 쉬워진 게 분명한데 문장이 영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간간히 받는다. 그래서 따져보니 최근 새물결 출판사의 인문서들의 번역은 조형준 번역가가 주도적으로 한 모양이다.

 

 

이런 저런 글들을 읽다보니 최근 그가 주관하여 번역해 내놓은 토마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가 정가 99,000원(알라딘가 89,100원)으로 출간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토마스 핀천의 책도 안 읽어봤으니 그 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만 고전책을 추천하는 책들에서 작가의 이름과 책의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어 어렴풋이 좋은 책인가보다 짐작할 따름이다. 두 권을 합치면 페이지 수가 1500쪽이 된다고 하니 번역에 힘도 들었을 것이고 출간에 공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글을 읽어보니 굳이 1500쪽까지 나오지 않아도 될 것을 늘렸다는 부정적인 글도 있고, 오자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확인해보지 않았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만 700부만 찍었다는데 아직 품절이 안된 것을 보니 출판사의 변론처럼 잘 안나가는 책이 맞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독자들의 말들처럼 비싸서 일반 독자는 쉽게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더 동의한다. 참고로 원서는 2만원 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싸다고 무조건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99,000원의 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개인적으로는 6-7만원 선 정도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결론은 편집과 번역의 질에 달려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오는 의견으로는 번역에 썩 우호적이지는 않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비롯된 기획자에 대한 내 느낌도 썩 우호적이지 않다.) 확인은 책을 봐야 하겠기에 그저 일단은 시립 도서관에 신청부터 하고 봐야겠다만 비싼 돈으로 구입해야할 책에 번역이나 오탈자에 대한 잡음이 있다면 구매에는 많이 망설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토마스 핀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구입할 것임은 분명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책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700명에 못 미친다는 점이 씁쓸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출판계에서는 다리박매 보다는 박리다매가 더 의식있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선입견이려나? 노이즈에는 성공한 듯 한데 마케팅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궁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알베르토 망겔(난 '망구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의 초기작인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을 구입했다. 1250쪽 정도에 6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이었지만 구입 결정은 번역가를 따지지 않은 결과이다. 이 책을 몇 부나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같은 사람이 적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재도 인문학 전문사전 1위이고 인문학 100위 안에 5주째 들고 있다는 것이 반증한다.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저자의 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읽은 이들의 입소문이 좋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아직 읽기 전이다.

 

책을 사고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그것과 아주 무관하게 오늘 밤 문학동네 팟캐스트 '문학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곳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열린책들에서 소개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번역가의 섬세함에 찬사를 보낸 것을 아주 우연히 들었다. 최애리 번역가로 불어전공자였지만 영문학 번역도 아주 훌륭했다고 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글쎄 [인간이 상상한....]가 떡하니 제일 위에 뜨지 않겠는가! 책을 읽기도 전에 번역가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니 이는 가격과 무관하게 기쁜 경험이다. 물론 그 기대가 깨지지 않기 전까지만 유효한. 하지만 적은 리뷰로 보았을 때는 번역이 주는 배신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기억해 둬야지 최애리 번역가!

 

 

두꺼운 책을 읽다보면 그 두께 만큼이나 기하급수적으로 오탈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초에 읽은 [쟁경]이 그랬다. 책은 참 좋았는데 오탈자가 정말 많이 발견되었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기쁨이 컸기에 노엽다기 보다는 안타까움에 출판사에 살짝 쪽지로 알려드렸었다. 다행히 재쇄에 반영하신다는 말씀을 들어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지만 재쇄를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책은 읽어보면 좋았는데 말이다. 1000쪽이 조금 못 되는 책이었는데 가격은 3만원 대였다. 아주 단순하게 가령, 이 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500쪽당 2만원이라고 쳐서 [인간이 거의 .....]는 5만원,  [중력의 무지개]는 6만원이면 될 것 같긴하다.  너무 단순화 시켰나??^^

 

 

     

- 사진 출처 : yes24 [서양미술사(포켓에디션)] 도서정보

 

 

[인간이 거의 ....]가 있기 전까진 [쟁경]이 가장 두꺼운 책이었고 그 전에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가 가장 두꺼웠다. 700쪽이 조금 안되는 책이었고 가격은 [쟁경]과 같다. 다만 [서양미술사]의 경우에는 올 칼라 도록이 많이 삽입되어 그 가격도 전혀 비싸게 여겨지지 않았다. 도리어 [중력의 무지개]나 [인간이 거의....]의 가격을 볼 때 38,000원 이상이 되어도 되지 않겠는가 싶어진다. 요샌 문고판이 나와서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겨 더욱 기쁜 책이다.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보니 판형은 작아졌던데 쪽수가 늘어난 모양이다. 속은 들여다 보지 못했지만 응서점 상세보기를 통해 보니 칼라가 살아있어 다행이다. 앞의 책들을 보니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큰 책을 읽어본 바로는 이해가 아주 쉽게 잘 된 책이니 번역 논란은 별로 없을 듯 하다.

 

 

쭉 써놓고 보니 논란이 되고 있는 [중력의 무지개]의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싼 감은 있는 듯 하다. 안나까레니나가 1200쪽이 좀 안되지만 3-4만원 선이고, 초역임을 감안하더라도 번역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만큼 많은 독자들이 함께 널리 읽게 하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나름의 이유야 다 있겠지만 토마스 핀천이 궁금한데 이 책으로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들인 작품이 널리 읽힐 때의 기쁨 만큼 큰게 어딨으랴?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제도적으로 작은 출판사에서 대작을 출간할 때에는 지원을 해 준다던가 하는 다른 묘책이 있으면 좋겠다. 대형 출판사와의 공동 출간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 암튼 700부 한정 판매라니, 그래서 그 가격이라니,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아쉽다. 번역이 어려운 걸 보면 내용도 어려울 거야 흠,, 세뇌 세뇌 세뇌 그래! 참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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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10-1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값이 비싼것은 어쩔수 가 없단 생가이 듭니다.박리다매라고 많이 팔려야 책값도 싸게 할텐데 기본적으로 웬만한 인문학책은 3천부 판매가 어렵다보니 그냥 살사람만 사라고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인문한 책만 아니라 제가 선호하는 장르소설의 경우도 과거보다 책값이 많이 올랐는데 역시 읽는이가 적어서 그런것 같더군요.
뭐 원서 읽을 실력은 안되니 그냥 번역되 나오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합니다용ㅡ.ㅡ

그렇게혜윰 2013-10-14 23:36   좋아요 0 | URL
그 이유 자체가 씁쓸하더라구요. 얼마나 안팔리면 싶다가도 비싸면 나부터도 못사보는데 싶기도 하구요. 비싸게 산 책이 번역이 좋다면야 위안이 될 테지만 비교대상도 없고 검증도 안되고 오자가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결국은...누굴 탓해야할지 모르겠어요^^
 

1. 잘 이용하지 않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메일이 온것을 우연히 열어봤다. 적립금이 6000원 가까이 쌓였더라만 왜 쌓였는지를 모르겠다...본 김에 써야겠다 싶어서 물건을 구경하다가 살 것도 없고 해서 책을 파나 봤더니 다행히 팔고 있었다. 눈여겨 보았던 책 한 권을 구입했다. 따질려고 치면사 알라딘에서 사면 이벤트 대상 도서이기도 하고 쿠폰 적용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일단 생각날 때 사야 미뤄지지 않으므로.

 

[이중섭1916-1956  편지와 그림들]

 

 

 

 

예전에 가족을 두고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이중섭 미술관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옆에는 이중섭 화백이 생전에 살던 집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는데 그때 집주인이셨던 할머니 역시 살아계셨다. 조심스레 사진을 청하니 허락해주셔서 함께 그 집 앞에서 사진도 찍었었다. 아마 그곳에 다녀온 뒤로 이중섭 화백에 대한 아련한 사랑이 더 생긴 것 같다. 이전까지 내게 이중섭은 '흰 소'의 화가였지만 그 이후의 이중섭은 내겐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가련한 한 예술가이다.

 

 이 책에는 그의 그림과 편지들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문득 그때 보았던 이중섭 화백의 편지들이 떠오르는 듯 하다. 해설도 해 주셨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노무 기억력은 도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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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저가를 찾아서!  내 책은 5만원이 훌쩍 넘어도 2만원이 훌쩍 넘어도 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면 크게 망설이지 않지만 아이 책은 1만원만 넘어도 왜 이리 비싸게 느껴지는지 엄마가 은근히 자기중심적이다. 아들이 요즘 탑에 관심이 많아서 탑에 관한 책을 사려고 그림책을 봐두었다. 최저가 검색하니 Y서점이 가장 쌌는데 회원이 아닌지라 G시장을 통해 샀더니 신세계가 있었다. 쿠폰도 많고 거기에도 포인트가 있더라~~ 왕년에 인터넷 쇼핑 좀 했던 모양이다. 아마 일전에 선물용으로 같은 책 여러 권 살 때 그곳에서 사서 쌓인 듯 하다. 그래서 아이 책 한 권이랑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 한 권을 샀다.

 

[하늘 높이 솟은 간절한 바람 탑]

 

문학동네 어린이에서 나오는 전통문화 즐기기 시리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들이 정말 곱다. 이 책의 목차를 보니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황룡사 9층 목탑과 미륵사지석탑, 석가탑, 다보탑이 다 들어있는 듯 하여 만족스럽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 더 맘에 든다.

 

 

 

 탑에 관한 책을 고르다보니 정말 탑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이후 다른 곳에서 오늘 구입한 책도 성인 도서였고 아주 오래된 책이라 망설였지만 일단 목차에 아들이 좋아하는 탑들이 많아서 구입했다. 미리보기 서비스도 그 어디에도 없어서 지금 사실 살짝 걱정은 되지만 인용이 많이 되는 도서라 기대를 해 본다.                              ----> 저게 뭔가 실물 이미지도 없다 ㅠㅠ

<한국의 탑>, 장충식, 일지사, 1989

 

 [조선 평전]

 

유명한 역사 저자들이 있지만 신병주 작가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관심을 가졌는데 도서관에 빨리 들어와 읽다가 사서 읽어야지 했다가 미룬 게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책을 산다는 건 그런 거다.

 그림도 많고 해설도 쉽고, 고리타분하지 않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알라딘에서도 반값 행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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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말 쿠폰을 주는구나! 주로 알서점과 응서점을 이용하는데 구매는 주로 알서점에서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응서점에 들어갔더니 팝업창에 주말 쿠폰을 준다고 해서 남편의 복지 포인트를 이용하여 구매에 들어갔다. 결재는 남편이 적립은 내가! 뭐 그런 거지!

 

 일단 앞에 소개한 이미지도 없는 [한국의 탑]이라는 오래된 책을 샀고, 일전에 예약 판매 페이퍼 (http://blog.aladin.co.kr/tiel93/6619621)에서 구매의사를 밝힌(?)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샀다. 이 책의 경우 어느 서점에서 사나 혜택이 똑~~같다^^ 아직 못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책 두 권을 읽어야겠다는 초조함이 생긴다만 어쨌든 이 책이 오면 그 두 책이라도 읽지 않겠는가? 알베르토 망구엘의 신간을 사면서 구간 두 권을 읽어낸 것처럼^^

 

 

[가면의 생], [그저 좋은 사람]

 

 최근 마음 산책 출판사에 마음을 뺏겨서 그곳의 소설을 슬슬 읽어볼까 한다. 마침 반값행사하는 책들이 있어서 함께 구입했다. 로맹 가리야 뭐 내가 사랑하는 작가이니 구입의 이유가 달리 없고, 줌파 라히리는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더라만 나는 처음 듣는 소설가라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 번 와우북 축제에서 준 해와작가소설 신문에서 본 대로라면 의미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만 기대하고 있다. 좋다면 계속 읽을 터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오래 전에 이동진 씨가 강력 추천한 책이다. 미루어두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5만원 채우기로 장바구니에 들어온 책이다. 이런 책들이 사실 읽으면 더 좋아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대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야심차게 구입한 것은 아닌 그런 책들이 주는 의외의 매력! 기대해 본다.

 

알라딘에서 구입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을 이번엔 희안하게 여기 저기 흩어져서 샀다. 도착도 여기 저기 택배에서 하루 이틀 새에 다 오지 싶다. 정신 없겠다. 책을 한 곳에서만 사는 이유 중 하나는 택배를 한 번만 받기 위해서이기도 있는데 경제적 이유가 귀차니즘을 이겨버렸다. 아, 나도 이렇게 자본주의에 깊이 관여하는가!(마치 안 그런 사람처럼 말하다니!!) 귀차니즘이여 게으르니스트여 부활하자! 써놓고 나니 살짝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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