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탐험 -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2
마디아스 피카르 지음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3D책을 처음 읽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흑백으로 된 3D는 처음이다. 흑백으로 3D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3D책의 목적에 화려한 볼거리 제공도 포함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흑백 3D는 어떤 느낌일까,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바닷속이면 열대어나 물풀들을 포함하여 각종 동식물들의 색깔이 화려하던데 해저를 흑백으로 탐험한다?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 반 기대반으로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백이기 때문에 3D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색이 화려했다면 색에 묻혀서 입체감이 덜 느껴졌을데 흑백으로 표현되니 입체감이 그야말로 3D였다. 일반적으로 입체라고 부르는 것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가장 가까이 , 그리고 그 아래, 그 더 아래, 그 더더 아래의 이중 삼중의 깊이감이 느껴졌다. 참 신기한데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쉽다. 오죽하면 입체 안경 안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을까? 물론, 실패했다. 이 신기함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가 있다.

     

 

 

 <그림 1>                         <그림 2>                          <그림 3>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지만 또 무척 흥미롭다. 기본적으로는 <그림 2>의 마을에 사는 <그림 1>의 아이가 <그림 3>의 방식으로 바다 아래를 탐험하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일종의 판타지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것으론 이건 너무나 턱없는 설명이다. 아이와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간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스토리, 그게 바로 이 그림책의 진짜 스토리이다.  스토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글밥이 없다. 스토리는 입체 안경을 낀 사람 마음이다. 그 점이 더 맘에 든다. 무한한 상상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의 스토리조차도 달라진다. 그 변화무쌍함이 이 책을 자꾸 반복해서 읽게 하는 힘이다.

 

아이는 오늘 아침에 유치원에 가기 전에도 이불 위에서 내복 바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입체 안경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그 사이즈가 아이들에게 딱이다. 사실 책을 처음 받고 입체안경을 제일 먼저 꺼내게 되는데 2개가 들어있다는 점도 센스 있었지만 그 크기가 아이들 얼굴에 딱 맞는다는 점이 더 좋았다. 기존의 많은 책들은 어른인 내가 써도 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이는 이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비밀 창고에 보관해둔다. 어쨌든 오늘 아침에도 그 입체 안경을 쓰더니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고 특정 부분에 고개를 들이밀면서 본다. 이야기 후반부에 물회오리에 빨려들어가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인데 자기가 마치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참 기가 막히게 귀엽다.

 
   

   

 

 

좋은 그림책의 조건 중에 하나가 그림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촉진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글밥 대신 입체감을 준 이 책은 좋은 그림책이다. 더구나 보림 출판사의 이 제본 크기의 책들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견고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오래 두고 놀면서 상상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형제가 있다면 같이 쫑알거리며 함께 3D안경을 쓰고 봤을 텐데 괜히 미안하다.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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