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정열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지음, 정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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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는 책
임박한 커피쿠폰을 쓰느라 얇으면서 처분할지말지 고민되는 책을 챙겨나왔다. 기대보다 흥미로운 소설집이다. 더욱이 1986년 소설인 것을 감안하면! 낭만적이지만 구시대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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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0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시간에 빵과 거피 사진을 보니 갑자기 식욕이 올라오네요.

그렇게혜윰 2026-10-06 17:03   좋아요 0 | URL
전 저 계란 들어간 빵이 너무 좋아요. 투썸 스벅 다 계란 샌드위치 사랑합니다
 

오늘은 할매를 읽는다.
지루할 정도로 긴 묘사들이 감탄스럽다. 아무나 못할 일이다.
팽나무 할매의 이야기, 그곳의 배경이 군산이고 수라라 황석영이 그곳에서 북토크를 한 것이구나.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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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그린: 위대한 사서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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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들은 말이지만 내가 오래 간직하고 있는 말이 있다.
˝넌 책 많이 읽는 것 치곤 많이 무식해.˝
이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모욕적이라던가 충격적이라서가 아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게, 적지 않게 읽는데도 어떻게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많은 거지?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 거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언젠간 알게 되겠지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도 참 나다운 그런 기억인데, 올해 만나게 된 ‘패싱‘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랬다. 물론 그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 역시 마찬가지로 난 지식이 전무했다. 책을 읽으며 겨우 올해에 들어서야 인지하게 된 것이니 책이라도 안 읽었으면 이 무식함을 어쩔 뻔 했나?

그 시작은 필립로스의 [휴먼스테인]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콜먼은 유난히 피부가 하얀 흑인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해 흑인이라는 정체성 대신 유대인 백인의 삶을 선택해 성공한다. 백인 아내를 만나 백인처럼 흰 아이들을 낳고 살았기에 그가 선택한 정체성은 유지되는 듯 하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언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흰 흑인이 있을 수 있지? 그래서 검색을 해 보니 실제 역사에서 그런 인물들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흑인이 백인으로 행세하는 것을 ‘패싱‘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용어를 알게 된 덕분에 이 소설보다 훨씬 먼저 쓰여진 소설 [패싱]도 만나게 되었다.

[패싱]의 클레어는 콜먼과 달리 매우 불안해 보인다. 그녀는 백인의 특권을 욕망하여 흑인을 혐오하는 백인 남성과 결혼하며 철저히 백인으로 살아간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라 아이도 갖지 않을 정도로 조심하며 살지만, 어느 날 고향 친구 아이린의 가족과 어울리며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이린의 삶도 흑인 집단 내에서만 안전할 뿐, 인종분리 정책이 펼쳐지는 세상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만 백인 행세를 하고 사는 클레어의 불안도 못지 않으니 마냥 클레어를 비난할 수 없었다. 화려하지만 비극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벨그린 : 위대한 사서]를 읽으며, 내가 알고 있는 패싱은 정말 너무 제한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긴 겨우 책 2권으로 만난 게 전부니 당연하다. 벨은 본인이 원해서 패싱을 한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기대와 가족의 행복 그리고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패싱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흑인 인권가인 아빠가 아닌 엄마의 선택을 따른 것이리라. 윌슨 대통령(아니 이 사람 민족 자결주의 외친 그 사람 아닌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이 인종분리법을 승인하기 전엔 흑인의 삶도 백인과 별다르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평등한 사회에서 능력을 펼치던 흑인들에게 갑작스러운 차별 정책과 혐오는 더 견디기 힘든 일이었으리라. [벨 그린] 까지 읽고 나니 [휴먼스테인]과 [패싱]도 새삼 더 깊게 공감하게 되었다.

[휴먼스테인]의 콜먼이 자신의 정체성을 아내와 자식들에게까지 철저하게 숨긴 반면, 벨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아빠와 워싱턴의 친척들)의 이해를 받고 싶어했다. 콜먼보다 벨에게 패싱이 더 절실해 보였다. 그녀의 성공에 가족의 생존이 걸려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벨이 [패싱]의 클레어처럼 불안해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했지만, 클레어가 물질적인 특권을 추구한 반면 벨이 자아 실현을 추구했다는 점은 다르다. 클레어는 자신이 백인의 삶을 선택했지만 타인의 시선에 이끌려 가야 했던 반면, 벨은 비록 엄마의 선택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잘해내고 싶었고,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했다. 그런 삶의 태도가 J.P. 모건 도서관의 초대 사서가 되도록 만든 가장 큰 힘이었을 것이다. 실로 대단한 여성이다. 화려했지만 비극적이진 않았다.

세 캐릭터 중 내 마음을 가장 움직인 사람이 누구인지와는 별개로, 벨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실제 그녀의 삶이 얼마나 이 소설과 유사할지는 모르지만,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이 약점이 되어 자신의 삶을 잠식하곤 하는데, 결코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는 벨의 결의가 느껴졌다. 차별받는 흑인이기 이전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온 인간의 존엄성이 느껴진달까? 그녀가 플리트 가문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던지! 필사본들을 사들이는 영민함과는 별개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길까 밝힐까 고민하는 시간을 후대로 미룬 것도 정말 놀랍다. 나 같으면 이름값이 높아질수록 신경쇠약도 심해질 것 같은데, 대담한 여성이다. 그런 여성이 내가 좋아하는 직업 중의 하나인 사서라는 점이 괜히 으쓱하다.

아직도 나의 무식의 영역은 너무나 광활하지만, 올해는 ‘패싱‘을 알게 된 것으로 아주 조금은 그 영역을 좁혔기에 만족한다. 필립로스 그리고 지금 읽는 이렌 네미롭스키를 통해 유대인에 대한 지식도 아주 조금 쌓아가고 있다. 그래도 오래 전의 저 말은 죽을 때까지 내게 기억될 것 같다. 기억력이 미천하여 금방 까먹기 때문인데, 그래도 저 말은 안 잊으니 내 기억력의 기준을 모르겠다. 아무튼 기억력의 보완을 위해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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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9-1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3쪽 이야기 정말 충격적이네요.
저도 <휴먼 스테인> 읽었을 때, 경계에 있던 백인들과 흑인들 이야기 읽고 놀랐어요.

트레버 노아라고 예전에 미국 방송국에서 더 데일리 쇼 진행하던 사람이 스탠딩 코메디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백인과 흑인 혼혈인 노아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 때,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를 백인으로 여겼다는 건데요. 미국 가면 넌 완전 흑인이다 이런 이야기 들은 상태에서 미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흑인 말투 연습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니 자기를 멕시코인으로 보더라는.... 다 같은 사람인데, 사람들은 굳이 분류하려 하고 말이지요.

그렇게혜윰 2026-09-17 22:59   좋아요 0 | URL
책에 지나가듯 백인처럼 하얀 흑인이 태어났다는 건 백인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역사가 있다고 넌지시 언급되는데 그 아픈 역사를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차라리 나아서 그 삶을 선택해야 했다는 게 많이 슬프더라구요.
챗지피티한테 진짜 백인같은 흑인이 있냐 사진 줘봐라 하니 어떤 사람은 음....그런데? 어떤 사람은 진짜 몰랐겠다 싶더라구요.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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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가장 놀라운 점은 무거운 이야기도 굉장히 재밌게 쓴다는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늘, 그의 문장력에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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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아동용 전집이나 청소년용 요약본 외에는 변변하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황했다. TV를 틀면 김헌 번역가의 '오디세이아' 썰이 나오고, SNS에는 놀란 감독의 인터뷰가 수시로 나온다. 호메로스 못 읽은 자로서, 명함도 못 꺼낼 이 분위기 어쩔....그러다 원작 대신 책장에 있던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꽤 어렵게 구했던 책이라 그동안 애껴만 뒀었다. 지금도 절판 중인 걸 보면 귀한 책은 맞는 듯 하다. 



난 망구엘의 책을 읽으면 정약용이 생각나는데, 얼마나 많이 읽고 요약을 잘했을지 감도 안 오고 맹목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이펙트]를 재밌는 만큼만 이해하며 읽는 중에 문득 궁금함이 생겼다. 아마 이건 오래 전에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를 읽었던 경험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도대체, [오디세이아]가 뭐길래 이 난리인가!' 그래서 망구엘의 책을 읽고 나서 관련 소설들을 좀 읽어보자하고 정리를 해 두기로 했다. 




신화의 실제 시간 순서를 좀 따라가면서 읽으면 어떨까 일단은 그렇게 정리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분명 시간 순서대로 읽지는 않을 것이다. 


1) 트로이 전쟁 이전부터 트로이 전쟁 중의 이야기















이후에 또 등장할 [키르케]와 함께 꼭 읽어야 할 이 시대의 호메로스 매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 그리고 지금은 절판된 콜린 맥컬로의 [트로이 전쟁](전2권)이다. 그래, 호메로스는 시인이었지. 현대 작가의 노래로 들어보는 맛이 어떨까?


2) 그 마지막 10년의 이야기 - [일리아스] 들

천병희 번역본을 가장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완역본이 없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최근에는 꽤 많은 판본들이 있다. 나 역시 어떤 판본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3)  트로이 함락 후 오디세우스의 귀환 10년 -[오디세이아]들

마찬가지로 최근 더 많아진 판본들 때문에 어떤 책을 고를 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잘 아시는 분이 알려주시길 바라고 있다. 
















4) 트로이 전쟁 속 여성들의 이야기

호메로스를 읽기 전 마거릿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를 읽고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SF 소설에 매료된 다른 분들과 달리 난 이 소설로 마거릿애트우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SF는 아직 너무 어렵... 아무튼 이런 류의 이야기는 대환영인데, 마침 근작으로 트로이 전쟁 속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도 있다고 하니 반갑다. [천 척의 배]를 쓴 나탈리 헤인스가 그리스 여신들을 재해석한 소설도 궁금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좀 생략하고 대신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한 여성 예언자 [카산드라]를 읽어보자. 
















5) 그리고 1904년을 배경으로 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호메로스만큼(?)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우스].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1904년 더블린을 배회하는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하는데, 목차를 보면 이것이 1904년인지 기원전의 이야기인지, 오디세우스를 모티브로 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듯 하다. 





오디세이아에 무지한 사람이 이제 좀 알아가 보려는 시도를 해 보았는데 아마, 그래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연달아 한 번 읽는 게 우선일 것 같다. 망구엘의 책을 읽다보니 호메로스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있었건 말건 내 결론은 호메로스는 '가장 오래된 동시대인'이라는 상징같다. 유명인들이 어떤 것의 특정 아이콘인 것처럼 호메로스는 사람을 노래하는 시인의 아이콘이며, 그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날이 업그레이드 혹은 다운그레이드 되며 변화되고 그 시대에 맞게 회자될 것이라는 것만 분명한 듯 모두의 의견은 의견대로 그냥 뭐 다 맞다고 고개만 끄덕일란다. 호메로스를 읽은 모든 분들께 부러움과 존경을! 저,,,,읽어낼 수 있겠죠???? 아동용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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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9-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무척 재밌었고, <키르케>는 읽다 말았고, <천 척의 배>는 읽어보고 싶어요. 콜린 매컬로가 트로이 전쟁도 썼었군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는 어떤 내용인가 궁금하네요 (제가 못 모은 망구엘의 책들 중 하나).

그렇게혜윰 2026-09-03 14:03   좋아요 0 | URL
콜린 매컬로가 마스터스오브로마도 그렇고 역사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키르케는 왜 읽다 맘?

건수하 2026-09-03 14:09   좋아요 1 | URL
<아킬레우스의 노래> 원서로 읽었는데 재밌어서 호기롭게 <키르케>도 샀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서...

카스피 2026-09-03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리어드와 오디세이 그리스원작은 시문이여서 산문에 익숙한 현대인이 읽기는 쉽지않다고 하더군요.

그렇게혜윰 2026-09-03 20:0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자꾸 주변 얘기만 읽나봐요 ㅋㅋㅋㅋ 맘 다잡고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