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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괜찮으세요? - 32명의 3학년 아이들과, 한 마리의 토끼, 한 명의 노총각 선생님이 벌이는 우당탕 리얼 교실 스토리
필립 던 지음 / 사이 / 2011년 8월
평점 :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선택한 책인데 필립 던 선생님의 유머로 인해 무척 재밌게 읽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특히 더 많은 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기에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라는 곳이 어쩌면 국경을 초월해서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놀라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한 선생님이 특정 학년만 매년 가르친다던가, 가정에서 초대하여 선생님이 방문을 한다던가 하는 등 우리와 체제가 다른 면들이 곳곳에 보였지만 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는 내게도 그만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공통된 부분들이 매우 많았다.
개인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혼자 일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런 내가 학교에 가면 마치 나란 사람은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린다. 이 말은 곧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내 흥미에는 맞지 않으나 적성에는 무척 맞는다는 사실이 되어버리니 늘 아이러니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던 부분이다. 실제로 아이들로 인해 던 선생님처럼 매일 매일이 전쟁터같고 소음 제조 공장 같긴 하지만 또 그 아이들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 직업에 대하여 나름대로 만족을 한다만 내가 왜 선생님이 되어야할까,에 대한 답은 스스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초반부에 그 답을 얻었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단어들과 음악, 책, 사람들, 숫자, 그리고 개념과 생각들을 그들에게 맨 처음 소개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41쪽)
바로 이거다.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무언가를 알려줄 때 그것이 아이에게 역시 의미를 가질 때 나는 비로소 선생님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이 숫자이든 가치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3학년 아이들은 무척 사랑스럽다. 물론 매일 매일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봤을 때 말이다. 사실 아이들이란 생각해보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매 순간 부딪힐 때에는 괴물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아이들이란 참으로 신기한 존재들이다. 그건 내 자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던 선생님들의 아이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던 선생님의 아이들 이야기 중에 '도대체, 아이들은 왜?'라는 소제목에서는 정말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점을 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모두 고개가 심하게 끄덕여지지만 간단한 것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이들은 왜 <끝>이라는 글자를 그렇게 대문짝만하게 쓰는 걸까?
아이들은 자기 생일이 오려면 앞으로 몇 날, 몇 시간, 몇 분이 남았는지 정확히 알면서 왜 언제나 점심시간이 오려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 것일까?
왜 우리 반 말썽꾸러기들은 마치 자석처럼 항상 서로에게 끌리는 것일까?
도서관에 책이 2만 권이나 있는데 아이들은 왜 하나같이 [나는 스파이]만 고집하는 것일까?
등등 정말 어느 항목 하나 빠지지 않고 이 먼 지역의 아이들과 똑같은지, 정말이지 신기하다.
또 '선생님들의 저녁 식사'라는 소제목에서 대화의 내용을 정치, 문화, 음악 등등으로 나누었지만 결국은 모두 '아이들'이야기라는 것에 대공감했다. 우리는 언제나 모이면 아이들 이야기밖에 안한다. 벗어나기 위해 노력도 하고 몸부림도 치지만 이제는 굳이 그러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건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던 선생님 덕분에 유쾌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긍정의 힘이 몸에 느껴지기도 한다. 이 느낌 오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