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이 되어 옛이야기책을 조금씩 읽어주고 있다. 전집을 안 사는 특성 상 흥미로워 보이는 옛이야기책을 몇 권 사서 읽어주는데 아이가 예상보다 더 좋아한다. 주변에서는 아이 책 목록을 공유하자고 조르기도 하지만 아이마다 좋아하는 게 다른데 어떻게 권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에둘러 응하지 않는다.

 

이번에 비룡소 패밀리세일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우주'에 관한 책 몇 권과 괜찮아 보이는 옛이야기책을 골라왔다. 물론 내가 읽고 싶은 책들도. 그리하여 우리 집에는 아주 많은 '우주'관련 책들이 더 많아졌고, 옛이야기책은 그나마 다섯 권은 넘은 것 같다. 옛이야기책 초보라고나 할까? 나의 책탐으로 보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한다만은 애 책에는 그렇게 탐심이 없다 ㅎㅎㅎ 이기적인 엄마!

 

아주 적은 수의 옛이야기책이지만 아이가 정말 다 좋아한다.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엄마가 신경 써서 골라 준 책을 아이가 정말 좋아해서 아침마다 또 읽어달라고 하는 그 기쁨! 그것을 누리고 있는 요즘이다.

 

1. 보림 출판사의 <까치와 호랑이>시리즈 중 네 권 가지고 있다.

 

 

 

 

 

 

 

- 이 시리즈는 엄마들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두루 받고 있고 글과 그림을 함께하는 좋은 그림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서 일단 작품성이 높다. <이야기주머니이야기>의 경우에는 행복한아침독서에서 발간하는 <책둥이>에서 추천해줘서 구매했는데 역시 아이가 좋아했고, <도깨비 방망이>의 경우 뒤집어서 읽을 수 있는 구성이 좋은데다가 내가 '금나와라 뚝딱!'을 노래처럼 읽어주니 그 부분을 참 좋아했다. <토끼의 재판>은 홍성찬 그림작가님의 최근 작업이라 존경의 의미로 내가 그냥 구입했다. 별로 읽어주질 못했다. <호랑이 잡은 피리>는 이야기 자체가 참 재밌다.

 

2.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중  네 권 구입했다.

 

 

 

 

 

 

솔직히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보림 출판사의 책과 가장 다른 점은 전문그림작가가 아니라 소설가 혹은 동화작가와 그림작가가 공동 작업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밥이 많은 대신 맛깔난다는 점이 장점이고 엄마 목이 아프다는 점은 단점이다^^ 그리고 그림이 굉장히 귀엽고 익살맞다. <토끼와 자라>는 몇 년 전에 춘천국립박물관에서 그림책 전시를 했는데 그때 보고 홀딱 반했다. 블링블링하다. <혹부리 영감>은 노래와 이야기가 어우러져 읽어줄 때 흥겹지만 사실 내가 민요나 전래동요를 잘 몰라 작곡의 경지에 이르러 읽어주게 된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은 온가족이 사랑하는 책이 되었다. 마구마구 소문내고 싶은 책이다. 그림이 정말 익살 맞다. <연오랑 세오녀>는 아직 읽어주기 전이다.

 

 

 

 

3. 마지막으로 시공주니어의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있다.

 

 여러 출판사의 판본이 있지만 백희나 작가의 그림이 참 좋아 선택했다.

 교과서 수록도 이 책으로 되어 있다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무척 좋아한다.

 

 

 

사실 그동안 보림의 <까치와 호랑이>가 옛이야기책의 으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뜻밖에 비룡소의 <전래동화>를 만나게 되었다. 둘 다 차별성 있게 좋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어린이가 읽기에는 전문그림작가의 그림책인 보림의 책들이 더 좋은 것 같고, 어른이 읽어주기에는 입말이 살아있는 비룡소 전래동화가 더 좋은 것 같다. 선택은 엄마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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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부터 기다렸던 김언 시인의 새 시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시인의 시가 어렵다고들 해서 읽지 않고 있다가 문장의 소리에서 게스트로 나오실 때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것에 빨려들었다. 그리고 계간지에 실린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렇게 좋았다. 마을 도서관에서 초청 작가로 강연하셨을 때의 말씀도 좋았고. 말도 글도 다 좋은 시인이다.

 

 목차에 오른 시의 제목들만 봐도 막 설렌다.

 

유령 산책  청색은 내부를 향해 빛난다  정체성  동의하는 사람
빅뱅  방황하는 기술  죽은 지 얼마 안 된 빗방울들의 소설
상승과 하강  혼자 있었다  나는 식사하는 문장을 쓴다
겨우 두 사람이 있는 대화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우연의 법칙  혁명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몽타주  암호
지시  이탈  먼지  기하학적인 삶  영점   남아도는 부품
냉담  공허한 문장 가운데 있다  식물의 인간성  어느 괴롭고 화창한 날  카운터  리틀 프랑스  마주 잡은 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물질의 이름  거의 비어 있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도 안다  냉담자  한없이 무관해지는  이 용기의 용도를 모르겠다   노새와 버새  외로운 공동체  뼈와 살  연기  몽블랑
추신  이미 사라진 주어를 어떻게 찾을까?  말 없는 발   팔레트  피카소  나는 항상 실패한다  내가 죽고 나서  만성 인류학자  개념 없는 목수  개구멍  상석   경청하는 개  반드시 시가 되어 있다  말  에르호  늑대  용서  그런 생각  허물허물 똑똑

 

 

 

시집을 기다리며 예전에 옮겨 적은, 이 시집에 포함된 <그런 생각>이라는 시를 첨부해 본다. 참고로 시인은 사진보다는 훨씬 젊어보이신다. 늘 사진이 맘에 안들었는데 문지에서는 크로키로 나와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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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치가 우결에서 이 시집의 시를 누구였더라, 아 장기하에게 읽어줬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이 시집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읽은시가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차저차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잠시 읽었는데, 아이와 놀아주면서 읽을 시가 아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가까스로 가진 그 시간 속에서 시를 읽는 시간은 소중했다. 이 시집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왜 사지 않았을까? 내 손에 쥐인 이 책이 왜 도서관 소속인지를 스스로에게 탓했다. 그 사이 나는 적지 않은 책을 샀음에도 여전히 이 시집은 도서관 소속이다. 너, 나랑 연애하자! 이렇게 틈틈히 만나 연애하자! 언젠간 같이 살겠지만 지금 이렇게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이 책의 반납일이었다. 반납을 하러 도서관에 왔으면서도 다른 책들을 다 반납한 후 이 책만 가지고 3층 간식먹는 곳으로 올라갔다. 우리 도서관엔 다방커피를 아이스로 파는 점이 참 좋다. 그것도 착한 가격 1500원이다. 당분이 부족했는데 잘 되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참 재밌다. 시집은 메이드인 창비, 연필은 얼마 전 김영하 낭독회에 가서 받은 메이드인 문학동네, 두꺼운 노트는 2011년 북클럽가입하고 받은 메이드인 민음사다.

 

 

여하튼 당분 충분한 아이스다방커피를 마시며 시를 옮겨 적는 시간, 역시 달콤하고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옮겨적은 시가 인준이 등단작이었으니 한 달 반만에 시를 옮겨 적는다.

 

 

 

 

 

 

 

 

 

 

 

 

주로 진지한 고백이 슬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월롱역>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시도 있고 <나비 나무>처럼 구성이 재밌는 시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연작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향정신사>연작시들은 다 좋다. 어떤 착란적 느낌도 좋고 마치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도 묘하게 편안하다.

 

오랜만에 정말 맘에 드는 시집을 만났다.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와 이 시집 사이에 구입한 시집도 있는데 사실 너무 핫한 기운에 따라 산 경향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집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다음 주엔 김언 시인의 새로운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물이 더 젊어보이는 김언 시인의 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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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책을 사댔다. 4월 1일, 4일, 5일. 세 번에 걸쳐 대략 20만원 어치를 산 것이다. 사실 그것도 결국은 몇 권을 뺀 것인데 알고 보면 이벤트 때문에 사야할 책은 못 사고 안사도 될 책은 산 게 아닌지 살짝 후회도 된다.  온라인 서점은 이게 문제다. 그래도 책을 사니 기분은 좋다.

 

한편 책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술값보다 싸지 않냐, 하는 반론도 있을 테지만 그건 한 두 권 살 때 하는 말이지 내가 아주 많이 사는 사람도 아닌데 원피스 한두 벌 값이 훅 나갔다. 술도 댓번은 먹었을 거고. 정가제가 언제부터 실시될런지는 모르지만 책값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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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으로 쓰신 독서일기, 새록새록 참~좋습니다.^^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그렇게혜윰 2013-07-27 15:36   좋아요 0 | URL
시차를 두고 올려서 읽으시는분들이 어떨까 염려되기도 했는데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일 가량 매일 밤을 피터래빗과 함께 보냈다. 읽어주는 것이 힘든 날은 오디오북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생목(?)으로 읽어주는 그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좋은 경험인지를 알기에 주로 직접 읽어주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책이 바뀌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아이가 다시금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소행성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문득 물었던 것 같다.

- 엄마 소행성 어린왕자가 사는 데지?

 

 

그래서 나는 냉큼 아이가 돌즈음 사두었으나 별로 읽지 않았던 보드북으로 된 <어린 왕자>를 찾아왔고 함께 읽었다. 아기들을 위한 책이라 내용이 매우 간략하게 재구성되어 있었다. 아이가 혼자 읽기에는 좋았지만 내가 읽어주기에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는 좋아했다. 그래서 아끼는 <어린 왕자 팝업북>을 내 놓았다. 아이가 읽기에는  

너무 내용이 길어 주로 팝업 그림 위주로 보아가며 만져가며 발췌독했다.

 

 이 되었다. 아이가 <어린 왕자>를 읽어달라고 했다. 보드북은 너무 짧고, 팝업북은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내가 읽으려고 사두었던 가장 일반적인 책을 꺼내왔다. 나지막히 읽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다 읽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내 목은 소중하니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하는 부분에서 아이는 눈이 동그라졌다. 읽으면서도 이러다 안자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오늘 내가 아이를 재우는데 성공한 페이지는 27쪽이다. 내일은 28쪽부터 읽어줄 참이다. 여름 밤 아들은 <어린 왕자>를 읽으며 보낼 예정이다. 색칠공부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색칠로 하는 고전 읽기1>이란 책도 몹시 땡긴다. 더불어 다음 잠자리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생각 중인데 마침 색칠공부도 있어 더욱 땡긴다는^^ 참고로 <어린 왕자>,<이상한나라의 앨리스>도 영미문학관에서 들을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 삼일 정도 어린왕자로 잠이 들었지만 오늘은 <우주>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잠자리 책으로는 지식과학책보다는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싶어 오늘은 내가 <어린 왕자>쪽으로 유도했다. 잠을 자면서까지 무엇을 알기 보다는 잠자리에서만큼은 상상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데 그게 옳다고 생각하여 앞으로도 잠자리에서는 이야기책으로 읽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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