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모처럼 시댁에 가지 않는다. 집에서 평상시처럼 생활하다가 연휴 후반에 강화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기 때문에 혼자 자유롭게 책읽으며 빈둥할 수는 없기에 새로 어떤 책을 읽겠다는 계획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손이 가는 책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 찝적댄(?) 책들이 적지 않아 그 아이들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이미 출간 전에 가제본으로 읽어본 터라 내용과 느낌은 다 알고 있지만 출간된 책으로는 아직 읽지 못했다. 가장 많은 밑줄이 그어졌던 <바소 콘티누오>와 표제작 <별명의 달인>을 비롯하여 책으로 다시 만나보려고 한다. 벌써 2쇄를 찍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역시 구효서 작가님! 밑줄 긋고 고개 끄덕이고 작품 하나 하나 끝날 때마다 삶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볼 기회 얻어야겠다.

 

- 알라딘가  10,800원

 

 

 

 알베르토 망구엘의 신작을 거액을 들여 구입했다.(그 출판사에서는 망구엘을 망겔이라고 적었다만.) 그러다보니 읽다가 읽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은 [독서의 역사]가 생각났다. 새 책 읽기 전에 이 책부터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독서'행위에 대한 역사를 짚어보는 것까지 읽었다. 예전에는 묵독이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에서도 각자 자신의 목청껏 소리내어 읽었다니! 재밌다.

 

 

- 알라딘가 11,250원

 

보급판도 있으니 보급판으로 읽으면 휴대하기 좋을 것 같다. 큰 책 사고 보급판의 존재를 알았을 때 아차, 했다!^^

 

 -알라딘가 각 5,000원

 

 

 [홍콩에 두번째 가게 된다면] 이 책은 읽기 시작했을 때 후다닥 읽을 수 있었는데 흐름이 한 번 끝기다보니 아직 마무리가 안되었다. 주성철 기자의 글솜씨가 정말 맛있단 말이다, 다만 내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 읽다보면 홍콩에 마구 가고 싶어지는 이 마음, 만끽할 상황이 안됨이 아쉽다. 오늘부터 잠자기 전에 이 책을 읽을 테다!

 

 

- 알라딘가 11,250원

 

 

 보림출판사 신간평가단으로 받아 읽고 있는 책이다. 좀 무거울까 싶어 미루었는데 읽다보니 빠져든다. 일기시라는 새로운 형식의 책인데, 유대인으로서 쿠바섬에서 살아가야했던 소년 다니엘과 그곳 주민인 팔로마와 그의 아빠, 그리고 러시아인으로서 쿠바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아가는 다비드의 모습이 아이들이 읽기엔 좀 무거울 수도 있지만 알아야 할 역사의 모습이니 피하는 것보단 좋은 작품으로 만나면 좋겠다. 내일 전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알라딘가 10,6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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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장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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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특수성에 기대지 않으면서 특수성이 드러나는 소설들. 짧은 많은 소설 속에는 환상, 따뜻함, 유머, 사유 등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표제작과 <크고 파란 버스>부터의 후반에 배치된 작품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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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표 문화생활로 풍성한 9월을 보내는 중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혼자 밤늦게 다니는 것을 월1,2회 선에서 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했건만 9월엔 낭독회도 많았고 체험 기회도 주어져 벌써 4회의 나들이를 했다.

 

1. 김려령 <너를 봤어> 기념 낭독의 밤

 

 평론계의 아이돌 허희 평론가와 홍대 여신의 시조 이아립 씨와 함께 진행하는 김려령 작가님 낭독회였다. 2년이 조금 못 되어서 만난 것 같다.

 

<너를 봤어>가 나를 얼마나 울렸는지는 사실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해서 그만 두고, 쓰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을 작가님이 생각나 꼭 '손수건'을 준비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게으르미라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가는 길에 부랴부랴 포장도 없이 가져갔다. 송구해서 드릴까 말까 했는데 알아봐주신데에서 용기가 났을까, 안드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 포장도 안된 손수건을 건네니 의외로 너무 기뻐해주셔서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 눈물 닦아 드리고 싶었어요. 작가님, 다음에 또 만나요! 작가님이 다음 소설을 사랑하겠어요!!라고 눈빛 발사 후 사인 받고 돌아왔다.

 

그때와 헤어스타일도 달라진 나였기에 당연히 못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간 중간 눈이 마주친다. 알아보신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라는 직업, 눈썰미가 있어야하겠구나 싶은 생각은 그 다음에 들었다. 모든 작가가 그렇진 않겠지만 김려령 작가는 정말 섬세하다. 이번 만남, 정말 좋았다! 아, 아메리카노도 주더라~~~^^

 

 

 

작가님 말씀 중에 쓰면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으셨다는 말이 인상에 남았다. 쓰면서 울면 독자가 울 수가 없다는 말씀이셨다. 작품을 쓰기 전에 많이 울고 시작하신단다. 손수건은 다음 작품 쓰시기 전에 사용하시는 걸로!^^

 

2. 김언, 강성은 시 낭독회

 

포스터가 맘에 안든다. 가나다 순인가 왜 김언 시인이 강성은 시인 이름 뒤에 거론되는지 아주 사소하지만 두 시인에 대한 나의 감정(?)이 너무나 다르기에 일단 포스터에 딴지를 걸고 시작한다.

 

김언 시인도 구리시립도서관에서 뵌 지 2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때도 사진에 비해 젊으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뵈니 머리를 기르셔서 그런지 더 젊어지셨다. 시집 표지의 크로키마저 얼굴이 큰바위로 그려져서.....시인은 표지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셨다 ㅋㅋ

 

오은 시인과 김이강 시인이 예정된 손님이셨는데 뒤에 잘~~~~생긴 분이 추임새를 계속 넣으시길래 누구신가 했더니 아, 글쎄 이준규 시인이셨다. 나,,,좋아하는데^^♥ 어쨌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두 시인의 분위기를 분위기메이커 오은시인의 입담으로 경쾌하게 분위기 업!

 

사인을 받으며 구리에서 뵌 적이 있다고 했더니 기억해주셨다. 몇 자 더 적어주시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느꼈지만 시인님, 당황하셨어요? 멈칫 하시길래, 또 만나자고 적어주세요, 라고 말하며 악수 청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나오는 길에 오은 시인님 들어오시길래, 셀카를 청하고 찰칵! 하하하! 이 나이에 이래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3. 에트가르 케레트와의 북토크

 

 

남편이 야근인 것을 핑계 삼아 하루에 두 건의 낭독회에 다녀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앞서 간 김언 시인 낭독회가 일찍 끝나 빠르게 카페꼼마2로 이동했다. 독자 질문이 쇄도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오면서 이 책을 읽었었는데 범상치 않은 소설이었고 작가님 말씀을 듣자하니 이스라엘의 특수성이 더해져 더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끝나고 역시 사인을 받았는데 이 분의 사인은 소장용이다. 내 사인은 정말 노말한 정도임^^

 

 

 

 

4. 노빈손과 함께 하는 천문대 체험

 이 이벤트는 마감 임박에서 보고 서둘러 신청했는데 마감이 지나도록 신청자가 나 혼자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안했는데 당첨 문자가가 오고 안내 메일이 와서 갔더니 노빈손카페 회원들이 함께 신청해서 어른2 아이2로 신청한 나는 아들 친구, 친구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아들은 이번이 서울시민천문대 3번째 방문이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중이었지만 같이 간 친구는 첫 방문이라 더 즐거워했다. 일반 관람일 때보다 설명해주시는 분이 더 세세히 설명해주시고 설명 기술도 있으셔서 더 질 높은 체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뜨인돌출판사에서 퀴즈를 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아들과 아들 친구가 모두 맞추어 책 선물을 받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의 꿈을 더 부풀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평소에는 그저 지나가기만 했던 전시실에서 현미경도 오래 들여다 보고, 매직블록 만들기 체험도 하는 등 눈이 반짝 거리는 시간이었다. 다만, 상현달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날이 흐려서 보지 못했다. 달관측은 다음 운명에 맡겨보련다.

 

 

 

알라딘, 다음엔 나한테 뭐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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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딸랑곰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상희 글, 서영아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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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자마자 아들은 있지도 않은 동생에게 읽어줄거라며 뿌듯해한다.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근래에 많이 내비친다. 동생한테는 네가 읽어줘야하니 한 번 읽어보라고 하니 어찌나 공들여 읽는지 미안한 마음만 더 커져버렸다.

 

<딸랑딸랑 딸랑곰>은 청각이 예민한 아기들에게 들려주기에 좋은 책이다. 큰 사람들이야 딸랑곰이니 짹짹새니 깡충토끼니 하는 소리가 유치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세상에 처음 귀를 연 아기들은 의성어가 매우 중요한 언어이다. 글밥의 절반이 의성어이고, 또 남은 절반이 반복되는 구조의 대화체인데 단언컨대 아기들은 이 책을 한 번 읽고 땡!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또!를 외치지 않겠는가? 다만, 청각이 예민하고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의 이야기이다.

 

 

 

여섯 살 아들이 이 책을 가상의 동생을 생각하며 읽어주었을 때 새는 짹짹새고, 토기는 깡충토끼이고, 돼지는 꿀꿀돼지를 넘어 온갖 동물들에게도 의성어 이름을 지어주며 놀았다. 말놀이책이 되는 순간이다. 고양이는 야옹고양이, 코끼리는 뿌코끼리, 모기는 앵앵모기 이렇게 말이다. 그러다 사람으로 넘어간다. 엄마는 호호엄마, 아빠는 허허아빠, 할머니는 아이구할머니가 된다. 물론 아주 어린 아기들만큼 여섯 살에게 큰 관심을 끄는 책은 아니다.

 

대상 연령이 2세나 3세 아이를 무릎에 앉히며 읽어줄 때 가장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아마 동생이 있었다면 오빠가 동생에게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동생을 기다리는 아들을 보며 문득 해 본다. 딸랑딸랑 딸랑곰, 깔깔깔깔 깔깔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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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효서 작가의 소설을 몇 편 연달아 읽었고, 그 깊고 넓은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었다. 하지만 내가 정작 제일 먼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된 것은 바로 [별명의 달인]을 비롯한 그의 단편들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별명의 달인]이란 이름을 걸고 이번에 신간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나온다 나온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알리미 문자를 받고 보니 설렌다.

 

<목차>

 

바소 콘티누오 ‥‥‥‥‥‥『현대문학』 2011년 2월호
별명의 달인 ‥‥‥‥‥‥『세계의 문학』 2010년 겨울호
모란꽃 ‥‥‥‥‥‥『문학동네』 2008년 가을호
6431-워딩.hwp ‥‥‥‥‥‥『학산문학』 2012년 봄호
산딸나무가 있는 풍경 ‥‥‥‥‥‥『대산문화』 2012년 봄호
화양연화 ‥‥‥‥‥‥『문학나무』2011년 겨울호
저 좀 봐줘요 ‥‥‥‥‥‥『현대문학』 2012년 7월호
나뭇가지에 앉은 새 ‥‥‥‥‥‥『현대문학』 2009년 12월호

 

 

우와 이 센스 있는 목차 좀 보게! 목차에 이렇게 발표지면이 실려있다니!

 

구효서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깊이와 넓이(이것은 오래 글을 쓰신 소설의 달인들의 소설을 읽다보면 대부분 느끼게 된다.)보다 글에서 느껴지는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었다.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아도 토속과 고귀함을 넘나들고 안정과 실험을 동시에 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다양한 시도들이 작가의 글을 늙지 않게 하는 힘이겠구나 싶다.  마치 이 소설 속에 멋스러움과 가당찮음의 경계([6431.hwp])라는 말이 나오는데 구효서의 소설이 그 둘을 동시에 오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단, 읽은 바 각각의 작품에 대한 짧은 후감과 밑줄 친 것들을 올려본다. 더불어 한 번 더 읽게 될텐데 그후 리뷰를 남겨보길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막연한 듯 선명하고, 길을 보여주는 듯 슬쩍 감추는 통에 사실 재주없는 글로서 정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그 단단한 느낌을 품고 있을 뿐이다.

 

<바소 콘티누오>를 읽다보면 마주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꼭 마주보아야 마주보는 것인가 하는 생각, 같이 하고 있다면 그것이 마주본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 이를테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같은.

두 사람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것이다. 그렇게, 함께하는 응시의 순간들이 모여 세월이라는 시간의 숲을 이루었다. 숲은 길어지고 우거지고 깊어졌으나 등뒤 풍경으로만 저물어갈 뿐, 그들은 그것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란히 앞을 바라보는 사이 배경의 숲은 저 홀로 그윽해질 뿐이다.

 

<별명의 달인>을 읽으면서는 타인에 대한 내 마음대로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만들어버린 타인의 이미지에 대한 강박,,,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와이프 별명이 베아트리체였어.

라즈니시가 말했다.

애칭이었지. 물론 내가 지어준. 와이프도 나름 그걸 소중하게 여기며 지금껏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 나한테 말하더군.

라즈니시 입술에 옅은 미소 같은 게 스쳤다.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었다.

뭐랬는데?

그가 물었다.

웃기지 마셔. 나, 베아트리체 아니거덩!

 

<모란꽃>은 내가 여자라 그런지 삶을 살수록 공허한 느낌이 드는 탓인지 다음 문장에 공감하며 몰입했다.

 어쩌면 어떤 실체와 맞닥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지금껏, 나와 동떨어져 있었으니까. 무엇 하나 나와 착 붙어 있질 않았다. 늘 거리감이 있었고, 비켜났고, 부유하는 듯했고, 비위가 상했고, 불명확했다. 애착을 못 느꼈다. 그랬으면서, 그랬기 때문에, 바로 이거다! 라는 기분을 언제나 목말라 했다. 어딘가에 내 진짜 삶이 준비돼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 그곳을 못 찾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면 애가 탔다. ------집이 점점 가까워졌다. 뒤돌아, 왔던 길로 가버리고 싶었다. 어딘가에 있을 내 별로.

 

<6431-워딩.hwp>은 왠지 구효서 소설가가 소설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겐 말과 글이 따로일 수 없다. 허공 중에 흩어지되 무시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거듭 뜻을 일깨우는 게 형의 말이라면, 내 말은 언제든 다시 들춰볼 수 있는 글이된다. 그렇게 지금껏 적은 글이 6430개의 파일로 남았다.

말의 궤적이었다. 지나온 자국으로서의 궤적이 아니라, 내 삶이 나아가고자 했던 이정표로서의 궤적.

 

<산딸나무가 있는 풍경>은 좁은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혈연 뿐이겠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배제하는 일이. 그들은 그자리에서 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하는 만큼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 모호한 거리를 두면서 말이다.

말이 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품고 산딸나무는 새 자리에, 있을 수 있을 만큼 서 있을 것이다. 당신은 새집에서 살 만큼 살 것이다. 나는 마을을 오르내리며 기념관의 지붕과 마당과 산딸나무를 바라볼 것이다. 개울은 원래 그랬다는 듯 흐를 것이고, 은백양 잎은 바람에 하얗게 뒤집힐 것이다. 정화백의 그림처럼.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는 <화양연화>에 나오는 '넌 정말 나와 너무 똑같아서 슬프다'라는 구절이 추억에 젖게 한하다. 그런 사랑,,,

 

<저 좀 봐줘요>는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은비라는 존재가 신비롭기도 하다. 이국적이기도 하고 토속적이기도 한 느낌이 공존하는 단편이었다. 소설이지만 어떤 영상이 펼쳐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는 삶의 피로감이랄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했다.

재주와 웃음은 의도된 분망 뒤의 허약함까지 다 감추진 못했다. 마침내 태평양 끝까지 다다르고야 만 고단함. 더이상 오갈 수 없는 교착. 누나는 사이판 동북단 반자이 절벽 위에 표표히 옷자락 나부끼며 홀로 서 있는 거였다.

 

이미 많은 팬들이 있는 구효서 작가이지만 만약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집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바소 콘티누오>가 재밌다면 <랩소디 인 베를린>을 읽어보면 좋겠고,  <산딸나무가 있는 풍경>이나 <저 좀 바줘요>가 재밌다면 <라디오 라디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본 것은 아니라 권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이지만 시작은 [별명의 달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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