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읽고 있다. 해리 보슈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번에 읽은 책은 [클로저]인데 남은 신간은 두 권이다. 해리 보슈 더 만나고 싶으니 마이클 코넬리가 좀더 분발하는 수밖에(?)

 

 읽으면서도 제목을 계속 연관짓게 되었다. 범인의 별명이 아니니 이건 범인이 측근이라는 뜻인데 그럼 누구지? 아버지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식당에서 보슈와 만나는 장면을 보 뒤로 그런 의심은 거두기로 했다. 그렇다면 누구? 솔직히 말해서 해리 보슈 시리즈에서 [시인의 계곡]을 제외하고는 범인을 추리하기란 무척 어렵다. 특히 이번 작품이 그랬는데 범인의 존재가 너무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지! 그야말로 추리는 집어치우고 사건 전개에 집중할는 건가????ㅠㅠ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의미는 그저 '굿바이 어빙'으로 축소시키련다. 그렇다. 해리 보슈의 악연 어빙이 경찰계를 떠난다네~~~♬ 마이클 코네리에겐 굴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컴백 보슈, 굿바이 어빙'에 목적이 있는 징검다리 작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제 지하철을 오며 가며 시집을 읽었다.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읽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지난 와우북에서 구입한 문학과지성 시인선R 시리즈 1번인 이 시집은 미처 알지 못하고 사서 읽었는데 철저히 기획된 시집이었다. 굉장히 특별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외국의 시인들 혹은 소설가들의 작품 속 한 구절을 차용하면서 모든 시가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가 딱 100편이니 시인이 마음먹고 쓴 컨셉트가 아닌가!

 

  어찌 보면 이 시들은 어떤 글의 일부 혹은 느낌을 매개로 쓰여진 것이기에 마치 알라디너들이 쓰는 리뷰와 마찬가지로 2차 텍스트라 볼 수 있는데 그 시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그렇게 비교하기엔 송구하다. 덕분에 잘 알지 못했던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알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오며 가며 일단 귀퉁이를 접어두었는데 집에 오니 책이 두꺼워져 있었다. 시집으 한 번 읽는 책은 아니니 다시 읽고 옮겨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 좋은 시 한 편을 공유해 봐야겠다.  이래서 다들 이성복 이성복 하는구나,,,싶은 시집이었다.

 

 

 

 

 [가짜 경감 듀]에 대한 좋은 평이 많아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어보니 '과연'이었다. 대다수의 추리 소설들은 간략한 배경 소개 후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 등장한 탐정 혹은 경찰에 의해 인물들의 미스터리가 벗겨지는데에 반해 이 책은 1/3이 인물 소개이고 사건은 절반이 다 되어서야 벌어진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려나 집중하며 읽어가게 된다.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월터가 듀 경감의 자격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또한 긴박하고 궁금하여 읽다 멈추기가 어렵다. 에필로그를 읽기 직전까지도 침을 꼴깍 삼켜가며 읽었는데 아쉽게도 에필로그가 급 싱거워 허탈하기도 했다.  암튼 상콤한 탐정 소설이야~~

 

이 외에도 김영하의 에세이를 읽었다. 지난번에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 리뷰를 쓰며 경쟁구도를 언급했는데 만약 이 두 에세이가 정말 경쟁을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김중혁 에세이의 완승이라고 말하련다. 김영하의 이번 에세이에서는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애정하는 작가이기에 가슴이 아프다....이후 출간될 시리즈는 사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읽기는 하게 되겠지...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영하의 작품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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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반값이 정가가 되어버린 시절엔 소비 욕구가 절로 많아진다.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책을 사제낀다고 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지난 주말엔 민음사창고개방에 다녀왔다. 봄에도 다녀왔고 몇년간 다녔던 터라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했지만 비룡소 할인에 목적을 두고 다녀왔다. 내 책도 꼭 필요한 책으로만 네 권을 샀고, 아이 책도 계획했던 것 이상은 사지 않았다. 이틀째 갔더니 필요한 책마저도 없어서 채 못 샀다. 대신 출판도시를 많이 걸었다. 원래 가려던 방향에서 길을 잃어 차가 쌩쌩 달리는 곁을 혼자 걷자니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오랜만의 방황이 신선했다.

 

한 카페에서 맛본 라떼가 워터라떼맛이라 아쉬웠지만 어느 가을 일요일 오전의 파주 나들이는 비교적 아름다웠다. 워터라떼를 마시며 트위터를 보던 중 오은 시인의 [너랑나랑노랑]이 반값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이 책의 편집자이신 김민정 시인과의 트위터 대화를 보게 되었는데 집으로 오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 생각들을 잠깐 적어보면

 

책을 '공들임'을 기준으로 나름

1. 만든이가 썩 공을 들인 것도 아니고 독자도 읽으며 썩 공을 느끼지 못하는 책

2. 만든이는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독자는 도무지 모르겠는 책

3. 만든이가 공을 들였고 독자가 그것을 알게 되는 책

으로 분류를 해 본다.

 

세 가지 유형 중에 특별히 어느 것이 가치없다고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1번의 경우에도 공을 들인 것과는 별도로 의미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매우 유동적인 측면이니까. 하지만 3번의 경우는 책장을 넘기면서 다시 표지로 돌아가고 때때로 만든이의 이름마저도 살피게 되고 쓰다듬어 보게 되기도 한다.  한땀 한땀 손바느질한 옷을 보면 그것을 매일 입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 충만함을 느끼는 경우와 비슷하다. 특별해지는 것이다.

 

공들여 만들고 그 공을 독자가 느끼게 되는 책이 반값으로 나올 때, 그 책을 읽은 독자를 비롯하여 만든이, 쓴 이 모두 속이 상할 것이다. 잘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아직 그 책을 미처 갖지 못한 이들에게는 어쩌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남의 시작이 쉬워지니까. 반값 책이 많이 나오고 나도 많은 책을 탐을 내고 그 탐내는 과정을 여실히 페이퍼에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권할 때에는 신중하게 권한다. 사실 책을 권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깊이 관여하는 터라 주변에게는 잘 권하지는 않는데 불특정 다수에게는 권하는 데에 좀 거리낌이 없다. 단, 싸다고 아무 책이나 권하지는 않는다.  권하는 책 중에서도 읽어본 중에 갖고 있어도 좋겠다는 책, 그 공들임을 느낄 수 있는 책은 권할 때 읽는 게 좋겠다. 지금 망설이는 자, 권할 때 읽는 게 아님 최소한 갖고라도 있는 게 좋겠소이다.

 

<읽어보니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고 읽기에 좋았던 책들 : 개인적으로는 밀도가 높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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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교 이야기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믿음과 분쟁의 역사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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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에 가깝고 그래도 꼭 하나 정하라고 하면 불교의 정서에 더 잘 맞다. 역사서 혹은 소설로서 십자군 원정이나 모세의 이야기를 접한 적은 있지만 편편이 이루어져 도대체 서양 세계에서 유대인을 왜 그렇게 박해해왔는지, 그리고 그 유대인의 이스라엘은 왜 지금 이런 전쟁을 계속해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통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관계를 알았고 그래서 그들의 역사속의 엉킴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마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전쟁은 언제나 나쁘므로.

 

처음부터 공부하는 자세로 읽었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고 낯선 종교의 영역이고 책의 두께도 그렇고 긴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해 가며 읽었는데 꼭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글 자체가 술술 잘 읽히는 것이 저자가 나처럼 분야에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쉽게 쓰여진 책이다.

 

 

역사적으로 모두 아브라함에 기원한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그 기원이 유대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폐쇄적인 성격 때문에 박해를 당하게 되었다. 그들이 애시당초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선교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각자의 종교를 인정하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이슬람교가 우마이야 왕조에서처럼 관용적인 태도로 타 종교를 대했더라면 어땠을까? 많이 달라졌겠지만 이미 많이 지나간 이야기라 확신할 수는 없다. 책에서 읽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영국이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에게 이중 약소만 하지 않아더라면 지금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지금처럼 참혹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그럴 것이고 UN이 정치적인 태도로 형식적인 제스처에 중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 진정 평화를 위해 노력하여도 그럴 것이다. 도무지 강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치가 떨리는 세상이다.

 

십자군 원정 당시나 나치 시대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면 내가 유대인이라고 할지라도 치가 떨리고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지금도 바로 보게 하여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십자군 원정 당시의 관계국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뭐 남의 탓만 하겠지. 그래서 예루살렘에 있는 쇼아 추모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진 거시 아니겠는가.

 

"용서는 하지만 망각은 또 다른 방랑으로 가는 길이다." -p452

 

어쩐지 지금 우리들의 문제와도 관련이 되는 듯 하다. 힘을 가진 쪽이 힘이 없는 쪽을 탄압할 때의 역학 관계는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용서와 함께 어쩌면 망각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느꼈었던 동정과 슬픔이 현대의 이스라엘을 보면 쏙 들어가버린다. 동정과 슬픔은 커녕 그 반대의 감정 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잊지 않되 용서를 했어야 하는데 용서도 망각도 하지 않아 이렇듯 잔혹해졌는가!

 

책을 읽으며 일전에 읽었던 [람세스]나 [십자군 이야기], 그리고 영화 [십계]가 새삼 떠올랐다. 비록 아브라함도 유일신도 믿지 않지만 역사를 알기 위해 그리고 사회를 알기 위해 좀더 알아보고 싶은 분야가 되었다. 이 책으로 시작을 하되, 예수의 존재를 통해 생겨난 유대교와 기독교의 대립과 이슬람교 내의 시아파의 사상이 궁금하다. 나같은 먼 나라의 힘없는 개인이 그것들을 알아 무슨 소용이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지적 욕구도 아니오 읽다보면 그 힘의 관계에서 발견하게 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의 씁쓸함을 느끼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두운 일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그러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은 많다. 이 책은 비록 객관적 서술이 많아 감정을 쏟을 일은 없었는데 아마 다음에 읽게 될 책들은 감정을 쏟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각오하고 읽으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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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 -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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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의 ‘공부’라는 글자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기술’이라던가 ‘방법’이라고 했더라면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나름의 고민이 있는 터라 ‘말공부’가 필요했다. 누군가는 달변이라고도 하고 유머가 있다고도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나는 말을 적게 하려고 노력한다. 낯가림이라고 둘러대지만 실은 그들과 말을 많이 한 후에 한꺼번에 느껴지는 괴로움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다. 말은 내뱉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음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아 가벼이 대할 수 없다. 참말로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 하겠다.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이라는 수식은 알고 보니 중국 고전에 한한 표현이었다. ‘2500년 중국 고전에서 찾은’이라고 써야 옳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책장에서 [장자]나 [사기]를 당장 들춰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아직 만나지 못한 [논어]나 [여씨 춘추]같은 고전들도 읽어보고 싶어졌으므로 일단 2차 글로서의 역할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넘어가기로 했다. 이는 저자가 인용한 고전 속의 말에 관한 경계를 담은 글이나 좋은 말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글에 공감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자칫 말의 기술에 관한 흔한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저자가 원전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석한 글이 전체적인 중심을 잘 잡아주어 가벼운 인문 서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논어], [장자], [사기], [한비자]를 비롯하여 오랜 중국의 고전들 속에서 말에 관한 글들을 인용하며 일일이 해석해주고 현실 속의 실제 예나 현대의 책들에 실린 글귀들과 잘 버무려서 열 가지 말의 수칙을 제시한다. <촌철살인>, <언중유골>, <지피지기>, <언어유희>,<우화우언>, <이류이추>, <이심전심>, <일침견혈>, <선행후언>, <일언천금>이 그 열 가지인데 잘 알려진 사자성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모두 새겨 익힐 만한 이야기들이다. 기세를 잡는 가장 강한 방법으로서의 ‘촌철살인’과 상대의 말문을 막는 방법으로서의 ‘일침견혈’ 그리고 반전과 한 방에 효과적인 ‘언어유희’에 대한 글을 읽으며 순발력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고, 상대를 배려하여 돌려 말하는 ‘언중유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피지기’,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이심전심’, 언행일치와 상통하는 ‘선행후언’ 및 말의 힘을 느끼게 한 ‘일언천금’을 통해서는 말 이전에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인용과 비유의 ‘이류이추’와 스토리텔링의 ‘우화우언’을 통해서는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보면 다 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모두 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다. 말을 공부한다는 것이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이 마음과 생각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만큼 공부가 필요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달변보다 어려운 것이 ‘참말’이다. 결국 마음을 얻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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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파주의 책잔치를 다녀왔다. 지역 도서관의 책 잔치도 두 곳 다녀왔다. 여름엔 옆 동네 책잔치도 다녀왔다.  가을엔 홍대 와우북과 파주 북소리를, 그리고 지난 주말에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송파북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북페스티벌이 적지 않다. 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엔 좀 약하지만 그래도 책교환전, 책 판매전, 공연, 각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체험부스가 재밌다. 개인적으로는 홍대나 파주의 출판사 중심의 판매 페스티벌보다는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소박하게 열리는 행사가 더 맘에 든다. 아이와 함께 다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여한 송파북페스티벌에서는 송파구에 있는 도서관 6군데에서 감정에 대한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각 부스를 다 돌면 맛있는 커피도 준다. 체험은 아이가 하는데 덕은 엄마가 보는 격이다^^ 분노 탈출 부스에선 오늘의 표정을 사진찍고 스크래치 카드를 긁었더니 별모양의 예쁜 형광펜이 당첨되었다. 마지막 남은 형광펜이라고 하니 아이의 분노는 일찌감치 안드로메다로 갔다^^ 공포 탈출에서는 공룡 그림을 알록달록 그려보고, 슬픔 탈출에서는 <슬픔이란 속상함이다>라고 쓴 엽서를 주니 사탕을 주어 기분이 또 좋아졌다. 아, 단순한 어린이들!ㅋㅋ 사랑 더하기에서는 큐피트의 화살을 세계지도에 쏘고 맞추면 그 나라 말로 <사랑해>를 말해보는 걸 한다. 마침 요즘 내가 영어, 중국어, 일어, 불어, 독어로 알려줬었는데 씩씩하게 잘 맞췄다. 3개의 세계 각국 과자를 얻어왔다. 행복 더하기에서는 에릭 칼의 [요술쟁이 작은 구름]을 읽더니 <행복이란 자기 마음대로 변신하는 것이다>라고 한줄평을 쓰곤 옆의 기쁨 더하기에서 나무 책갈피를 만들었다.

 

 북페스티벌을 찾아다니는 편인데 신기한 건 아무리 복잡한 주말이라고 할 지라도, 아무리 번화한 곳에서 시행될 지라도 다른 축제들에 비해 한산하다는 점이다. 몇 년을 다녀봐도 그렇다. 그나마 와우북이나 파주 책잔치가 붐비고 소소하게 열리는 지역 책잔치는 체험을 다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서울의 책잔치도 그런데 작은 도시나 농촌의 책잔치들은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붐비지 않아 좋기는 한데 매년 다녀봐도 참 희한하다. 얼마 전 이촌역에서 불꽃놀이 보려고 온 사람들을 만나고는 기절할 뻔했는데 그런 줄을 북페스티벌에선 보기 어렵다. 책을 사건 안 사건 그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책에 관심이 별로 없기는 없는 것 같다...

 

요즘 북페스티벌에서 꼭 하는 것이 <책교환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책 판매>나 <책 나눔>은 있었지만 <책 교환>은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요샌 꼭 있다. 온라인으로 교환을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썩 잘 되는 경우는 없고 개인 대 개인으로 교환을 하다보면 까다로운 개인이 많아 신경이 쓰이기도 하는데 기관 대 개인으로 하니 부담도 적고 교환 도서들도 맘에 든다. 첫 날엔 주로 기관에서 준비한 책이지만 이후엔 개인이 가져온 책끼리 교환되는 구조라 기관이 살짝 봉사해주는 마음이 담겨 더 좋기도 하다. 송파북페스티벌에서는 두 군데에서 교환을 했는데 교보 문고에서 운영하는 부스는 좀더 허용적이었고 새마을문고에서는 까다로웠다. 둘다 장단점이 있다. 주는 입장에선 허용적인 곳이 좋고, 가져가는 입장에선 까다로운 곳이 좋은데 교환이란 이 둘을 다 포함하는 행위이므로 둘다 괜찮다. 두 군데를 운영하니 서로 보완이 되어 좋았다.

 

송파 북페스티벌에서만 나는 총 13권의 책을 교환했다. 내가 가져간 책들은 http://blog.aladin.co.kr/tiel93/7167324에 있는 책을 포함하여 아이책 몇 권과 남편 책 몇 권이었고 내가 가져온 책은

 

 

 

 

 

 

 

 

 

 

 

 

 

 

 

 

과 전집에 포함된 공룡책 2권^^ 이다.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간다고 책도 몇 권 샀는데 극도로 자제했다. 다른 사람들도 작은 규모의 북페스티벌에 좀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한다는 걸, 어른들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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