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공부 -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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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의 ‘공부’라는 글자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기술’이라던가 ‘방법’이라고 했더라면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나름의 고민이 있는 터라 ‘말공부’가 필요했다. 누군가는 달변이라고도 하고 유머가 있다고도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나는 말을 적게 하려고 노력한다. 낯가림이라고 둘러대지만 실은 그들과 말을 많이 한 후에 한꺼번에 느껴지는 괴로움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다. 말은 내뱉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음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아 가벼이 대할 수 없다. 참말로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 하겠다.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이라는 수식은 알고 보니 중국 고전에 한한 표현이었다. ‘2500년 중국 고전에서 찾은’이라고 써야 옳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책장에서 [장자]나 [사기]를 당장 들춰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아직 만나지 못한 [논어]나 [여씨 춘추]같은 고전들도 읽어보고 싶어졌으므로 일단 2차 글로서의 역할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넘어가기로 했다. 이는 저자가 인용한 고전 속의 말에 관한 경계를 담은 글이나 좋은 말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글에 공감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자칫 말의 기술에 관한 흔한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저자가 원전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석한 글이 전체적인 중심을 잘 잡아주어 가벼운 인문 서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논어], [장자], [사기], [한비자]를 비롯하여 오랜 중국의 고전들 속에서 말에 관한 글들을 인용하며 일일이 해석해주고 현실 속의 실제 예나 현대의 책들에 실린 글귀들과 잘 버무려서 열 가지 말의 수칙을 제시한다. <촌철살인>, <언중유골>, <지피지기>, <언어유희>,<우화우언>, <이류이추>, <이심전심>, <일침견혈>, <선행후언>, <일언천금>이 그 열 가지인데 잘 알려진 사자성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모두 새겨 익힐 만한 이야기들이다. 기세를 잡는 가장 강한 방법으로서의 ‘촌철살인’과 상대의 말문을 막는 방법으로서의 ‘일침견혈’ 그리고 반전과 한 방에 효과적인 ‘언어유희’에 대한 글을 읽으며 순발력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고, 상대를 배려하여 돌려 말하는 ‘언중유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피지기’,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이심전심’, 언행일치와 상통하는 ‘선행후언’ 및 말의 힘을 느끼게 한 ‘일언천금’을 통해서는 말 이전에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인용과 비유의 ‘이류이추’와 스토리텔링의 ‘우화우언’을 통해서는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보면 다 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모두 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다. 말을 공부한다는 것이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이 마음과 생각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만큼 공부가 필요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달변보다 어려운 것이 ‘참말’이다. 결국 마음을 얻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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