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욱 삼국지 1 : 일어서는 영웅들 - 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엮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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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을 걸고 쓰는 삼국지는 상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나 역시 그들의 작품을 읽으며 커왔다 . <이문열 삼국지> 1독, <장정일 삼국지> 2독. 이 외에도 <황석영 삼국지>가 있고, 근래엔 <설민석 삼국지>가 있었다. 소설가들의 삼국지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구라의 향연이었고, 설민석의 삼국지는 요약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쓴다는 것은 어쩌면 작가에겐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고정욱 작가의 동화를 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에 대한 반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10권이라는 점, 정사와 비교했다는 점을 지나칠 수는 없었다. 북플 친구들은 알겠지만 내가 몇 년 전에 정사 삼국지에 푹 빠져서 중드 100부작까지 보고 말았으니 요즘의 내 삼국지 취향은 구라가 아니라 사실에 더 치우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의 단단함이 이 책에 있었다. 흐름은 나관중의 소설을 따르되, 어느 부분이 왜곡되었고 추가되었는지 주석을 통해 설명해준다. 또 칭찬하고 싶은 점은 표지도 그렇지만 내지의 디자인이 너무 세련되어서 읽는 데에 더 큰 기쁨을 준다. 고정욱 작가의 이름값이 괜히 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출간된 그 어떤 이름을 건 소설 삼국지보다 더 취향 적격이다. 글항아리에서 나오는 두꺼운 6권의 삼국지가 정말 좋았지만 그것을 아무에게나 권하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이 책은 그 책의 장점이 좀더 가볍고 현대적으로 표현되어 아이들에게 무조건 권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어린 아이들보다는 1권부터 여포-초선-동탁의 삼각관계를 다루게 되다보니 초등 고학년부터 권하고 싶다. 물론 성인이 보아도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미와 지적 활성을 동시에 맛보게 될 것이다. 


삼국지를 권할 때 꼭 100부작 드라마를 같이 권하고는 하는데, 대부분은 영화나 드라마가 원작의 상상력을 가두어두기 때문에 권하지 않지만 역사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된다. 1권을 읽으며 호뢰관에서 여포와 삼형제의 대결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물론 드라마에선 여포 역할의 배우가 넘 멋져서 판단이 흐려질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정신줄을 붙잡는다. 그는 그저 배신의 아이콘이고 단순한 싸움 잘하는 사내일 뿐이다. 손견이 전국새를 얻는 장면도 떠오르는데 책에서 그의 나이가 어렸다고 했기에 또 한 번 지식을 업데이트 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선 그리 어려보이진 않았으므로. 책을 통해 잘못 입력된 지식을 조금씩 업데이트 하는 재미! 그것이 사실 삼국지를 여러 번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이제 2권이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유비와 조조가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1권에서 관우에 대한 조조의 탐심을 슬쩍 드러냈다. 1권을 읽자마자 열네 살 아들에게(이 아들은 나와 드라마 100부를 같이 본 이로, 삼국지는 무적핑크의 삼국지톡을 통해 읽고 있다는^^;;;) 꼭 읽으라고 권했다. 아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너무 즐겁다. 책 잘 읽는 예쁜 아들 둬서 이럴 때 너무 신 난다. 아들에게도 분명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기대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삼국지마라톤에 참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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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1-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좋은데요??!!!!

그렇게혜윰 2022-01-07 21:20   좋아요 1 | URL
4.5가 선택이 안 되는데 5에 가까워요. 재미보다는 앎!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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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 그림 둘중의 하나만 얻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시나 그림 모두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것이 아름답구나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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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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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보건대
외국 작가일 거라 짐작했었다.
한국에서 글이라 할지라도 이런 글을 쓴다는 게 대단히 어려운 여건일 테니.

굉장히 깔끔한 글이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공감하며 읽게 된다.

왜 ‘올해의 책‘이라는 타이틀에 올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빠는 그저 미워하기만 하면 된다. 엄마 또한 미워하기 쉬운 대상이지만, 엄마의 경우는 이해가 가기 때문에 더 힘들다. 엄마를향한 감정은 복잡하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엄마에게 가장 이해받고 싶지만, 엄마와의 대화는 늘 평행선을 달린다. 계속 시도하고 계속 좌절한다. 내 고통을 말하면 엄마는 자신의 고통을 말한다. 엄마 역시 내게 이해받기를 원하고 내게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려 하기도 한다.
- P144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극복해 가는 방식 역시 엄마에게 사과를 요청하거나 더 나은 사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나를 분리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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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1-02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데, 전자책 아닌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서 고민중이에요. 리뷰 고맙습니다.

그렇게혜윰 2022-01-02 16:59   좋아요 0 | URL
막 밑줄 그으면서 읽고 있진 않아서 전자책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고정욱 삼국지 세트 - 전10권 - 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엮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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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짜리 아동용 삼국지 너무 환영합니다. 5권은 좀 짧다고 생각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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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다 해도 인간의  뇌에 마지막까지 남는 기능 하나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  - P20

결국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은퇴 후 두 가지꿈을 꿨다는 에드의 이야기로 끝나며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이 영화의 결말은 ‘인생은 끝까지 흘러가는 것일 뿐 끝이란 없다‘는사실을 교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 P117

이를 개인의 인격 구조에 비유한다면 아직 미숙한 인격 구조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단계가 미숙한 사람은자신의 내적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 취약하며, 따라서 자신의내적 갈등을 외재화하여 그것을 조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취약한 구조의 사회 역시 내부의 갈등이나 문제를 외부로 밀어내어 다른 대상에게 자신의 속성을 떠맡김으로서, 내재하고 있는 그사회의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종의 사회적인 투사적 동일시 projective identification 현상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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