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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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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사회]를 읽고 나 자신의 모든 행동에 대하여 회의가 들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결국 나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를 묻게 되었다. 비록 그 이후에 눈에 보이는 나의 행동의 차이는 별반 없었을지라도 그 책의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 달랐다. 아주 작은 요소일지라도, 그것이 눈에 잘 띄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시간의 향기]를 사두었지만 읽지 못했는데 [투명 사회]가 나와 먼저 읽었다. [시간의 향기]가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피로 사회]의 다음 책으로 [투명 사회]는 순서가 적절해 보였다. 후자를 읽으면서 전자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자기 착취로 드러나는 피로 사회와 자기 조명으로 설명되는 투명 사회는 맞닿아 있었다.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이되 그 행위가 결국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하고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이 공감이 되었다. 이미 투명 사회 속에서 살고 있으니 어찌 공감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투명성을 외친다. 정치의 투명성, 지출의 투명성, 감정의 투명성까지. 우리가 이토록 투명성을 부르짖는 이유는 우리의 사회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저자는 꼬집는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믿지 못하게 하는 사회 구조가 투명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말인데 무척 일리가 있다. 강연회에서 직접 강연까지 듣고 보니 더더욱 공감이 되었는데, [피로 사회]이후 [투명 사회]를 거쳐 이후에 출간될(독일에서는 이미 출간된) 저서들에서도 생각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현대 사회에 대하여 집요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하는 신뢰감이 생겼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더라도 혹자는 그런 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철학이라는 것이 어떤 효용을 따지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어떤 물음을 묻는 것,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개개인이 혹은 사회 전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부분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고 공감을 했다. 일일이 밝히기 어려울 만큼 이 책에 대한 공감과 동의가 넘친다. 아마 저자의 다음 책들까지 모두 다 읽게 될 것이다. 듣기 좋은 말만 들려주는 책은 굳이 찾아 읽지 않아도 넘치므로, 나는 굳이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찾아 읽으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행동 패턴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핸드폰을 두드리는 일을 여전히 할 것이다. [피로 사회]를 읽고도 자기 착취를 멈추지 않았듯이 [투명 사회]를 읽었다고 하여 자기 조명을 끊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고 난 전과 후는 다르다는 것을 나만은 안다. 아주 사소한 저항의 마음이 생긴 것이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접촉을 하는 기회를 조금씩 늘려가야겠다.

 

* 이 리뷰는 지난 3월, 한병철 저자와의 만남 직후 쓴 리뷰로 그때의 리뷰를 뒤늦게 게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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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4-26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누가 저에게 왜 철학책을 읽냐고 하더군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인다. 할 말이 없더군요. 철학을 계발서로 이해하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렇게혜윰 2014-04-26 16:06   좋아요 0 | URL
실생활에 적용하는 게 별건가요? 제 생활에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를테면 적용이지 않을까요? 소설을 통해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끔하는 책들이 많지만 철학책은 좀더 명확하고 깊게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좀 어렵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