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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앙 136호 - 2013.겨울
중앙books 편집부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특정 문예 계간지를 꽤 오래 정기 구독 했었고, 도서관 3층에서 철철이 나온 계간지 읽어보기를 좋아했지만 [문예중앙]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여름인가 아는 시인 언니로부터 오은 시인이 [문예중앙] 편집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것을 오은 시인의 근황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겨울이 오니 트위터에 계간지들 홍보하는 트윗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리트윗 된 [문예중앙] 소식을 보고, "표지가 남다르군!"싶어 예쁘다는 멘션을 보냈다. 필진으로 참여한 이준규, 김언, 황현산, 이제니의 이름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리고 며칠 전,[문예중앙] 캠페인 기간 중에 정기구독 할인을 한다는 트윗을 보았고 망설이지 않았다. 게다가 책선물도 준다고 하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기구독 신청을 전화로 하고 어제 책을 받았다.

문예지로 리뷰를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시집 리뷰만큼 어려운 것 아닐까, 뭐라 할 말이 없는 것.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좋은 것이기에 그런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문예중앙]의 리뷰를 쓰고 있다. 기존에 내가 읽던 문예지들과 느낌이 달라 살짝 흥분했다. 그런데 그 기분 좋은 흥분이 하루가 지나고도 남아있다면, 단순한 과잉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오은 시인의 <2013 겨울호를 펴내며>를 정독했다. 하하하! 편집 위원의 들어가는 말은 간혹 굉장히 좋은 글이 많다. 이번 글도 그러했다. 그중 다음의 글이 내가 이번 호를 좋아하게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간힘 말고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문예중앙]을 [문예중앙]답게 해줄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문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열, 둘이 마찰할 때 일어나는 스파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게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문예지를 읽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겸손한 방식이 될 것이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를 돌아보는 글이 없다며 문학의 직무유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 위원의 글을 읽어보니 다른 문예지들이 과연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과연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사안들만 나열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과연 문학 이야기만 볼 수 있는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런 방식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예지를 보면 시를 먼저 찾아 읽는다. 이준규의 <그것>이라는 시는 정말 좋았다. 내가 딱 좋아하는 이준규의 시(분량도 딱 내가 좋아하는 만큼^^)였다. 그의 시처럼 나는 '그것에 흥분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원래 소설은 맨 마지막에 읽는 습관이 있어서 가장 눈에 띄고 가슴 쿵쾅쿵쾅하게 하는 인터뷰를 읽기 시작했다. 김언+오은의 <쓰다듬>이라니! 김언 시인의 헤어스타일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인터뷰를 읽는 내내 나는 다시 '그것에 흥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

두 분이 반말로 이야기하는 친분 그대로를 담고 있는 인터뷰에는 둘 사이의 교감이 느껴졌다. 오은 시인이 말한 스파크가 그것일 터였다. 야매니지먼트엔 나도 들어가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두 분의 대화를 통해 두 분 시인의 시는 내가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싶은 확신이 들었다. 그러다 오은 시인이 김언 시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시를 골라보라고 했고, 김언 시인은 [이보다 명확한 이유를 본 적이 없다], [흔들], [그런 생각]을 꼽았다. 박성광의 개그를 따라 과장해보자면, "나 정말 소름돋는다."이다. [흔들]은 강정 시인의 산문집에서 보고 온 마음이 흔들려서 옮겨적고, [그런 생각]은 계간지에서 보고 '그런 생각'에 대한 발견을 한 듯한 기쁨으로 옮겨적어두었던 까닭이다. 아무 시나 다 옮겨적는 쉬운 독자는 아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김언 시인의 시집은 이번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읽지 않았음을. 시집도 안 읽고 어떻게 감히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나 싶어 뻔뻔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왜 좋아하는지 누가 물으면 딱히 댈 이유가 없었다. 다음부턴 이 인터뷰를 읽어보라고 하면 될 것 같아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아직은 여기까지 읽었다. 하지만 한 권을 다 읽고도 며칠이면 잊혀지는 게 잡지 아니던가? 아직 황현산 평론가의 글은 읽지도 않았다. 아직 더 흥분할 일이 남았단 뜻이다. (이준규 시인의 '그것'은 이번 호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처음 손 한 번 잡았다가 스파크가 일어났다고 모두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까? 아직 세 번이 남았다. 다음 호는 혁신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스파크 일어 불이 날까 살짝 염려되지만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쨌든 이번 호를 통해 김언 시인의 시집을 펼쳐본다. [소설을 쓰자]부터. 역시 좋다!
일단 우리 천천히 알아가요. 지금도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