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철주야 듣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곡은 냇 킹 콜의 '더 크리스마스 송'이다. 지난주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내 아이폰을 차에 연결해서 내가 듣고 있는 크리스마스 음악(내 아이폰에 저장된 크리스마스 음악만
300곡이 넘는다. 난 뭐든 한 가지에 빠지면 확실하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을 같이 듣고 있는데 냇 킹 콜의 The
Christmas Song이 흘러나왔다. 그의 감미로우면서 몽실몽실한 음성이 잔잔하게 퍼지는 것을 듣자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차에 히터를 틀어서 따뜻해졌겠지만)
남편에게 "냇 킹 콜의 음성은 마치 담요 같아." 이불도 아니고 담요여야 한다. 이불은 너무 무겁지만, 담요는
가벼우면서 포근하니까. 남편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우리는 차 안에서 냇 킹 콜의 목소리를 담요처럼 덮으면서 따뜻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본 영화(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가 그렇게 감동을 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하여 헤어진 후까지 그 따뜻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12월 8일 남편의 생일이었던 날 나는 [레 미제라블]을 읽는 여정을 다 마쳤다. 여전히 먹먹하며 이 책에 대한 나의 소감을 말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다락방님처럼 폭풍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강물처럼 소리 없이 계속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느끼지 못하기도 하면서 회개하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면서 그 늦은 밤을 홀로 지새웠다. 새벽 3시 38분에 책을 다 읽었고 아침까지 회개와 감동의 쓰나미에 휩쓸려 그
다음 날도 피곤한 줄 몰랐다. 남편의 지극한 사랑이 강하게 느껴져 더 그랬던 것 같다. 남편과 함께 살면서 남편의 생일에 함께
하지 못한 적은 이번 생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어서 더 그랬을까? 생일이 토요일이라 함께 지낼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다음 날인
일요일에 대전으로 내려갔고 그 다음 날인 월요일에 냇 킹 콜을 함께 들으며 영화를 보러 갔고 점심도 먹었다. 이제 2012년
12월에 남은 것은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는 것과 크리스마스 날이다. 나는 열심히 [레 미제라블]을 읽었기 때문에 정말 이
영화를 온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치도록 기다려진다. 크리스마스는 다행히도 화요일이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 하나님께
감사를~~~. 선거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지만,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다소 방임적인 태도이지만 사실 표하나를 신중하게 찍는 행위 이외에 식당에서 온종일 지내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식당에 오신 손님들과 정치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주제라고 하는데 말이다.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지인에게 [9와 숫자들]의 새음반인 유예
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에게로 보냈고 중고 가게에서 보고 요즘 관심 있는 사주명리학에 관한 책은 그 지인의 집으로 보냈다!!
ㅠㅠ 난 정말 한심한 인간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마침 전화기가 수리 중이라 어제 받고는 그 지인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잘못 보내진 것이니 나에게 보내달라고. ㅠㅠ 바쁘다는 지인이 얼마나 귀찮았을까? 내 머리를 수십 번 쥐어박았는데도
속이 안 풀렸다. 어이구 멍청이. 원래 멍청한데다 요즘 날씨가 추워 화장실에 설치한 연탄난로(나는 연탄난로 설치를
극구반대했는데도 연료비를 절약해야 하신다며 내가 없는 월요일에 설치 하셨더라는, ㅠㅠ)중 하나가 불량이었는지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띵한 게 완전 연탄가스 중독 현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 거다.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그러기는커녕. 말을 말자. ㅠㅠ 암튼 님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서 정말 너무너무 미안해요. ㅠㅠ
[레 미제라블]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다른 책을 손에 잡을 수가 없었다. 사주명리학책을 살피면서야 새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 음식에 관한 책이 많았다!!! 이런 랄~~ 음식에 관한 책 좋아하는 나보고 어쩌라고. ㅠㅠㅠㅠㅠ
이러면서 여동생에게 알랑방귀 뀌면서 몇 권 사달라고 졸랐다. 나보다 부자인 여동생이 요즘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는지 선뜻 "골라봐~."이런다.
사고 싶은 책은 여러 권이었으나 여러 권 사달라고 하면 맘이 변할까 봐 두 권만 얘기했다. [맛있는 위로]와 [길치 모녀 도쿄
헤매기]
[맛있는 위로]는 제목이 좋아서 [길치모녀~]는 나도 언젠가 딸과 함께 '파리 헤매기'를 할 계획이라서???ㅎㅎㅎ 암튼 배송상황을 보니 오늘 배송예정이닷!!!>.< 뭘 먼저 읽을까???뭐 그런 생각으로 오늘 아침을 씩씩하게 시작했다.
두 권을 말하지 않고 더 말했으면 더 사줬을지도 모르는데,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해봤자 택배기사님은 이미 떠났다. ㅠㅠ그래도 읽고 싶은 새로 나온 책들! 그 마성의 유혹은 말 그대로 'deadly'구나!!!ㅠㅠㅠㅠㅠㅠ
[피와 뼈 그리고 버터]
제목이 참 거시기 하지만 책 표지며 호기심 자극장렬이구나.
[보통날의 와인]
박찬일씨가 이번엔 와인 이야기를 들고 왔구나. 궁금해.
[오늘의 요리]
권남희 번역가가 예쁜 천 조각을 모아 만든 예쁜 패치워크 같은 책이라고 해서 그런가 더 궁금하다. 평범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해피해피 브래드]
영화도 못 봤지만 어쩌면 나는 정말 저런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내 빵집이든 식당이든 찾아와서 맛있는 위로를 받고 갈 수 있는 가게주인 역할.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풋
그리고 나온 지 좀 된 [심야식당]
1권부터 8권까지는 가지고 있는데 요즘 좀 격조했달까? 그래도 10권까지는 가지고 있어야 할 듯한 팬심.
음식 얘기는 아니지만 가장 사고 싶은 책은 사실 [담요]이다.
영문판으로 나왔으면 사려고 했는데 번역판을 과연 2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살만할까? 하는 생각으로 여태 군침만 흘리고 있다. 끙
그 밖에도 유혹다운 책이 쏟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운명처럼 두 권을 말했고 나에게 올 두 권의 책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아침엔
예약 손님이 있었는데 취소도 하지 않고서 안 왔다. 지금까지 예약하고 안 온 경우는 처음이다. 유리로 된
방에 예약을 하셨어서 아침부터 난방해놨는데 말이다. 전기세 아깝다. ㅠㅠ 그나저나 오늘 손님이 이렇게 없을 수가!!! 선거가 끝나야 다들 먹으러
나오려나. 요즘 정말 연말 같지 않은 연말이구나. 항공권 예약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화가 난
담요같은 남편은 오늘 아침 내 문자도 씹고,
쳇 하지만 다 자업자득.
이 글 쓰고 있는데 예약 손님이 들이닥쳤다. 안 오시는 줄 알고 테이블을 치웠다고 하니까 예약을 하신 분이 다른 분들께는 1시라고
하셨단다. ( ")오늘은 어떤 손님들이 식당에 오실까? 그저 너무 힘들지 않게 하루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Andy Williams - 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