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부터 작가생활을 시작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왕성하게 활동해온 소중애 작가가 또 한편의 신작 동화를 펴냈다. 짜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다. 짜증 내는 버릇을 고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밝고 긍정적인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단다. 인터뷰는 2014년 4월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에 초등학교 교사로 동화작가로 아이들을 사랑하며 보낸 풍요로운 시간이 묻어난다.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 / 2014-04-25)
동화 <짜증방>의 출발점이라고 할까요, 작품을 구상하신 계기와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먼저 여쭤볼게요.
실제로 사람이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서 여자애의 얼굴을 사정없이 밀어 일그러뜨리는 남자아이를 봤어요. 여자애는 아프다고 소리치고 남자애 엄마는 사과하라고 소리쳤지요. 그러자 남자아이는 아주 가볍게 힘 안들이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때 뿐만 아니었어요. 곳곳에서 아이들의 짜증을 봐왔어요.. 그 아이들의 짜증이 이 책을 쓰게 만들었지요.
이야기 초반 공항 식당에서의 대화 장면부터 시작해서 주인공 도도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말투, 감정 모두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이러한 리얼리티는 어떻게 확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38년간 초등학교 교사를 했고 동화를 쓴 지도 30년이 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눈에 잘 들어와요.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생긴 아이가 어떻게 행동했는가는 비교적 기억을 잘 해요. 그 기억의 조각들이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동화를 읽기 전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책을 쓰신 의도가 분명하게 나옵니다. 아이들이 짜증 부리는 버릇을 고쳤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하셨는데, 막상 이야기 속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방적인 설교가 나오지 않아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도도의 모습을 보면서 뜨끔한 어린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글을 써오셨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도 통하는 젊은 감각을 가지셨다고 느꼈습니다. <짜증방>을 쓰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도도 같은 짜증이들은 남을 생각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해요. 사회생활 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행복하지 못하지요. 짜증을 털어버리면 사랑 받는 아이, 귀여운 아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짜증방’, 한번 들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제목인데요. 책 속에도 설명이 있지만 ‘짜증방’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인터뷰 지면을 빌어서 다시 한번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짜증 부리는 아이를 싫어하고 멀리해요. 짜증 부리는 아이를 보면 짜증이 나거든요.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들은 아이 곁에서 떠날 수가 없어요. 짜증이들은 그걸 몰라요. 곁에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말예요. 계속 짜증을 부려 벽을 쌓고 방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두죠. 그건 곧 자신을 가두는 것과 똑같은데 그걸 몰라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혼자가 되었을 때서야 후회하게 되지요.
짜증방은 아이들에게 들려주시는 이야기 같습니다. 아이들의 ‘짜증’과 관련해서 부모님들께 직접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짜증방 원고를 마감하고 중남미 배낭 여행을 떠났어요. 저는 거기에서 어른 짜증이를 만났어요. 날씨가 덥다. 음식이 짜다. 호텔 방이 작다. 등 하나에서 열 가지 못마땅한 짜증이었어요. 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어요. 도도도 이모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른 짜증이로 자랄 것 아니겠어요? 짜증 부리는 버릇은 고쳐 주셔야 해요. 그래야 밝고 긍정적인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어요.
도도가 마귀할멈이라고 믿는 이모 할머니, 이 같은 비밀스러운 캐릭터나 개구리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 고전적이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설정이 많습니다. 일러스트도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데요. 작품을 쓰시기 전에 원했던 모습과 완성된 이야기는 서로 많이 닮아 있나요?
글 속 도도는 처음보다 덜 지독한 아이로 바뀌었어요. 정말 정 떨어지는 지독한 짜증이로 그리다 보니 도도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도도는 자신의 짜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몰랐거든요. 자신의 짜증이 주위 사람들에게 (특히 엄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몰랐어요. 도도는 감정 표현 방법이 미숙했던 것이지 정말 나쁜 애는 아니거든요.
2014년의 한국 아동문단은 선생님께서 등단하신 1982년 즈음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많은 변화를 몸소 느끼시는지, 작품 활동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로 정말 재미있게 잘 써요. 감각이 젊어서 요즘 트랜드를 잘 알고 있지요. 젊은 작가들을 보면서 나도 더욱 열심히 써야겠다고 생각하지요.
그 동안 우리 전래동화를 새롭게 쓴 작품들을 여러 편 발표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작업에 어떤 매력을 느끼시는지요? <짜증방> 같은 동화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은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전래동화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배워야 할 덕목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전래 동화를 많이 읽히라고 학부모들에게 권하고 있어요. 세상에 알려 지지 않고 묻혀 있는 전래 동화를 찾아 발표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창작동화도 열심히 쓰고 있어요. 6월부터는 [소년] 잡지에 연재도 시작하고요. 저는 제 글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소중애 작가님의 이름은 제가 어린 시절에도 읽었던 책에서도 여러 번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것이 반갑고 또 감사하기도 한데요. 끊임 없이 작품 활동을 계속해나가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일단 제가 즐겁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호기심이 발동해야 글을 씁니다. 세상에는 즐거운 일도 많고 감동 받을 일도 많습니다. 알고 싶은 것도 많고요. 그런 것들을 이야기로 엮는다는 것은 정말 신 나는 일이지요. 신나는 일은 무한한 에너지를 방출한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동화작가라는 직업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축복 받은 일이면서도 많은 숙제를 안겨주었을 것 같거든요. 기쁨과 고통이 동시에 따르는 이 두 가지 일을 어떻게 해오셨는지요.
초등학교 교사와 동화 작가는 축복처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을 잘 알게 되었고, 그 속에서 소재를 구했지요. 그랬다고 아이들이 언제나 즐겁고 사랑스럽게 다가온 것은 아니었어요. 알잖아요, 가끔씩 뒤로 넘어갈 것 같은 것…ㅎㅎㅎ. 그럴 때 저는 동화작가로써 한발자국 물러 나 살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노력이 아이들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고 내 글을 풍요롭게 했지요. 그건 저에게나 아이들에게 참 다행스럽고 좋은 일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 요즘, 힘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한 마디 부탁 드려도 될까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슬픈 사건 속에도 분명 어른 짜증이가 있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자기 일을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소홀히 했던 짜증이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성숙한 태도로 짜증을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분들께 눈물로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