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작가 백승연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은하철도의 밤>의 추천글입니다.
해야 할 숙제나 일은 잔뜩 밀려 있는데 가족 누군가는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지루한 나날은 똑같이 줄지어 이어지고 날은 늘 덥거나 아님 아주 춥다. 아,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그대로 두고 어디로?
음... 머나먼 은하 세계는 어떠한가. 단 일 분 안에 푹 빠져 떠날 수 있는 그곳, 멋진 환상의 세계. 이 책을 드는 순간 당신은 몽환적이고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낯선 세상 속의 여행자가 된다.
어느 책이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판단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그 책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가, 또 그 책이 읽는 이의 상상 공간을 얼마나 확장해 주는가, 라고 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딱 그 조건에 맞는 좋은 작품이다. 이 책은 크게 인기를 끈 장편만화(정말 장편이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은 원작이라고 하기에는 두 작품의 내용이 많이 다르다. 그래도 만화 <은하철도 999>가 <은하철도의 밤>에서 크게 영감을 받은 건 많이 알려진 분명한 사실이다.
하긴 누군들 영감을 받지 않을 수 있으랴. 나도 오늘 이 작품을 읽으며 은하철도에 올라 넓고도 깊은 환상의 세계 속에 푹 빠져 은하의 너른 바다를 무한히 헤엄친다. 이 은하철도는 오를 때마다 매번 다른 상상의 세상으로 나를 인도한다. 내 상상은 온 우주 이쪽저쪽 다양한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다채로운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다른 색채의 상상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게다가 그렇게 한바탕 신 나게 머나먼 우주 공간에서 놀고 와서 책장을 덮고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올 때쯤엔 마음의 평안과 또 더 나아가 구원받은 느낌까지도 얻게 된다.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우리 엄마도 또 보고 싶었던 다른 이들도 그 은하 세계를 여행하며 실컷 만나다 오게 되기 때문이다.
<은하철도의 밤> 번역본은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이번에 여유당에서 '동아시아 대표동화' 시리즈의 일본 편으로 낸 이 책은 번역말투가 훨씬 자연스러워서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을 출판할 때 새로 입히는 삽화가 읽는 이의 상상을 방해하거나 차단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 그림들은 오히려 몽환적인 은하 세계 속으로 편하게 빠져들도록 도와준다. 가끔은 글자 읽기를 멈추고 그림만을 펼쳐 들고 맘껏 상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신 나게 은하 여행을 하고 난 다음이라면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와도 그 일상은 그저 지겹기만 한 똑같은 일상이 아닐 것이다. 가족의 잔소리도 더 이상 짜증스럽지 않다.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은하 세계를 맘껏 헤엄치다 온 나는 더 이상 똑같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화책으로 출판되기는 했지만, 어린이, 청소년, 어른 따로 구분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할 만한 책이다. 가족이 모두 함께 음미해 보시길... - 백승연 (어린이책 작가, 지은 책 <한눈팔기 대장, 지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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