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동생,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로의 맘을 몰라 티격대격하는 형제지간을 통통 튀는 상상력으로 그려냈습니다. 신작 <우리 집 괴물 친구들>의 출간을 기념해, 박효미 작가님과 사계절출판사가 인터뷰 자리! 게재를 허락해주신 사계절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엉뚱한 상상력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빛나게 한다
<우리 집 괴물 친구들>로 돌아온 동화작가 박효미

 

사계절 : 오랜만에 선보이는 저학년 동화입니다. <펭귄이랑 받아쓰기>이후 3년 만인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박효미 : 처음 책을 내는 것처럼 두근거립니다. 저학년 동화는 그 어떤 장르보다 현실과 환상을 거침없이 오갈 수 있지요. 아이들의 심리도 날것 그대로, 솔직합니다. 환상을 억지로 만들어 내거나, 이미 깎이고 다듬어진 어른의 시각이 개입한다면 어설픈 이야기, 진짜가 아닌 흉내 내는 이야기가 되고 말지요. 꼭 줄타기 같아요.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다 자칫 바닥으로 떨어지고 마는. 게다는 저는 이미 어른이잖아요.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실패하고 말지요. 개인적으로 저학년 동화의 완성도는 이 줄타기에 있다고 봅니다. 실패하면 독자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겠죠. 쩝, 유치하군! 이제 막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마친 느낌입니다. 그래도 쓰고, 고쳐 쓰고, 교정보는 내내 아주 아주 즐거웠습니다. 

 

사계절 : <우리 집 괴물 친구들>을 보면 형과 동생의 관계가 무척이나 생생하고 사실적입니다. 작품을 구상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박효미 : 저는 자매가 많은 집에서 자랐고, 제가 낳은 아이들은 오누이입니다. 또 주변에서 남매, 형제를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요.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게 형제지간이었습니다. 남동생의 형 ‘따라 하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더군요. 만나면 싸워대는 누나와 남동생보다 형을 껌딱지처럼 쫓아다니는 남동생이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그런 생각이 작품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사계절 : <우리 집 괴물 친구들>에 나오는 괴물 이비야, 툴툴지아, 누툴피피는 동생 종민이의 또 다른 자아로 비쳐집니다. 이름도 독특하고 생김새도 괴이한, 정말 말 그대로 ‘괴물’인데 이런 괴물들은 어떻게 생각해 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박효미 : 이비야, 툴툴지아, 누툴피피. 실제 우리 집 아이들이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할 때 썼던 유아어입니다. 저도 따라해 보았는데, 입에 척척 달라붙더라구요. 참 재미있어요. 이것 말고도 아직도 기억나는 유아어들이 또 있습니다. 유아어들 중엔 어떤 물건에 붙여진 이름도 있어요. 이름이 지어지고 불리는 순간, 그것은 생명력을 갖습니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그것이 정말로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놀이를 합니다. 무척 흥미롭습니다. 문득, 저는 이미 너무 큰 어른이 되었지만 그 아이들처럼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고 함께 놀고 때로 의지하고 싶습니다.

 

사계절 : 작품 속에 나오는 엄마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엄마 상인 것 같아요. 종민이 말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형 편만 든다거나 무조건 공부하라 하고, 혼내고 다그치는 역할로 나오는데요.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다면.

 

박효미 : 어른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 교육상 가장 좋지 않은 게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지요. 저 역시도 엄마인데, 일관성 있게 산다는 게 어디 쉬운가요? 엄마가 늘 아이들 교육에만 신경 쓰며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엄마도 자기 인생을 살아야죠. 그러다 보면 종민이 엄마처럼 되기 십상이지요. 저는 우리 시대에 가장 흔한 엄마를 솔직하게 그렸을 뿐입니다.

 

사계절 : 강연도 여기저기 많이 다니시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시잖아요,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요. 요즘 아이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박효미 : 몇 년 전에 비해 아이들은 더 바빠진 것 같아요. 확실히 책 읽을 시간도 많지 않고. 그렇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가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아이들은 여전히 살아 있어요. 꿍꿍이가 많은 아이, 안 듣는 척하지만 다 듣고 있는 아이, 센 척하지만 속으로 생각이 많은 아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이 아이들이 조금만 더 심심했으면 좋겠어요. 휴대폰에서, 컴퓨터에서, 공부에서 조금만 멀어져 뒹굴뒹굴, 심심해 심심해를 외치는 상황이 되면 아이들은 훨씬 더 행복할 거예요.  

 

사계절 : 훗날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요?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쓰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박효미 : 20년, 30년 후에 읽어도 괜찮은 이야기, 오래 전 이야기지만 지금 읽어도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쓴 이야기는 시간을 건너뛰는 생명력을 갖는 거죠. 제가 쓴 작품 중에 한두 작품이라도 그럴 수 있다면 전 아주 행복한 작가겠죠.

 

지금까지 쓴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휴대폰과 게임을 즐기는 아이가 문득, 책 앞머리 한두 장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끝까지 읽어 버렸다면, 그리하여 옆 친구에게도 빌려주고, 소개해준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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