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정모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전쟁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의 추천글입니다.

 

『전쟁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는 중국의 삼국시대부터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여러 전쟁 이야기를 과학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책이다. 중국 수도사범대학교 교수를 지낸 저자가 아이들을 위해 딱딱하고 어려운 과학 지식을 쉽게 풀어냈다. 우리나라 전쟁 이야기가 없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과학’이라고 하면 당연히 서양을 생각하는 한계를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역사를 공부할 때 전쟁을 빠트릴 수 없듯이, 전쟁을 이해하는 데 과학을 빠트릴 수는 없다. 그래서 『전쟁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는 책이 나온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역사책일까, 과학책일까? 이 책은 역사책이면서 과학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역사와 새로운 과학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역사적인 사실이나 과학적인 원리를 배우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역사와 과학 이야기들을 아이들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냥 이야기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제갈량, 화살 10만 대를 거저 얻다>라는 장을 예로 들어 보자. 삼국지에서 조조와 맞서 싸우는 오나라를 위해 제갈량은 사흘 안에 화살 10만 대를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친다. 제갈량은 지푸라기로 허수아비 수천 개를 만들어 배 여러 척에 세워 놓은 뒤, 안개가 자욱한 날 배를 띄우고 북을 치고 고함을 지른다. 이때 조조군은 안개를 틈타 오나라 군사가 기습한 것으로 판단하고 강 한가운데 세워 둔 배를 향해 화살 10만 대를 쏜다.

 

아이들이 다 아는 이야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과학 이야기는 ‘제갈량은 안개가 낄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이다. 책은 안개가 무엇인지, 안개가 끼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안개는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기상 현상이다. 어렵지 않다. 과학적인 사실도 어렴풋하게나마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쉽게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제갈량의 이야기와 안개의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는 아이들은 과학적 원리도 쉽게 기억할 것이다.

 

흔히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말이 쉬워 융합이지 실제로는 쉽지 않다. 『전쟁 이야기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가 융합적인 지식인을 키우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 상관없이 보이는 것을 쉽게 연결 지을 수 있는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기회는 충분히 제공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자주 있어야 한다.

 

혹시 아이들에게 괜히 ‘전쟁’이라는 소재를 읽히는 게 께름칙한 부모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내 주변에는 온갖 무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흔히 ‘무기 마니아’라고 불리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놀랍게도 ‘평화주의자’라는 것이다. - 이정모(과학저술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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