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작가, 평론가 신지영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친구는 잡아먹는 게 아니야>의 추천글입니다.

 

친구란 나와 닮은 것도 같지만 서로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내 행동을 다 이해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내 마음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사람들은 완전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해주는 친구를 바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친구를 만날 확률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렵겠죠. 세상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있다고 해도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친구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나와 다름에도 이해해준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니까요. 애초에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곳에서라면 친구라는 것이 아예 필요 없겠지요. 생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우정이라는 공통된 마음에 이르는 과정이 친구니까요.

 

《친구는 잡아먹는 게 아니야》에 나오는 뱀과 도마뱀도 그렇습니다. 둘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티격태격했죠.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뱀의 눈에 비친 도마뱀은 나른한 일광욕을 방해하는 심술쟁이였고, 도마뱀이 생각하는 뱀은 자신의 길을 막는 방해꾼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끝났다면 아마 둘의 기분은 최악이었겠죠. 하지만 두 동물에겐 최악의 순간을 최고로 바꿀 수 있는 마법 같은 도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해’와 ‘양보’라는 마음이었죠. 뱀이 몸을 둥글게 말아 길을 양보하자 도마뱀은 진심을 담아 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음이 통한 두 동물은 곧 멋진 일광욕을 함께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이해와 양보를 통해 어느새 따스한 햇살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된 거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아주 멋지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매일 시시한 일로 삐지고 소소하게 다투는 게 일과니까요. 당연합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어쨌든 서로 종이 다른 도마뱀과 뱀이잖아요. 중요한 것은 다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 결말은 따뜻한 화해라는 점에 있습니다. 말했듯이 이 둘에게는 이해와 양보가 있으니까요. 둘은 서로가 다른 부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자라서, 생겨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마음의 틈들에 대해 서로 이해하며, 조금씩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채워나가며 점점 생각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서로가 너무 좋은 둘은 아예 한집에서 살기로 합니다. 사는 장소에서 먹는 것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두 친구가 모든 것을 함께한다는 용감한 결정을 한 것이지요. 그 후 크고 작은 수많은 모험과 사건을 겪으며 상대의 가장 아픈 상처도 알게 되고 또 그로 인한 비밀도 생겨나게 됩니다.

 

《친구는 잡아먹는 게 아니야》가 흥미로운 점은 동화가 다루고 있는 모든 내용들에 대하여 비현실적인 엄숙한 교훈주의에 입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진실추구보다는 상대를 배려하여 비밀을 지켜주는 것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동화의 전반에 걸친 균형 잡힌 현실감각은 동화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무엇보다 《친구는 잡아먹는 게 아니야》가 돋보이는 부분은 등장인물들이 어떤 심각한 사건과 상황에서도 유머와 익살을 잊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때문에 둘은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슬픔과 절망에 휩싸여 좌절하지 않습니다. 익살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 에너지가 그들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결국 둘은 고민을 가득 안은 다른 동물들에게 도움과 지혜를 빌려주는 사업을 벌이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 실수도 있었지만요. 작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동물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양보, 위기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이런 메시지 전달이 결코 진부하지 않은 까닭은 당연하게도 시종일관 이야기를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필력에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 신지영(어린이책 작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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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우 2013-06-0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은, 친구를 잡아먹는 야만인이 있지요. 동물만도 못한! 신작가의 책소개는 언제나 재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