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유영진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초등학생 이너구>의 추천글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무엇으로 변신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원에 가기 싫은 날은 독수리로 변해 저 먼 하늘을 훨훨 날고 싶기도 하고, 엄마한테 50점짜리 시험지를 내놓고 야단을 맞을 때는 개미로 변신해서 작은 구멍으로 쏙 숨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의 깊은 욕망이 담겨 있는 옛이야기를 보면 동물이 사람으로 둔갑하거나 사람이 동물로 변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도깨비감투나 투명인간 이야기도 다 이런 변신 이야기들이지요.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고달플수록 다른 무엇으로 변하고 싶은 마음은 더 굴뚝같아집니다. 십년 전 『신통방통 왕집중』으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전경남 선생님의 동화책 『초등학생 이너구』도 이렇게 인간의 변신 욕망을 잘 활용한 작품입니다.


이 책의 표제작인 「초등학생 이너구」는 너구리가 사람으로 변해 학교에 가서 벌이는 소동을 그린 동화입니다. 사람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걸 싫어하지만 동물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나 봅니다. 학교에 가고 싶어서 사람으로 변했으니까 말이지요. 너구리는 여우에게 사람으로 변하는 둔갑술을 배워 학교에 들어가지요. 자 새로 전학 온 친구가 너구리라니 생각만 해도 신 나는 이야기이지요? 혹시 우리 반에도 너구리처럼 동물을 닮은 아이들이 있지 않나 잘 생각해 보세요. 음 정말 원숭이를 닮은 친구도 있고, 고양이를 닮은 친구가 있네요. 혹시 그 아이들도 사람으로 변신한 동물들이 아닐까요? 슬그머니 물어보세요. 너 진짜 집이 어디냐고 말이지요. 사람과 동물이 이렇게 함께 어울려 가며 사는 세상. 생각만 해도 신이 나지 않나요?

 

「완벽한 도둑 아저씨」는 변장과 변신 재주가 아주 뛰어난 도둑의 이야기랍니다. 부자가 되는 게 소원인 도둑 아저씨는 곰으로 변신하고 호랑이로도 변신해서 은행과 보석 가게를 털었어요. 또 신데렐라로 변신해 자동차를 훔칠 계획도 세우지요. 하지만 한 가지 실수 때문에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지요. 이후 도둑 아저씨는 마음을 잡고 자신의 재주를 좋은 곳에 쓰게 돼요.

 

칼이 범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는 다른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되고, 요리사의 손에 들어갔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되는 것처럼 변신 또한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이 동화는 이렇게 유쾌한 소동 속에서 변신이란 무엇인지, 변신 욕망은 우리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 주지요.

 

그 밖에 이 책에는 자전거를 도둑맞은 아이의 마음을 재미있게 그려 낸 「자전거가 너무해!」라는 동화도 있어요. 자전거를 도둑맞은 주인공은 문방구 앞에서 주인이 없어 보이는 자전거를 발견합니다. 이 자전거는 마법의 자전거인지 주인공을 덥석 잡아당겨서 안장에 앉게 하고, 저절로 발을 움직이게 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합니다. 학원까지 빼먹으면서도 말이지요. 우리 꼬마 친구들도 그런 적이 있을 거예요. 저 음식을 먹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손이 저절로 가서 음식을 집어오고, 오늘은 절대로 게임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게임기가 저절로 내 앞으로 오고 말이지요. 이건 과연 누가 부리는 마법일까요? 이 동화는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고 있어요. 결코 우리가 억지로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 거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 주인공은 이 마법을 이겨 내고 자전거의 주인을 찾아주게 됩니다. 어쨌든 이 자전거는 누군가 주인이 따로 있는 거니까요. 이렇게 자기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법을 이겨 내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한 뼘 더 성장합니다.

 

이 동화책은 글도 재미있지만 그림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귀여운 너구리, 능청스러운 도둑 아저씨, 자전거를 타고 신 나게 달리는 아이의 모습까지 말이지요. 따뜻한 봄날 이 책이 어린이들의 신 나는 친구가 되어 줄 거예요. - 유영진(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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