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경실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속임수로 세상을 차지한 소별왕>의 추천글입니다.

 

대별왕, 소별왕!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이 녀석들아! 왜 이렇게 못 되게 굴어! 좀 싸우지 않고, 양보하면서 지낼 수 없냐? 쯧쯧……. 우리 어릴 적, 사람들은 심성이 곱고, 다들 착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정이 없어. 그저 자기 혼자만, 자기네 식구들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한단 말이야. 말세야, 말세! 정도 사라지고, 사람다운 사람도 보기 드문 세상이야!”


이때마다 나는 허허실실 웃거나, 창피해서 얼른 뒤로 물러납니다. 어른들 말이 너무도 새빨간 거짓말이거나, 엄청난 착각의 증언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이 처음 만들어진, 그러니까 세상 최초의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면 아실 겁니다. 지성의 대륙 유럽이건 감성 풍부한 아시아건 원초의 생명인 아프리카건, 세상 모든 곳의 ‘첫 이야기’ 즉, 창조신화를 다시 읽어 보면 우리는 알지요.

 

환경재앙도, 법과 교도소도, 로또나 돈도, 시험도, 성형외과나 연예인도, 전쟁이나 군인도, 아파트나 빌라도 그리고 명품이나 술도 없는 처음 시작한 세상.  거기서 생겨난 무수한 신화들. 그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도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들과 싱크로율 거의 99.9퍼센트입니다.


인간은 온갖 죄악의 항목을 다 저지르며 신화의 모든 페이지를 차지합니다.  지금 세상의 옳지 못한 일들은 결국 신화 속의 죄악을 답습하는 거지요. “이미 있는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하니, 해 아래에 새 것이 없도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속임수로 세상을 차지한 소별왕』을 몇 장 넘기다 보면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낄 것입니다. 창세신화이기도 한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이 악당이니까요. -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영원히 악(어떤 의미에서든 악이라 하는 모든 것들)과 싸워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그 악당은 수명장자입니다. 그는 엄청나게 센 힘과 날쌔고 사나운 소, 말, 개를 무기로 사람들을 혹독하게 괴롭히지요. 세상의 왕이지요. 그러던 중 하늘왕과 서수아미 아기씨 사이에서 형제 대별과 소별이 태어납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하다가 훗날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그때만 해도 해도 둘, 달도 둘이어서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웠지요. 하늘왕은 형제가 자신의 진짜 아들인지 증표를 확인하고는 대별이에게 두 개의 태양 중 하나의 태양을 활로 쏘아 떨어뜨리라 하고, 소별이에게는 두 달 중 하나를 쏘아 떨어뜨리게 합니다. 또한 대별이에게 이승을 다스리라 명하고, 소별이에게는 저승을 다스리라 명합니다.


그러나 해와 달을 떨어뜨린 다음에 이 형제의 운명이자, 세상과 인간의 운명이 정해지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소별이가 속임수를 써서 이기거든요. 하지만 대별은 모른 체하고 저승왕이 되지요. 그 대신 대별은 소별이가 비겁한 짓을 하였으니 이 세상에 죄악이 넘칠 거라고 경고하며, 부디 자애롭게 세상을 돌보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소별왕은 먼저 수명장자를 혼내 주었지만, 이승은 평화롭지 않았지요. 모든 동식물이 말을 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대화를 하는 세상이다 보니 혼란스럽고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나니까요. 소별왕은 머리가 아픈 나머지 대별왕을 찾아갑니다. “저승에서는 조용하게 잘 사는데, 왜 이승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지요?” 결국 이 이야기는 권선징악과 행복한 결말로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소별왕이 대별왕에게 던진 질문은 날마다 각종 분야에서 ‘신화’를 창조하고 ‘이노베이션의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요즘 세상에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예전에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들은 시시하다고 가벼이 보았지요. 뻔한 결말이 재미없다고 홀대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슈퍼맨처럼 누군가 나타나 시원 통쾌한 ‘권선징악’으로 세상을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어지럽습니다.


힘없는 사람, 억울한 사람, 내 편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신화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대별왕, 소별왕,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노경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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