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초등학교 사서 교사, 동화 작가 범경화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도둑맞은 이름>의 추천글입니다.

 

도서관에 몇 년 근무하다 보면 전교생을 거의 알게 된다. 그런데 출근길에서 만나는 아이들 가운데 몇몇은 나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간다. 그럴 때면 아주 큰 소리로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 인사를 한다. ‘나는 너를 알아. 어제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잖아!’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러면 아이는 내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기쁜지 활짝 웃는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 그 아이는 내게로 와 가장 예쁜 꽃이 된 것이다.


호세 안토니오 타시에스의 그림책  《도둑맞은 이름》은 학교에서 아무도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몇몇 아이들이 소년을 ‘공부벌레’ 혹은 ‘겁쟁이’로 부르며 괴롭힌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수많은 아이들은 아무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어른들은 소년에게 문제가 있어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말한다. 이 순간 소년은 얼마나 외롭고 막막할까. 소년이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초록색 배로 인식하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마도 소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자신이 뭔가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위태위태해 보이기만 하던 소년이 갑자기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되찾는다. 그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다름 아닌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다. 이 책은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 책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름을 불리기 기다리는 아이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으면 좋겠다. 이제 학교에서 더 이상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 범경화(호수초등학교 사서 교사, 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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