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3 <호랑이가 예끼놈!> 깊이 읽기
- 연암 박지원의 「호질」을 이은홍이 다시 쓰고 그리다

 

글․그림 이은홍 / 원작 박지원

 

그림책으로 새로이 태어난 18세기의 소설 「호질」

사람들은 평소 점잖고 근엄하고 두루 학식이 높은 사람들을 우러러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겉보기에 더럽고 천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멸시하고는 하지요. 하지만 겉보기에 더럽다고 하여 그 살아가는 모습 또한 더러울까요? 겉보기에 훌륭하다고 하여 그 살아가는 모습 또한 깨끗할까요?


『호랑이가 예끼놈!』은 겉과 속의 다른 모습을 밀착해서 고발하는 18세기의 소설 「호질」을 작가 이은홍이 다시 쓰고 그린 것입니다. 「호질」은 조선시대의 문인이자 학자였던 박지원이 중국을 여행하고 와서 쓴 기행문인 『열하일기』의 '관내정사(관내에서 본 이야기)' 편에 실려 있는 단편소설입니다. 박지원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탄탄대로의 벼슬길이 열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과거를 보지 않았습니다. 박지원이 주목한 것은 열심히 성실하게 농사를 지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백성들과 그에 비해 말만 앞세워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양반 무리들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여러 편의 소설에는 세도를 쥐고 있는 양반에 대한 질타와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호질」의 주인공, 북곽 선생은 나이 마흔에 제 손으로 교열한 책이 만 권이나 되고, 사서오경의 뜻을 풀어서 다시 지은 책만 해도 1만5천 권이나 되는 사람입니다. 모두들 북곽 선생이 이룬 업적이 높다 하여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고 왕들까지도 북곽 선생을 한번 찾아가 보려고 줄을 서는 판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북곽 선생이 어느 날 밤을 틈타, 수절 잘하기로 소문난 과부 동리자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때마침, 훌륭한 저녁거리를 찾아 고을로 내려 온 영물 호랑이에게 들키고 맙니다.


이쯤이면 이야기가 어찌 전개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요. 영물인 호랑이가 겉모습만 번드르르한 가짜 북곽 선생의 모습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이야기, 「호질」은 참 시원하고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한문으로 된 글이라 지금의 우리가 읽기 어렵고 또한 한글로 번역을 하여도 예전 18세기의 이야기라 지금의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해서 그 이야기를 다시 쉽게 풀어서 잘 다듬어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본 다음, 원래의 이야기를 꼭 다시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진짜인 척하는 가짜의 가면 벗기기

「호질」의 주인공 '북곽 선생'은 그림책 『호랑이가 예끼놈!』에서 '홀로홀로방방'으로 희화화됩니다. 홀로홀로방방에 대면 날고 기는 재주꾼도 꼬리를 감추고 제아무리 똑똑해도 입을 못 뗍니다. 높이 솟은 관모에 고급 의복을 갖추어 입고 수염까지 기른 풍모가 고관대작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으리으리합니다. 겉모습이 그러한 터라, 사람들은 선생님이라 부르며 가까이 하고 우러러 보려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선생이 '정숙한 부인'이라 칭해지는 과부를 꼬이려 밤 행차를 나섰다가 과부의 아들들에게 들켜 줄행랑을 치게 되고 급기야 똥구덩이에 빠지고는,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커다란 호랑이와 대면하게 됩니다.

 

똥구덩이에 빠진 것만 해도 우스운데, 그 영험하고 무섭다는 호랑이와 마주쳤다니요. 젠체하던 모습은 그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살려만 주면 날마다 싱싱한 젊은이로만 골라 만 명이라도 바치겠다며 벌벌 떠는 모양새가 가여울 지경입니다. 이제 홀로홀로방방 앞에서 호랑이의 질책이 시작됩니다. 저 잘난 맛에 살지만 실상은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들, 귀하고 높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통치배들에 대한 호랑이의 따끔한 질책은 이 그림책의 백미가 되는 부분입니다. 홀로홀로방방으로 대표되는 겉보기에 훌륭하고 귀하고 잘난 사람들, 가짜인데 진짜인 척하는 사람들의 겉모습이 홀랑 벗겨지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나'되짚어 보기

요즘 세상이라고 다르지는 않겠지요. 요즘도 홀로홀로방방 같은 사람들은 많이 보입니다. 이룬 업적으로만 보면 모자랄 게 없는 사람입니다만, 그 업적 뒤에 가려진 위선적인 면모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요. 가슴 쓸어내릴 위기를 모면하고 난 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게 마련이고요. 여기 이 그림책의 호랑이 말처럼, 사람이란 모름지기 조금은 모자란 속성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슬쩍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한 경우도 많지요. 주위를 한번 두루 살펴보세요. 이렇게 겉과 속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있는지요. 그리고 그 전에 나를 되돌아보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호랑이의 따끔한 일침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지요.

 

글․그림 / 이은홍
이은홍은 충북 제천, 월악산 아래 마을에 삽니다. 책을 통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을 가장 기쁘고 보람된 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신문', '세계사신문', '한국생활사박물관',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들어 펴냈으며, 『역사야, 나오너라!』, 『술꾼』(2001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2008년 '부천 만화상' 수상) 등의 책을 지었습니다.

 

원작 / 박지원
원작인 「호질」을 쓴 박지원(1737~1805)은 조선 후기에 살았던 문인이자 학자로 호는 연암입니다. 실제생활에서 동떨어진 채 점잖고 고상한 말과 글만을 귀히 여기는 학문 풍토를 비판하고, 귀천을 떠나 사람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문물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담은 수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청나라의 수도 북경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열하일기』는 우리나라 여행문학의 으뜸으로 꼽힙니다. 그밖에 「예덕선생전」, 「호질」, 「광문자전」, 「양반전」, 「허생전」 등, 젠체하는 사람들의 위선을 꾸짖고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여러 편의 짧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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