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0 <강아지똥 할아버지> 깊이 읽기

 

장주식 글 / 최석운 그림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어떤 분일까요?
경상북도 안동시 조탑마을, 이름도 가난한 빌뱅이 언덕에 조그만 오두막집 한 채가 주인을 잃은 채 덩그마니 놓여 있습니다. 두 해 전까지만 해도 그 집에 할아버지 한 분이 사셨지요. '강아지똥'이나 '몽실 언니'의 작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 할아버지의 이름은 권정생입니다.

 
슬프고 따뜻하고 때론 익살맞은, 아름다운 동화로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의 가슴을 울려 주던 할아버지는 지난 2007년 5월 17일에 일흔하나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느껴 보려 오두막집에 찾아들고, 할아버지가 남긴 작품들을 읽고 또 읽습니다. 이름난 작가가 되었건만, 부도 명예도 마다하고 평생 자연의 품에서 작고 약하고 낮은 생명들과 함께 했던 삶, 불의에 물러서지 않고 바른 말을 할 줄 알았던 깊고 맑은 정신이 불러오는 깊은 감동 때문일 테지요. 사람들은 문학도 문학이지만 '삶이 문학을 뛰어넘은' 분이라며 할아버지를 존경합니다. 그림책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바로 그 할아버지, 권정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은 오두막에서 20년이 넘도록 산 할아버지는 빼곡히 들어찬 책들 때문에 고작 한 평 남짓 남은 좁은 방에서 드문드문 오고가는 손님들을 맞고, 동네 노인들의 한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주고, 책을 빌리러 오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가난한 집 여섯째로 태어나 전쟁을 겪고 제대로 먹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할아버지는, 나이 스물에 얻은 결핵으로 젊은 시절 또한 고통과 가난 속에 걸식을 하며 떠돌았지요. 서른 즈음 이 마을 작은 교회에 종지기로 들어와 동화를 쓰며 지내던 할아버지에게 동네 청년들이 힘을 모아 지어 준 이 오두막은, 평생을 통해 할아버지가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집이었습니다.


생전에 할아버지는 '이 집에서 따뜻하고 조용하고 마음대로 외로울 수 있어 참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쁜 색시한테 장가는 못 갔어도 이 집에서 강아지하고도 생쥐하고도 개구리하고도 개똥하고도 연애는 수없이 했다'고 자랑하셨습니다. 이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처럼 작고 약한 것들과 연애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아주 적은 부분이지요.

 
그림책에 담지 못한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고 멸시하는 쥐나 벌레들에게도 곁을 내어 주던 그 따뜻한 마음의 이야기들은 할아버지가 쓴 동화의 갈피마다 들어 있습니다. 그 동화의 주인공들은 길가에 버려진 개똥이나, 부모를 잃고 이집 저집 떠도는 천덕꾸러기 여자아이, 한없이 마음 약한 작은 토끼처럼  낮은 존재들이지만, 한결같이 약하고 힘없는 것들을 애써 보살피려 하고 자기를 희생하여 남을 도우려 하지요. 그것은 아마도 꼭 그렇게 살아온 할아버지의 삶이, 마음이 거기 담겨 있는 까닭일 겁니다.

 

다들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오르려 하는 세상인데  나만 혼자 덜 먹고 덜 쓰며 맑은 마음으로 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더구나 그에 더해서 바른 말, 곧은 소리만 하며 살기는 더 힘들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 가신 어른들을 더욱 그리워하고, 사시던 자취나마 찾아가 기억을 더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지금도 작은 오두막에는 할아버지의 자취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 좁고 가난한 집에서 살며 일구어 놓은 넓고도 풍성한 마음밭에서, 하찮은 개똥조차 귀히 여기는 마음, 작고 힘없는 생명을 받드는 마음, 옳지 않은 것을 꼿꼿이 꾸짖는 마음들을 캐어 가져가려는 발길들일 테지요.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도 우리에게 귀한 정신의 양식을 나눠 주고 계신 겁니다.

 


권정생 연보

1937년 8월 18일, 일본 도쿄 혼마치에서 5남 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남.
1946년 유년기를 보낸 일본 땅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옴.
1950년 6․25 전쟁으로 식구들과 뿔뿔이 헤어짐.
1956년 평생 치유하지 못한 결핵을 얻게 됨.
1968년 안동 일직교회 문간방에 세들어 살며 종지기 일을 봄.
1974년~1979년  첫 단편동화집 『강아지똥』, 장편동화집 『꽃님과 아기양들』, 단편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 단편동화집 『까치 울던 날』을 펴냄.
1983년 빌뱅이 언덕에 동네 청년들이 지어 준 작은 흙집으로 이사함.
1984년~1990년  단편동화집 『하느님의 눈물』, 장편소년소설 『몽실 언니』, 단편동화집 『벙어리 동찬이』, 단편동화집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장편소년소설 『초가집이 있던 마을』,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단편동화집 『바닷가 아이들』, 장편소년소설 『점득이네』를 펴냄.
1990년 『몽실 언니』가 MBC에서 36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짐.
1993년~2002년  그림책 『훨훨 날아간다』, 그림책 『눈이 되고 발이 되고』, 단편동화집 『무명저고리와 엄마』, 장편동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 그림책 『강아지똥』, 그림책 『오소리네 집 꽃밭』, 소설 『한티재 하늘 1,2』, 단편동화집 『깜둥바가지 아줌마』, 단편동화집 『먹구렁이 기차』, 장편동화 『밥데기 죽데기』, 단편동화집 『아기 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단편동화집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동화집 『비나리 달이네 집』, 그림책 『황소 아저씨』, 그림책 『아기 너구리네 봄맞이』, 장편동화 『슬픈 나막신』을 펴냄.
2005년 5월 10일에 유언장을 미리 씀.
 '인세는 어린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함.
2006년 그림책 『길 아저씨 손 아저씨』를 펴냄.
2007년 5월 17일 오후 2시 17분, 대구 가톨릭대학병원에서 돌아가심.

 


글 / 장주식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지금은 경기도 여주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뛰엄질과 풀쩍이』, 『토끼 청설모 까치』, 『괴물과 나』 등의 동화책과, 학교 아이들과 함께 한 생활을 담은 글 모음책 『하호 아이들은 왜 학교가 좋을까?』를 썼습니다.

 

그림 / 최석운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개인전을 26번 열었고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에 참가하며 주목받는 현대 작가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린 책으로 『비가 오면』, 『시집간 깜장돼지 순둥이』, 『그림 속 그림찾기 ㄱㄴㄷ』(공저) 등이 있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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