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7 <흰지팡이 여행> 깊이 읽기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 김용연 그림 / 이승숙 옮김
발레리, 시력을 잃어가는 아이
이 책의 주인공 발레리는 시력을 잃어가는 아이입니다. 두꺼운 안경을 쓰면 그나마 좀 보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기만 합니다. 학교 수업을 받기도 어렵고, 자꾸 넘어지고 부딪칩니다. 그래서 발레리는 절망합니다.
수자 선생님과 기다란 지팡이
그때에 수자 선생님이 발레리를 도와줍니다. 선생님은 청각, 후각, 촉각, 안면 감각 등 시각 이외의 감각을 사용하여 다니는 방법들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선생님이 발레리에게 기다란 지팡이를 내밉니다. 발레리는 그 지팡이가 참 싫습니다. 수자 선생님은 발레리에게 왜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앞에 있는 키 낮은 물건들이 보이지 않아서 자꾸 부딪치게 되니까 지팡이로 아래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면 부딪치지 않을 거라고요. 긴 지팡이는 긴 팔과 같다고요.
발레리의 새로운 팔-기다란 지팡이
발레리는 지팡이를 쥐는 법과 지팡이를 사용해서 돌아다니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지팡이가 부딪쳐 내는 소리를 듣고 앞에 무엇이 있는지, 그때마다 지팡이에 닿는 느낌이 어떤지 익힙니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을 피해 걸어가는 방법도 알게 되고요, 나중에는 교실 밖에서도 지팡이를 사용하게 됩니다.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좀 했지만 다들 잘 이해해 줍니다.
발레리, 여느 아이처럼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
누군가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낼 때 발레리는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때로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듣지도 못하는 줄 아는지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참 안됐네.'라고 발레리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은 아마도 모를 겁니다. 발레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발레리가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눈 말고도 세상을 보는 방법이 정말 많다는 것을요.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레리가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세상에는 보는 방법이 정말 많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 게 될 거예요.
흰지팡이의 의미
지팡이는 발레리가 절망을 딛고 여느 아이처럼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된 도구입니다. 발레리처럼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에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이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되는 것, 즉 보행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일상생활, 학교생활, 직장생활, 사회활동 등 모든 일에서 아주 심한 제약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앞이 보이지 않을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걸어 다니는 능력을 키우는 거랍니다. 그 도구가 바로 지팡이에요. 긴 지팡이는 시각 장애우의 긴 팔이 되어 독립 보행이 가능하게 해 주는 겁니다. 그렇게 혼자 걸을 수 있을 때에 시각 장애인은 세상과 어울릴 수 있어요.
시각 장애인이 쓰는 기다란 지팡이는 흰색입니다. 대개의 나라에서 흰지팡이는 시각 장애인들만이 사용하게 되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답니다. 아래 글은 '흰지팡이 헌장'의 일부입니다. 1980년 세계맹인연합회가 10월 15일을 '흰지팡이날'로 공식 제정하며 이 헌장을 선포했어요. 이 글을 읽어보면 발레리가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된 것이 발레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일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흰지팡이 헌장
흰지팡이는 시각 장애인이 길을 찾고 활동하는데 가장 적합한 도구이며 시각 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나타내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상징입니다.
흰지팡이는 장애물의 위치와 지형의 변화를 알려주는 도구로 어떠한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시각 장애인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도구입니다. 누구든 흰지팡이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 장애인을 만날 때에 운전자는 주의해야 하며 보행자는 길을 비켜주거나 도움을 청해 오면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야 합니다.
(중략)
그리하여 모든 인류는 흰지팡이가 상징하는 의미를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시각 장애인의 신체를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하여 제반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이 책에 그림을 그린 김용연이예요.
이 책의 작업을 하면서 운 좋게 한빛맹학교에 견학을 갔었어요. 복도에서 한 무리의 친구들이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것을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들이 모두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를 갖고 있대요. 여러분도 거침없이 발을 내딛으며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저처럼 깜짝 놀랐을 거예요. 눈이 안 보이면 무조건 더듬더듬 조심조심 길을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죠. 잠시 후 그 곳 선생님께 여쭤보니 시각 장애인들은 처음 가는 길에서야 조심조심 다니지만, 친숙한 복도나 교실의 모습은 이미 머리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듯이 다닐 수 있는 거라더군요.
또 시각 장애인들은 얼굴에 맞닿는 바람의 방향이나 귀에 들이치는 소리로도 그 곳이 탁 트인 사거리인지 골목길인지 알 수 있대요. 또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의 기분이나 건강상태도 알 수 있대요. 눈이 아닌 다른 곳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거죠. 이렇게 보면, 시각 장애인들은 모두가 초능력자에요.
이 책을 읽을 여러분이 발레리를 알고 이해하게 되고, 더불어 우리 곁의 시각 장애 친구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라요.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