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4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 깊이 읽기

 

뉴베리 아너 북 선정 작가․줄리어스 레스터 글 / 카렌 바버 그림 / 조소정 옮김


'인종'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은 인종을 '피부색과 같은 신체의 특성에 따라 나눈 사람의 종류'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단지 겉모습에 따른 분류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겉모습, 특히 피부색에 대한 편견은 수많은 사람들을 차별의 고통과 피해 의식에 시달리게 하고, 또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우월감과 가학증이라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는 '인종 문제'라고 부르며, 이 그림책은 바로 그 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인종 문제를 말하고자 하면 비감하거나 격앙된 어조를 띠기 십상입니다. 그만큼 심각한 문제니까요. 그러나 이 책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가 마주 앉아 서로의 취미나 기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감한 말투로 편안하게 그 문제를 풀어 갑니다. 그러면서도 명쾌하고 정확한 비유와 논리를 구사하고 있지요. 그것은 아마 칠순을 바라보는 노작가의, 삶과 세상에 대한 웅숭깊은 통찰과 사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제목에서 '인종 이야기를 해 볼까?'하고 제안해 놓고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의 이야기'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이야기......,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지요. 언제 어디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떤 이름을 갖고 어떻게 자랐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장차 꿈은 무엇인지, 어떤 아픔과 자랑을 갖고 있으며 지금 고민은 무엇인지, 키는 얼마나 크고 목소리는 어떤지, 국적은 어디고 종교는 무언지, 남잔지 여잔지 어른인지 어린인지, 지금 앓고 있는 병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그렇게나 많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그가 어떤 인종인지, 즉 그의 피부색이 무엇인지' 하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단지 하나의 이야기로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단지 그 하나의 이야기만을 보고 그 사람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똑같이 말합니다.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더 나아.'작가는 그들을 위해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내가 어디에 살기 때문에, 또는 어떤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남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우리 아빠나 엄마가 돈을 잘 버니까 너보다 낫다고 말한다면, 그게 참일까 아닐까? 마찬가지로 내가 백인이니까, 또는 흑인이니까, 히스패닉이니까, 아시아 인이니까 너보다 낫다고 말한다면, 그게 참일까 아닐까?' 그러고는 다소 엉뚱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비유로 그런 말들이 참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줍니다. '너나 나나 살갗 한 꺼풀만 벗으면, 모든 것은 그대로인 채 백인인지 흑인인지 히스패닉인지 아시아 인인지 구별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어질 텐데,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나아.'라는 이야기를 믿어야 할까?' 그리고 스스로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런데 너를 볼 때에 나는 너의 어떤 이야기를 보는 걸까? 너의 피부색? 너의 눈 모양? 너의 머릿결? 오로지 이런 이야기들만 보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알고자 할 때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이름과 나이와 거처와 기호와 성격과 취미와, 그밖에 '그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모아야만 한다는 대답을 들려주기 위함이지요. 그러다 보면 '어쩌면 우리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 같을 수도 있다'는 뜻밖의 반가운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그러나 눈앞이 확 트이는 비유로 인종에 대한 편견이 거짓임을 분명히 알려 준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나는 이제 내 살갗을 벗어 버릴 테야. 너도 네 살갗을 벗지 않을래?'너와 나를 구분하고 규정하는 피부색을 벗어던지고, 너와 나를 이루는 많은 이야기를 온전하게 들려주자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을 실천하는 일의 하나로, 작가는 그린이 카렌 바버의 시원시원한 그림을 빌어 책 곳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들려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 이야기'를 알고, 낚시와 물고기 요리를 즐기며, 꽃과 새와, 특히 나비-나비는 껍질을 벗고 비상하는 변화와 희망의 은유이며, 재생과 부활의 상징이요, 평화와 부드러움을 또한 의미합니다-를 좋아하는.......

 

글 / 줄리어스 레스터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은 우리의 삶이 곧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이야기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의 삶이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다를 뿐, 결국은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1939년 1월 27일 미국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토크쇼 진행자, 자유기고가, 사진가, 대중음악가, 시민운동가, 작가,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해 왔습니다. 1968년부터 35권의 책을 써서 출판했으며, 지금은 메사추세츠 주의 작은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슬하에 두 아들과 세 딸을 두었습니다.  
홈페이지 : http://members.authorsguild.net/juliuslester/
블로그 : http://acommonplacejbl.blogspot.com/


그림 / 카렌 바버
『불이야 불! 서둘러!』, 『나의 올리브 나무』, 『놀라운 수학』에 그림을 그렸으며 특히 『놀라운 수학』은 페어런츠 초이스 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니노네 피자가게』에는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카렌 바버의 그림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도쿄, 그리고 로마에서 전시된 바 있으며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포인트 레이즈 스테이션에 살고 있습니다.

 

번역 / 조소정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청소년 문학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책 『나야? 고양이야?』, 『아빠!』, 『아빠는 하나 아기는 열』과 어린이 철학 동화인 〈생각을 부르는 이야기〉 시리즈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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