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2  <잃어버린 아이들> 깊이 읽기

- 수단 내전으로 집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이야기


메리 윌리엄스 글 / 그레고리 크리스티 그림 / 노성철 옮김

 

'가랑아, 용기를 내어라.'

아버지가 소떼를 돌보라고 처음 말했을 때 가랑은 지레 겁을 먹고 자기처럼 조그만 애는 덩치 큰 소를 돌볼 수 없다고 얘기했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가랑아, 용기를 내어라. 네 마음과 정신은 강하단다. 네가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의 이 말씀은 가랑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가랑의 세계를 모두 파괴했습니다. 가랑이 소를 몰고 마을 밖에 나가 있을 때에 비행기가 마을을 폭격했습니다. 가족도 집도 모두 잃어버린 가랑은 무작정 길을 걸었습니다. 길에는 가랑 같은 아이들이 수천 명이나 있었습니다. 모두 사내아이였어요. 나이가 많아야 열다섯 살이고 다섯 살이 채 안 된 꼬마도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혼자 힘으로 살아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습니다. 여러 개의 무리로 나누고 무리마다 우두머리를 정했습니다. 가랑 뎅도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나 하고 가랑은 잠시 걱정했습니다. 그때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고 가랑은 용기를 냈습니다.

 

희망은 그것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웃나라인 에티오피아로 가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그곳이라면 피난처를 제공해줄 거라고 얘기했으니까요. 아이들은 밤에는 걷고 낮에는 숲에서 자며 길을 갔습니다. 햇볕과 군인과 전투기를 피하기 위해서였지요. 또 나이 많은 아이가 어린아이를 하나씩 맡아 돌보기로 했습니다. 가랑은 추티 볼이라는 다섯 살 아이를 맡았어요. 굶주리고 아프고 목마른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힘든 걸 잊으려고 서로 이야기도 들려주고 놀이도 하며 길을 갔습니다.

 

가랑과 아이들은 오랜 굶주림과 노숙 끝에 에티오피아의 난민수용소에 도착했습니다. 먹을 것과 잘 곳이 생겼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살 만하다고 느낄 무렵 다시 전쟁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전쟁에 쫓겨 수단과 에티오피아의 국경을 이루는 길로 강을 건넜습니다. 한창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죽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가랑 뎅은 추티를 데리고 강을 건넜어요. 이번에도 아이들은 멀고 험한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케냐의 카쿠마라는 난민수용소로 가기 위해서였지요.

 

내 마음은 내 형제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어 강했습니다
카쿠마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마땅치 않았지만 달리 갈 곳이 없었습니다. 가랑과 아이들은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저희들끼리 가르치고 먹을 것을 구하며 성장했어요. 삶은 날마다 살아남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었어요. 그 때 아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미국 땅에 살 곳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가랑은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가랑은 용기를 냈고 새로운 미래를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수단 내전으로 부모와 집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실제 겪은 일을 적은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제 몸 하나 돌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고 위하며 살아왔습니다. 저자 메리 윌리엄스는 가랑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 무렵까지 이들이 겪은 험하고 가슴 아픈 일들을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모진 고난 속에서도 가랑과 아이들이 보여준 지혜와 사랑과 용기가 여러분의 마음 깊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옮.긴.이.의.말
우리나라도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 나라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동족간의 전쟁, 6․25를 겪었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이백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남북한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난민과 전쟁고아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제 이 비극은, 21세기의 오늘을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먼 옛날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은 이런 우리를 55년 전 비극의 현장 속으로 데려간다. 그 가슴 아픈 역사가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전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수많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 위에서  '잃어버린 아이들'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용기 그리고 신념은, 오늘날 상대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이기적인 욕심을 앞세워 다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 노성철

 


글 / 메리 윌리엄스
미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국제난민기구와 유네스코 등 인도주의 단체에서 일을 했습니다. 2000년 미국에 정착한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나고 나서 '잃어버린 아이들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이 재단은 이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들을 돕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책 『잃어버린 아이들』이 첫 작품입니다.

 

그림 / 그레고리 크리스티
미국의 뉴욕에서 살고 있습니다. 1977년에 처음 그림을 그린 작품『내 마음의 종려나무』와 2006년에 이 책 『잃어버린 아이들』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주는 상인 코레타 스콧 킹 아너 상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번역 / 노성철
서울대학교인문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기업에서 국제 협력과 계약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이 좀 더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들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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