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1  <비가 오면> 깊이 읽기


신혜은 글 / 최석운 그림


그 많은 엄마들 중에 우리 엄마는......... 없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말짱한 한낮 하늘에 느닷없이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들면 세상은 금세 어두컴컴해집니다. 그럴 때에 교실 안 아이들의 마음은 술렁술렁 흔들리고 교단에서 수업 중인 선생님은 칠판을 탁탁 두드리며 '자, 집중하자ꡓ라고 하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 역시 아이들처럼 조금은 술렁일 겁니다. 옆 짝과도 한마디, 앞뒤 아이들과도 한마디씩 저마다 하다보면 공중에는 조그만 소리들이 와글와글 떠다니고, 두꺼운 구름 탓에 낮아진 하늘을 보는 시선들이 창밖으로 날아갑니다. 그 수업이 마지막 시간이기라도 하면 교실은 한층 더 어수선해지지요.


그런 일이 소은이네 반에서 벌어졌습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었지요. 소나기가 갑작스레 내리자 교실 안이 소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자마자 복도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뒷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진수야, 할미 왔다.' 아마도 할머니는 먹구름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곧 학교에서 돌아올 손자를 떠올렸겠지요. 우산을 챙겨들고 걸음을 재게 놀렸을 겁니다. 그 순간에 반 아이들도 누군가 우산을 들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을 거예요. 데리러 올 사람이 있건 없건 말입니다.

 

청소 검사를 맡으러 가는 길, 소은이는 현관에서 주춤거리며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을 봅니다. 엄마들은 큰 소리로 아이를 부르고, 추울세라 아이의 옷깃을 여며 주고, 얼굴을 한번 쓰다듬기도 하고, 꼭 껴안기도 합니다. 소은이는 엄마가 오지 못하는 줄 압니다. 그래도 엄마를 찾아보지만 역시 엄마는 없습니다.


“너희들 그거 아니?
비구름 뒤엔 항상 파란하늘이 있다는 거“.


소은이는 성찬이, 진수, 은영이와 현관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서 빗방울이 가늘어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때 선생님이 나타나 말하지요. '얘들아! 너희들 라면 먹고 갈래?'학교 숙직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는 일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축축한 오후에 먹는 따뜻한 라면 맛도 맛이지만 그 재미가 아이들을 더 기쁘게 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검은 먹구름 뒤에는 늘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 땅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파란 하늘은 늘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요. 소은이와 아이들은 그 말의 속뜻을 알 듯 모를 듯합니다. 하지만 뭔가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압니다. 창턱에 기대어 하늘을 보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저마다 다릅니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소은이는 선생님의 말을 되뇌고 있었지요.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


“난 다음에도 비가오면
학교에 끝까지 남을거야“.

 
 선생님과 보낸 시간이 우산이 없어 집에 가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빗방울도 가늘어지고 아이들의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웃음이 아이들의 속에서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네 아이는 오동나무 잎을 하나씩 우산 삼아 듭니다. 갑작스런 비가 내린 날, 데리러 오는 이가 없어서 잠시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런 마음은 잠깐, 그런 일은 잠깐이니까요. 먹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나면 세상은 더 맑아진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