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9  <조지프의 마당> 깊이 읽기

 

찰스 키핑 글․그림 / 서애경 옮김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씨앗이 싹트고 나뭇가지에서 여린 잎들이 나옵니다. 죽은 듯 누웠던 풀들이 일어나 서고 잠자던 뭇 생명들이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생명은 어느 새 열매 맺고 새끼 치어 번성한 후 다시 겨울, 그렇게 철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며 생명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갑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건물과 매끈한 아스팔트 길로 이루어진 인간의 도시는 제아무리 사계절이 흐르며 햇볕과 비와 바람과 눈이 번갈아 들러도 제 스스로 새 생명을 내놓거나 자라게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조지프는 그런 자연의 조화라고는 모르는 도시 아이입니다. 조지프네 집 마당에는 생명 있는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마당에 놓인 고물덩이들은 계절이 바뀌어도 자랄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조지프는 고물을 조그만 나무 한 그루와 바꿉니다. 바닥 돌을 들어내고 나무를 심습니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내리쬐고 눈이 내리고 계절이 바뀌어 갑니다. 드디어 나무에서 꽃이 핍니다. 조지프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 꽃을 꺾어 듭니다. 하지만 꽃은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다음에 꽃이 피었을 때 조지프는 두고 보기만 하지요. 그런 데 꽃이 있으니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조지프네 마당으로 찾아듭니다. 조지프의 눈에는 그 짐승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나무를 위협하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펄펄 뛰며 그것들을 내쫓고 나무를 외투로 감싸줍니다. 하지만 해와 비를 가리니 나무는 시들어 버리지요. 그제야 조지프는 자기가 잘못했단 것을 알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다시 계절이 바뀝니다. 비가 오고 햇볕이 내리쬐고 바람 불고 눈이 올 때 조지프는 나무 옆에 그저 있기만 했습니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마당으로 찾아들었고, 조지프는 행복했습니다.


 조금 시무룩한 표정에 안경을 낀 조지프는 생명 있는 것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나무를 땅에 심을 줄은 알았지만, 꽃이란 것은 꺾이면 죽어 버린다는 것을 몰랐고,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꽃을 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도 몰랐습니다. 어울려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몰랐지요. 하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을 잘못 택하여 여러 번 꽃을 제 손으로 죽이고 마는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어떻게 꽃을 사랑해야 하는지, 생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조지프가 그 방식을 알게 되자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더불어 조지프도 자랐겠지요. 생명과 어울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글.그림 / 찰스 키핑

192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여 신문배급업자인 아버지가 가져다 주는 가판 포스터 뒷면에 그림을 즐겨 그리곤 했습니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그러나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깊은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공으로 일하던 키핑은 2차대전 중이던 열여덟 살 때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에 머리 부상을 입어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완치된 뒤에도 그의 내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46년 전역을 한 뒤 런던에 있는 리젠트 스트릿 폴리테크닉이라는 미술학교에 들어가 낮에는 가스 검침원 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키핑은, 졸업 후 신문 만화 일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후 20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966년 그림책 『검은 돌리』의 출간을 시작으로 평생 22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는데,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빼어난 조형성과 색감, 깊은 주제의식으로 '어린 독자에겐 너무 어렵고 깊은 심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키핑은 『찰리와 샬롯과 황금 카나리아』(1967)와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그린어웨이 메달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8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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