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6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 깊이 읽기

 

1964년 칼데콧 아너북 선정도서
레베카 커딜 글 / 에벌린 네스 그림 / 이상희 옮김

 

내 호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남들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꺼내서 보여 주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호주머니 속의 새까만 비밀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의 호주머니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오후, 제이는 여느 때처럼 소떼를 데리러 목초지로 향합니다. 시선이 닿는 곳은 죄다 언덕으로 막힌 산골의 팔월, 먼지 풀풀 날리는 길에 찍히는 자기 발자국부터 꽃에 앉아 꿀을 빠는 나비까지 온갖 것이 제이의 관심을 끕니다. 덜 익은 히코리 열매가 맨 처음 제이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냇가에서 주운 잿빛 거위 깃털이 세 번째로 들어갑니다. 막 따 낸 하얗고 빨갛고 차가운 콩도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 나무에서 자란 하나는 달콤하고 하나는 새콤한 사과 두 개는 호주머니가 아니라 제이의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목초지에선 제이가 다닐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제이는 학교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소떼를 데리러 집으로 향하지요. 그 길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제이의 손 안에 들어옵니다. 조그만 게 호주머니에도 들어갈 법하지만 제이는 두 손을 모아 귀뚜라미를 가두어 둡니다.


이렇게 제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부지런히 여름 추억들을 마음에 새기고 호주머니에 기념품을 간직합니다. 그 기념품들 중에서 최고는 바로 귀뚜라미지요. 한밤중 어둠 속에서는 '귀뚤귀뚤' 음악을 연주하고 낮에는 폴짝폴짝 뛰며 제이의 놀이 친구가 되어 주는 귀뚜라미, 제이는 귀뚜라미를 살뜰히 보살핍니다. 어머니가 그랬어요. 제이야, 학교 갈 때에는 어쩌려고? 제이는 대답했지요. 방에 두고 가지요.

 

이윽고 학교에 처음 가는 날, 제이는 제 보물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학교버스를 타러 가다가 느닷없이 되돌아와서 그것들을 죄다 내놓고 귀뚜라미를 호주머니 속에 넣습니다. 다른 것들은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면 남들은 새까맣게 모르는 제이만의 비밀이 되지만, 귀뚜라미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이보다 덩치 큰 아이들이 가득한 버스에서 귀뚜라미가 연주를 시작합니다. 귀뚤귀뚤. 아무리 제이가 호주머니를 누르며 귀뚜라미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주어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귀뚜라미 친구와 등교하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낯선 학교에서 혼자 교실을 찾아가 선생님과 처음 만난 제이, 교실에는 제이 또래의 애들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이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혼자 자연을 친구 삼아 놀다가 또래 아이들이 가득한 교실에 들어왔고, 게다가 선생님까지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제이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귀뚜라미가 음악을 연주합니다. 새까맣게 어두운 호주머니 속에서 말이지요. 결국 선생님께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말하지요. 제이야, 귀뚜라미를 내다 놓아라. 제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친구를 어떻게 내다 놓겠어요? 그 마음을 선생님이 아셨지요. 그리고 제이의 친구, 귀뚜라미를 반 친구들에게 소개하라고 해요. '보여 주고 말하기'라는 수업이래요. 이제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는 제이만의 비밀이 아니라, 아이들과 선생님도 아는 제이의 친구가 됩니다. 머지않아 제이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던 팔월의 또 다른 기념품들도 하나씩 밖으로 나오게 될 겁니다. 제이만의 추억이, 비밀이,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나눌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 그것은 나만 아는 새까만 비밀입니다. 나만의 세계이지요. 제이는 그 세계를 벗어나 처음으로 낯선 세계인 학교에 갑니다. 제이에게는 커다란 벽과 같은 그 세계를 활짝 열어 준 것은 다름 아닌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였습니다. 자연에서 만난 그 작은 친구가 난생처음 집을 벗어난 아이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풀어 주고, 새로운 세계인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해 준 것이지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선생님이 조역을 맡아 주신 건 물론이겠지요.

 

글_ 레베카 커딜(1899-1985)
어릴 적부터 이야기 지어 들려주기를 좋아했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쳤고, 브라질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고요. 마흔네 살에 처음 책을 펴냈습니다. 고향인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주로 썼습니다. 작품에는 뉴베리 상을 받은 『자유의 나무』,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어떤 꼬마 양치기』가 있습니다.

 

그림_ 에벌린 네스(1911-1986)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했다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고 시카고 예술 전문학교를 다녔습니다. 1960년에야 처음으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뒤로 어린이책 30여 권에 삽화를 그렸고, 직접 글을 쓴 작품도 많습니다. 『이른 아침의 모든 것』, 『톰 티트 토트』는 칼데콧 아너북에 선정되었고, 『샘, 쿵쾅, 달빛』으로는 칼데콧 메달을 받았습니다. 네스의 그림은 여러 기법 중에서도 목판 기술, 실크스크린 날염법, 잉크 튀기기 등을 뛰어난 솜씨로 보여 줍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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