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5  <파․란․막․대 파․란․상․자> 깊이 읽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 이지원 옮김


아홉 살 생일에 여자아이 클라라는 집안 대대로 여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막대 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막대이지요. 한편, 아홉 살 생일에 남자아이 에릭은 집안 대대로 남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상자 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상자이지요.


이 특별한 선물들은 각기 아무런 단서도 없이 주어집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함께 건네진 낡은 공책 속에, 앞서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사용기가 적혀 있습니다.


클라라의 언니와 엄마와 할머니들, 그리고 에릭의 형과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아홉 살 시절에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막대와 상자를 갖고 놀았습니다. 막대로 애완용 생쥐를 훈련시킨 아이도 있었고, 인형을 만들어 연극놀이를 하던 아이도 있었으며, 눈밭 위에 정확한 원을 그린 아이도, 해시계를 만든 아이도 있었습니다. 상자 안에 거울을 붙여 자기의 내면을 비추어보던 아이도 있었고, 그 안에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까던 아이도 있었으며, 그것으로 수레를 만들어 소중한 것들을 실어 나르던 아이도, 모래시계를 만들어 자기만의 시간을 재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기상천외한 기록들을 읽고 난 클라라와 에릭은 공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기 전에, 나도 이 공책에 멋진 이야기를 적어 놓을 테야!'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 이야기는 여러 겹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생각과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발견의 길을 찾는 실마리는 이 책의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가령, 어떤 이에게는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는 이야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낡은 공책 속의 아이들은 똑같은 막대, 똑같은 상자를 저마다의 새로운 놀잇감으로 만들고야 맙니다. 그 기록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이야기 속 클라라와 에릭처럼 '그런 방법도 있었군!' '이런 절묘한 쓰임새가 있다니!'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나라면 이런 놀이를 할 테야.' '나는 공책 속에 어떤 이야기를 적어 놓을까?'하며 상상하기도 할 테니까요.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사람과 사물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겁니다. 똑같은 아홉 살 아이들이 막대와 상자를 매개로 저마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그것들의 다양한 측면을 읽어내는 다채로운 모습들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나아가 어떤 이에게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대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팻말을 만들었던 이모할머니의 기록을 보고 '이것도 괜찮은 생각인걸.'하며 빙긋 웃는 클라라나, 상자 속에 얼음을 얼려 코끼리 인형의 전용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우리 아빠처럼 심각한 사람이 이런 장난을 치다니......!'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에릭처럼, 이 이야기 속에는 막대와 상자를 통하여 앞선 세대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들과 교감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사례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더욱 주의 깊게 이 책을 들여다본다면, 그 밖에도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이 책은 앞뒤가 없이 똑같은 비중의 이야기를 양방향에서 시작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지, 왜 여자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선물은 막대이고 남자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선물은 상자인지, 왜 그것들은 아홉 살 생일에 선물로 건네지는지, 막대를 가지고 노는 여자아이들의 행동과 상자를 가지고 노는 남자아이들의 행동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막대와 상자가 책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는 점들이 모두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테니까요.


그림 하나하나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자아이 테클라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동그라미들은 무얼 의미하는지, 남자아이 판크라치가 수레를 끌고 떠날 때 꽃이 피어 있던 사과나무에, 돌아올 땐 주렁주렁 열매가 열린 까닭은 무엇인지.......


그러나 그 모든 의미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자 스스로 저마다에게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는 일일 테지요. 그토록 많은 일을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파랗고 예쁜 막대와 상자처럼,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공책을 앞에 두고 '나도 멋진 이야기들을 적어 놓을 테야.'하고 다짐하는 클라라와 에릭처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Iwona Chmielewska
1960년에 태어나 폴란드의 중세 도시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 공부를 하였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직접 글을 쓰고 그리는 그림책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파블로코프스카─야스노젬스카 시화집』으로 바르샤바 국제 책 예술제 '책예술상'을,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이지원 옮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두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 두 사람은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일 수도 있고, 형제자매일 수도, 친한 친구일 수도, 남편과 아내일 수도 있지요. 함께하는 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그러한 두 사람의 다양한 관계와, 그 의미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 멕시코 저작권 수출도서
★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시간의 네 방향>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이지원 옮김
오래된 도시 한가운데 시계탑이 서 있습니다. 여섯 시, 아홉 시, 한 시, 다섯 시, 여덟 시, 열두 시, 시계가 알려 주는 똑같은 시각에 동․서․남․북,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걱정을 하고 어떤 일에 즐거워할까요? 백 년 전, 이백 년 전, 삼백 년 전, 사백 년 전, 서로 다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커다란 금빛 시계를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는 그림책입니다.
★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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