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 <매듭을 묶으며> 깊이 읽기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 테드 랜드 그림 / 김장성 옮김

 

인디언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틈날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자기가 어떻게 자라났는지 얘기해 달라고 졸라 댑니다.

 

'또 얘기해 주세요, 할아버지. 제가 어떤 아이인지.'
'여러 번 했잖니, 아가야. 너도 다 외웠겠다.'
'그래도 할아버지 얘길 듣는 게 좋아요.'
'그럼 잘 들어라. 이번이 마지막이다.'


할아버지는 수십 번도 더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싫은 내색 없이 다시 풀어 놓습니다.

'깜깜한 밤이었지. 범상치 않은 밤이었어…….'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두 눈이 먼 채로 울지도 못할 만큼 허약하게 태어난 한 아이가 어떻게 살아남아,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하늘과 산과 들판과 바람을 느끼며 힘차게 말을 달리는 씩씩한 아이로 자라나게 되었는지를, 나직하나 사랑이 담긴 목소리로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는 늘 할아버지가 곁에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가망이 없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가 세상의 첫 아침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푸른 말의 힘'이라는 굳건한 이름을 지어 주고, 이름처럼 굳세게 자랄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쏟아 주었습니다.


앞 못 보는 아이에게 세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거대한 '어둠의 산'이 아이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어둠의 산을 하나씩 헤쳐 나갔습니다. 그 때마다 아이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준 것은 바로 할아버지의 격려와 사랑이었습니다.


그 절실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들려 줄 때마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하여 수 세기 끈에 매듭을 하나씩 묶어 주었습니다. 그 끈이 매듭으로 가득 차면 그 땐 이야기가 아이의 마음속에 새겨져 아이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 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스스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지요. 매듭이 늘어갈수록 할아버지는 점점 늙어갈 것이므로, 그리하여 마침내는 더 이상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 줄 수도, 곁에 있어 줄 수도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진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수 없어.'
'싫어요, 할아버지. 절 혼자 두고 떠나지 마세요. 제가 할아버지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다가올 이별을, 할아버지의 부재를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히 이렇게 말해 줍니다.


'아가야, 넌 결코 혼자 남지 않아. 내 사랑이 언제나 네 곁에 있을 테니 말이야……. 푸른 말의 힘과 함께…….'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수 세기 끈과 매듭은, 아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해 온 지나간 시간들과, 곳곳에 버티고 선 '어둠의 산'과 마주친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주었던 새로운 힘과 용기의 은유입니다. 아이는 시련과 마주칠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청하고,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매듭을 하나씩 묶음으로써 아이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지요.


저마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나름의 수 세기 끈을 하나씩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어둠의 산'을 만날 때마다 누군가 그 끈에 매듭을 묶어 주었을 테지요. 그 매듭의 힘으로 우리는 어둠의 산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매듭을 묶으며>는 우리에게 어느 인디언 소년과 할아버지의 수 세기 끈과 매듭에 얽힌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의 수 세기 끈은 어떤 것이며 누구와 함께 해 온 것인지, 내게 매듭을 묶어 준 사람은 누구이며 나는 또 누구에게 매듭을 묶어 주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물질의 시대에 이 책을 펴내는 까닭입니다.

 

이 책의 글을 쓴 빌 마틴 주니어는 에릭 칼이 그림을 그린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니?>를 비롯하여 300권이 넘는 어린이책을 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스무 살까지 글을 전혀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합니다. 그 때까지는 모든 책을 선생님이 읽어 주는 것으로 접했다 하니, 귀로 책을 읽은 셈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경험은 오히려 그에게 커다란 자산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문학은 기본적으로 '들려주는 문학'이니까요. 빌 마틴 주니어는 지금까지도 글을 쓸 때, 자신이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나올 때까지 되풀이하여 '말로써 이야기를 쓴다'고 합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느끼는 섬세한 운율과 명징한 이미지는 바로 그러한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http://www.billmartinjr.com/에서 빌 마틴 주니어에 대한 더욱 상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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