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 <잃어버린 것> 깊이 읽기


숀 탠 글․그림 / 엄혜숙 옮김

 

진지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젊은 작가 숀 탠이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화자 '나'가 독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는 형식의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배관과 기계 장치로 가득한 어느 도시에 사는 나는, 어느 날 병뚜껑을 줍다가 기묘하게 생긴 버려진 생명체를 발견합니다. 왠지 가엾어 보이는 '버려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 할 일에 바빠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으나 부모님 또한 발견한 곳에 도로 갖다 놓으라고 말할 뿐 관심을 갖지 않지요. 궁리 끝에 나는 지역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분실물처리 센터'로 그것을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에다 '버려진 것'을 맡기려 할 때, 누군가 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합니다. '정말로 저것을 염려한다면 여기다 두어서는 안 돼요. 여기는 잊혀질 것이나 버릴 물건, 없앨 것 따위를 두는 장소랍니다.' 그러고는 화살표가 그려진 명함 한 장을 건네주지요. 나는 '버려진 것'을 데리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갑니다. 종일 거리를 헤맨 끝에 후미진 골목의 틈새에서 찾아낸 그곳에는 '버려진 것'과 같은 처지의 온갖 것들이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버려진 것'을 그곳에 두고 돌아와 생각합니다. 그곳은 과연 '버려진 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장소인가?' 그러나 그 뒤로 나 또한 점점 '더 중요하고 바쁜' 일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버려진 것'들에 대한 관심이 차츰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책 속에서 '버려진 것'은 로봇 같기도 하고 촉수가 달린 연체동물 같기도, 또는 곤충 같기도 한 매우 기묘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금방 눈에 띌 만한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습이지요. 그러나 바쁜 어른들은 그것에 대해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의 부모님은 '발이 더럽다'느니, '병균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느니 하면서 도로 갖다 놓으라고 명령을 할 뿐이지요. 마치 길 잃은 더러운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처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버려진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누구든 세월의 때가 묻기 전에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이던 것, 놀라워하던 것, 가여워하던 것, 열정을 바치던 것…….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쁘고 중요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차츰 사소하고 귀찮으며 심드렁한 것으로 변해 버린 것, 그래서 어느새 '버려진 것', '잊혀진 것'이 되고, 어느 날 문득 되돌아보면 '잃어버린 것'이 된 바로 그런 것들이지요.

 

어떤 어린이에게 그것은 한동안 열중하여 갖고 놀다가 어느 구석엔가 처박아 둔 채 잊어버린 장난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그것은 빛바랜 우표 책일 수도, 이 책의 면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병뚜껑들일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겐 한때 가슴 설레며 좋아하던 이웃집 소년이나 소녀일 수도 있습니다. 길 잃은 강아지일 수도 있고, 날개 다친 비둘기일 수도 있으며, 그처럼 버림받은 것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일 수도 있고, 그것들에 호기심과 연민을 보이던 순수한 동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과연 우리가 무심히 잃어버리고 살아갈 만큼 사소하고 하찮은 것인가에 대해 이 그림책은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들을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분실물처리 센터'의 회색 콘크리트 속으로 보내지 않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거리의 어둡고 좁은 틈새'에나마 아주 사라져 버리지 않고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거려 주고 있지요. 그리하여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그 질문을 만나고 답을 구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버려진 것'의 정체를 알아내고 '어둡고 좁은 틈새'의 의미를 깨달아 가면서 어린 독자들의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기를, 한편으로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독자들이라면 '잃어버린 것'의 그냥 내쳐 버릴 수만은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환기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이 그림책은 바라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잃어버린 것>의 독자들은 그림책 여기저기서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화가들의 유명한 그림을 패러디한 장면이나 중세 화가 보슈의 작품을 참조한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수많은 화가와 작가, 만화가, 사진가, 영화감독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또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레이몬드 브릭스와 에드워드 고리, 그리고 폴란드의 포스터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요. 한편으로 나는 그들에게서와 똑같이 거리와 구름, 일상의 농담과 그저 그런 시간들, 사람들, 동물들, 캔버스에 흘러내리는 물감, 색깔들이 합쳐지는 현상 등에서도 예술적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그 어떤 것들 속에도 발견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놀라운 것들이니까요.

 


 

숀 탠의 다른 책
<도착 The Arrival> 숀 탠 지음

어두운 그림자에 둘러싸인 도시에 한 가족이 삽니다. 가난과 억눌림이 엿보이는 삶입니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떠나지요. 바다 저편에 있는 낯선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입니다. 긴 항해 끝에 마침내 도착. 낯선 의상과 기이한 동물들, 공중을 떠도는 이상한 물체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인정 많은 이방인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데……. 이 말 없는 그림 문학은 모든 이민과 망명객과 난민들의 이야기이며, 또한 그들 모두에게 바치는 작품입니다.

 

 

★ 2007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 수상 ★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 2008 혼북 특별상 수상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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