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전문 번역가 김정화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봐도 돼?>의 추천글입니다.


발칙한 녀석입니다. 거만한 집오리가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유쾌한 반항, 남의 집 지붕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다 돼지를 골려주고, 새 옷 자랑하는 족제비에게 흙 떡을 날려주고…… 참 만만치가 않아요. 하지만 가만 살펴보면 그런 심술을 부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뻐기기 좋아하는 집오리, 자기 집 지붕이라 유세떠는 돼지, 으스대기 좋아하는 곰, 사실은 여우가 대신 골려줘서 속이 시원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런 여우를 멋지다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어요. 바로 소심한 토끼에요. 자기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척척 저질러 버리니까요. 봐도 되느냐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토끼는 여우가 하는 짓을 지켜봐요. 이렇게 토끼가 여우를 지켜보자 처음에는 귀찮기만 하던 것이 차차 누군가 자기를 봐준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더 신이 나요. 장난도 놀이도 탐험도요. 혼자보다는 친구랑 같이 하면 훨씬 재미있잖아요.

 

사건은 족제비한테 흙 떡을 던진 데서 벌어졌어요. 엄마도 생일도 모르는 여우로서는 생일선물 자랑이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었어요. 사실은 속이 많이 상했을 거예요. 문제는 이 장면을 토끼한테 들켜버렸죠.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만 여우는 자기 마음을 있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외려 더 못되게 굴어 버려요.

 

그 뒤로 토끼는 나타나지 않아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토끼가 봐주지 않자 여우는 놀이도, 장난도, 그림도 모든 게 시큰둥해져 버렸어요. 누가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여곡절 끝에 토끼를 찾았는데 토끼는 여우가 미워져서가 아니라 나무에서 떨어진 새알을 품고 있느라 여우를 만나러 가지 못한 거예요. 토기가 품고 있는 알을 봐도 되느냐고 묻는 끝 장면에서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법을 몰라요. 여우 처럼요. 이유 있는 못된 짓을 하지요. 실은 나를 좀 봐달라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어른들은 나무라기만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어른보다 마음도 넓고 편견도 적어서 그런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가 되고, 서로 지켜봐주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서로 길들어가죠. 여우와 토끼 처럼요.

 

이런 길들임은 살면서 꼭 필요해요. 사랑받은 기억은 사랑해 주는 법을 깨닫게 하니까요. 심술로 밖에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여우가 토끼가 보이지 않자 안절부절, 안달복달하며 찾아다니게 되고, 결국 찾은 토끼에게 품고 있던 알을 같이 봐도 되느냐고 묻잖아요. 외로워서, 사랑이 모자라서, 원하는 게 채워지지 않아서 부리는 심술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어른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면 알아차리고도 모른 척 하거나요. 이 책을 옮긴 저부터 반성해 봅니다. - 김정화(어린이책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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