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이혜선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메이드 인 차이나>의 추천글입니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아이의 장난감을 더는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까만 두 눈이 달린 봉제인형, 알록달록한 덤프트럭, 아이의 장난감은 하나같이 ‘메이드 인 차이나’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한 살 소녀 루 시안은 작고 힘없는 손으로 봉제인형을 만들면서 눈이 짝짝이라도 그 귀여운 봉제인형을 갖고 싶다 했다. 색깔이 예쁜 장난감 덤프트럭을 어린 남동생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거라 했다.

 

이 책은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루 시안은 아빠의 죽음과 가뭄으로 생계마저 이어가지 못 할 상황에 놓인다. 남동생은 아직 어리고, 엄마는 슬픔에 빠져 집안일을 살피지 못 한다. 루 시안은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일을 도우며 어떻게든 희망의 불씨를 지키려 애쓴다. 그러나 인정머리 없는 큰아버지의 강압으로 부잣집의 식모로 팔려가고, 또다시 인형 공장의 미숙련공으로 들어간다. 인형 공장에서 루 시안은 그전에도 가져본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질 일이 없을 봉제인형에 귀를 다느라 날마다 열다섯 시간씩 바느질을 한다. 바늘에 찔려 손가락이 벌게지고, 부족한 잠 때문에 눈이 감겨도 고향으로 돌아가 엄마를 만날 날을 꿈꾸며 힘겨운 공장 생활을 버틴다. 그러나 악덕 사장의 탄압과 착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처음에는 일을 배우는 기간이라며 급료를 주지 않고, 기숙사에서 베개를 망가뜨렸다며 급료를 깎고, 주문이 많다며 한 주에 하루 쉬던 휴일을 빼앗고, 기어이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하고 온종일 뛰어다녀야 하는 일자리로 쫓아버린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루 시안의 암울한 상황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아동 노동’이라고 쳐보면 관련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 오래 전에  ‘*** 기차 장난감’과 ‘**인형’, ‘*** 축구공과 운동화’가 미성년자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고, 우리나라 대기업도 아동 노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기사도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럼에도 신문 기사만으로는 아동 노동의 실태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먼 나라에서 생긴 하나의 사건으로만 스쳐 지나갔다.

 

문학 작품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루 시안은 먼 나라에 사는 한 아이가 아니다. 지난날의 내 이웃이고 내 어머니였으며, 미래의 내 딸이다. 이제 루 시안의 고통과 슬픔을 이대로 덮어둘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아동 노동을 막고, 극심한 빈곤을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물질만 좇는 탐욕과 이기심에 물들지 않기 위해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이 책은 결국, 루 시안에게 희망의 빛을 찾아줄 책임이 있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하리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끔찍한 절망에 빠진 어린 주인공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넘어서려 애쓰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하리라. - 이혜선(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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