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다락방 명탐정>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재미있는 판타지 추리동화다. 탐정 흉내내길 좋아하는 초등학생 건이가 다락방에 차린 허름한 탐정 사무소, 첫 번째 의뢰인은 다름 아닌 도깨비! '아이들이 도깨비와 친해지게 만들자'라는 애초의 취지에 맞게,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 도깨비의 습성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남다르다. 본격 탐정물을 표방하는 만큼, 사건의 실마리를 추리해나가는 묘미 또한 일품이다.

 

전직 신문기자이면서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두 아들을 둔 엄마이자, 이제 막 데뷔한 새내기 동화작가. 성완 작가가 문단에 첫 발을 내딛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이 판타지와 추리물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들려주었다. 때로는 심술궂기도 하지만 사람을 잘 믿어서 속기도 잘하고, 어리버리하면서도 참 착해서 좋다는 도깨비 이야기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기획 : 비룡소 /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 / 2013-02-26)

 

 

 

축하드립니다. 비룡소 문학상 공모전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된 소감이 어떠세요? 

 

어린이 문학을 접한 세월이 길지 않아서 크게 기대는 못하고 응모를 했었어요.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쁩니다. 기쁘고, 감사하죠. 운이 좋은 것도 있었던 것 같고요. 문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세월은 또 길었는데 그 고집스러움하고 운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 문학을 접한 세월이 길지 않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동화를 쓰기 시작하셨는지요?

 

글을 계속 쓰고 싶었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글을 썼어요. 그러다 기자가 됐고 일이 재미는 있는데 내 세계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좋았지만 약간 허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제가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어요. 그만둘거면 해보고 싶은 글을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이 있었구요. 그러던 중에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동화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많이 컸어요. 이제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고 그래요.

 

<다락방 명탐정>을 읽을 나이는 지났네요.

 

5학년 아들이 책하고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데(웃음) 읽기에 괜찮았던 것 같아요. 고학년이라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아이들한테는 좀 쉬운 책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도깨비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작품의 출발점이었나요? 아니면 추리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시고 주인공을 찾다가 도깨비를 선택하셨던 건지요?

 

재작년에 처음 동화 글공부를 시작했어요. 한겨레 아동문학작가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고, 거기서 같은 기수끼리 스터디그룹을 짰는데요. 제 글에 대해서 '취지는 좋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그런 평이 있었죠. 합평을 하고 돌아오던 어느 날 재미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봤어요. 오기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동안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걸 좀 내려놓고 나도 재미있는 걸 써보자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좀 봤어요. 우리 아들들은 딱 평균치거든요. 한 아이는 게임을 아주 좋아하고, 다른 아이는 운동을 아주 좋아하고. 걔네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나 봤더니 읽는 책 중에 외국 판타지와 외국 추리가 많더라고요. 그러면 그 두개를 섞지 뭐, 이런 생각을 했고요. 판타지 추리를 하는데, 우리 아들들 같은 경우 너무 외국 동화에 치우쳐 있으니까 우리 정서를 담은 작품을 해보자는 식으로 시작을 하게 된 거죠.

 

<다락방 명탐정>을 쓰시기 전에 도깨비 공부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많이 찾아서 보는 편인데요. 이분은 어쩌면 그렇게 박학다식할까 했던 대문호님께서 예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도 모든 걸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는 게 아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분야에 대해서 그때그때 공부를 하고 또 다 까먹는다' 그말에 위로를 받으면서 저도 그렇게 연명하는...(웃음)

 

우리 관념 속에 있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도깨비는 뿔이 달리고 도깨비 팬티 같은 것도 한장 입고 있는 그런 모습인데요. 알아보다 보니까 그런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더라구요. '오니'라고 하는 일본 도깨비의 영향을요. 우리나라 도깨비 중에는 뿔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고 해요.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겁도 났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도깨비하고 많이 달라서 '그게 어떻게 도깨비냐, 이름만 도깨비다'라는 욕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아이들이 그냥 도깨비를 박물관에 있는 도깨비로 느끼지 않고 우리 옆에 있는 도깨비로 느끼게 하되, 우리나라 도깨비들이 갖고 있는 품성이나 정서는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전통 도깨비들이 갖고 있는 품성, 사람을 잘 믿어서 속기도 하고 어리버리하기도 한데 참 착한 그런 도깨비들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으면 스토리가 약간 변형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도깨비가 아이들하고 친해지는 게 이 이야기를 만드는 취지와 더 부합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죠.

 

<다락방 명탐정>에서처럼 구미호가 정말 도깨비를 무서워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도깨비가 구미호의 천적이라는 게 유명한 사실인지 작가님의 설정인지 궁금합니다.  

 

그건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예요. 메밀묵을 비롯해서 음식을 좋아하는 건 전해져온 이야기고요. 제가 도깨비의 습성을 약간 변형을 하는 건 오히려 도깨비들 이야기를 계승하는 것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도깨비랑 구미호는 원래 전혀 다른 두 이야기에 각각 나오지만, 우리나라 판타지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걔네들이 서로 교류할 수도 있는 것이고...(웃음)

 

그러고보니 흥부네 박을 주먹코 도깨비가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도 말씀하신 맥락과 닿아 있습니다.

 

옛날에는 도깨비 이야기를 할머니가 들려주시면 호랑이가 정말 산에서 내려올까봐 불안하고 그랬잖아요. 그시절에는 판타지 얘기에 묘미가 있고 재미가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게 어느 정도 유지되기도 했겠지만 어느 순간 단절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지금 우리집으로 올까봐 겁나고 혹은 우리집으로 올까봐 기다려지고... 그런 것은 외국 캐릭터들에 많이 밀린 것 아닌가 싶어요. 제 아들들도 요정하고, 몬스터 이런 것들하고 더 친하거든요. 우리 도깨비도 우리 아이들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도깨비들이 가진 여러 특징 중에서 작가님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점을 하나만 꼽아주세요.

 

도깨비도 그렇고 구미호도 그렇고 우리나라 캐릭터들은 참 착해요. 본성이 사악하지 않은 게 가장 좋은 점 같아요. 성격이 좀 심술궂다거나 심통도 부리고 화도 부리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참 착한 것 같아요. 서양 캐릭터가 더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악구도가 분명하고 악의 캐릭터가 너무 선명한 그런 것보다 우리나라 캐릭터들의 선함이 저는 좋더라구요.

 

<다락방 명탐정>에 나오는 주먹코, 꺽다리, 외눈이, 번개버리.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도깨비들 중에서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네 도깨비 캐릭터가 가진 모습의 한 부분씩은 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거든요. 소심한 것도 내 안에 있고, 아들 둘을 키우다보면 버럭버럭 화를 내기도 하는 것, 머리가 나쁜 것은 주먹코를 닮은 것 같고요(웃음). 제 안에 있는 것들을 쪼개서 만든 느낌이기 때문에 이 도깨비들이 다 아이들하고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건이가 탐정 사무소를 차리자마자 첫 의뢰인인 도깨비가 사는 마을로 가게 되는데요. 주인공이 도깨비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게 예상 밖이었어요.

 

도깨비를 만났을 때 무서워할까 반가워할까 고민했을 때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반가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경계심이 적으니까. 구미호를 두려워했던 건 구미호가 자기를 헤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요.

 

'번쩍따리~ 반짝따리~ 따리따리 쨍쨍~!' '보글퐁~ 쿨럭퐁~ 들락날락 걀걀~!'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흔들면서 외우는 주문이 재밌습니다.

 

주문을 외웠을 때 그 주문의 효과와 관계 있는, 연상될 수 있는 단어를 쓰되 아이들이 입으로 소리내서 읽었을 때 입에 붙는 말이었으면 좋겠다하고 주문을 만들었습니다.

 

도깨비 일행이 거적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던 중에, 도깨비방망이에서 뚝딱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장면이 있잖아요. 도깨비가 초코 아이크림을 만들어준다는 게 부럽기도 하면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작품 속 어떤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드셨나요?

 

아이들을 신나게 해주고 마음을 열어주고 해방감을 준다는 점에서 방금 꼽으신 그 장면을 들 수 있겠고요. 가장 고민했던 건 범인에 대한 해결 방안이었어요. 범인을 곧바로 용서를 할 것이냐 벌을 줄 것이냐 고민하는 대목에서 아이들이 한번 되새김질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해방감을 주고 저도 날 수 있었던 건 그 거적을 타고 날아가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말에 가서는 모든 고민이 말끔하게 해결된 덕분에 산뜻한 기분으로 독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까지, 장편동화 한 편을 쓰기까지 가장 큰 동력이 되어준 것이 있다면요?

 

제가 재미있었던 것 같았어요. 아이들한테 어떤 단서를 남겨줄까? 예전에 습작을 할 때는 뭔가 유익한 걸 해보자 하는 무게감에 눌려 있었다면 <다락방 명탐정>은 제가 추리하는 재미를 느끼고 만들면서 썼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추리와 판타지가 유난히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추리는 그림이 딱딱 맞춰지는 퍼즐 같은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특성 중의 하나가 참여인 것 같거든요. 생각에 참여하든가 공감대로 참여를 하던가 자기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을 때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추리물에서 자기도 같이 범인을 생각해보고 그런 재미가 아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이거야 하고 알려주는 것하고는 다르죠.

 

판타지는 그냥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자아이 여자아이 장르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현실과 판타지를 정말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어른들은 재는 게 많아지잖아요, 현실감도 생기는데 아이들은 판타지 세계로 들어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요. 현실에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는데 그것을 외부로, 무한대로 확장시켜줄 수 있는 장르가 바로 판타지인 거죠.

 

"'글을 제법 쓰네.'라는 칭찬 한 마디에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작가 소개글에 씌어 있습니다. 칭찬을 해주셨던 분이 누구셨는지, 어떤 글로 칭찬 받았었는지 기억나세요?

 

제가 되게 평범한 아이였어요. 잘하는 건 없고. 어느날 학교에서 '어머니'를 주제로 글짓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너 이거 갖고 가서 어머니한테 읽어드려라 그러셔서 집에 가지고 갔죠. 장면도 생생해요. 어머니 앞에서 제가 또박또박 읽었죠. 그랬더니 어머니가 '어? 제법 쓰네?' 그러셨어요. 어머니가 글을 좀 쓰셨거든요. 소싯적에 시를 쓰셨어요. 어머니한테 착하다는 것 말고 재능을 칭찬 받은 건 그게 처음이었어요. 제 작가 소개글에 이 얘기가 들어갔으면 했던 게요, 아이들은 그런 작은 자기 재능에 대한 칭찬 그 아무것도 아닌 걸 평생 가슴에 간직하기고 하고 그것 때문에 자기 투자를 해보기도 하고 노력도 해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우리 어머니는 기억도 못하시겠지만 내가 어머니한테 재능으로 칭찬을 받았네하는 그런 게 있었죠.

 

앞으로도 동화를 계속 써나가고 싶으세요, 아니면 다른 분야의 글을 써보실 계획도 있으세요?

 

젊었을 때는 성인 문학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 자기에게 맞는 그릇이 있고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제가 범했던 우가 있는데 제가 좋아했던 작가를 따라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나도 저렇게 썼으면 좋겠다라는. 내 색깔을 찾기보다는 당시에 주목받거나 아니면 제가 읽고 감동 받았던 책의 작가를 그냥 동경하고요. 어떻게 보면 <다락방 명탐정>의 주제는 제가 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내 재주를 보기보다는 남의 재주만 너무 동경하는 것이라는 주제요. 아동부터 청소년, 또 그림책. 이 안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커 가야 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요. 저도 배우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민하면서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쓰고 싶습니다.

 

예비 동화작가분들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이제 막 동화작가로 데뷔를 하셨는데 작가님이 앞서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해 들려주신다면, 습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글벗이 있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어떤 그룹이건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건 배울 수 있는 학교나 기관이건 글을 쓸 때는 자극이 필요한 것 같거든요. 안 쓴다고 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추궁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면 끝없이 안 쓰게 될 수도 있는데요. 서로 자극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랑 좋은 말만 해주는 게 아니라 나쁜 말도 듣는다면 서로 도움이 되겠죠. 저 같은 경우도 니 글 재미없다는 그 말 한마디에 오기가 생겨서 해봤던 것처럼, 같이 가는 글벗이 있는 것이 그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고요. 당대에 히트치는 작품도 중요하겠지만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물론 저도 존경하지만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색깔을 찾아가는 게 저한테도 숙제이고요. 자기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기 색깔을 자기가 정확히 모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자기가 해보고 싶은 걸 이렇게 저렇게 여러가지로 해보다 보면 다른 누군가가 내 색깔을 발견해줄 수도 있고, 내가 내 색깔을 찾을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작가님 자신은 어떤 사람, 어떤 색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다락방 명탐정>이 비룡소 문학상에 당선 되고 나서 저도 저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저한테 굉장히 아이같은 면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제가 성장하면서 여러가지 굴곡이 있었을텐데, 그 굴곡에서 나는 심각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인생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는 그런 어떤 강박이요. 그런 색깔을 가지고 살아온 세월이 길었어요. 굉장히 무겁게 세상을 바라보고 무겁게 세상을 진단하고. 물론 그런 것들의 가치를 모르겠다는 건 아니고요. 두 가지를 새롭게 깨달은 것 같아요. 나보다 훨씬 더 무겁게 풀어낼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그것 하나랑 저의 성향 안에도 굉장히 밝고 유쾌할 수 있는 면이 있다는 거. 어떤 면에서는 동화를 쓰게 된 데 감사한 게 제 본성에 있었던 걸 다시 깨우쳐준 게 동화였던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단정지을 수 없는 것 같아요.

 

2013년에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여쭤볼게요.

 

아까 착하다는 칭찬 외에 다른 칭찬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근데 그게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하면서 살아온 세월이었어요. 신문사를 그만둘 때 제가 울었거든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참 재미있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는데 그걸 육아 때문에 그만두게 됐으니까요. 다시 꿈을 가질 때 제 마음은 이제 남은 건 착한 컴플렉스에서 좀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자라는 것이었어요. 동화를 쓰는 건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내가 행복한 글쓰기를 하고 내가 행복한 글쓰기를 할 때 애들도 같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우리 책 중에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에피소드 같이 끝나는 이야기들 말고, 해프닝이나 이런 게 아니라 '그래서?'라고 물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그 뒤가 자꾸 궁금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요. 단기적으로는 시리즈를 작업해보고 싶고요. 외국 판타지랑 다르게 악역이 없는 판타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다락방 명탐정>에서는 어떻게 하다 보니 구미호가 악역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요. 시리즈를 통해 구미호를 해명할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기도 해요.

 

끝으로 <다락방 명탐정>의 어린이 독자를 비롯해 새학기를 맞는 아이들에게 인사 부탁 드립니다.

 

저도 아들이 둘이고, 아들이 방학을 할 때의 표정과 개학을 앞뒀을 때의 표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고 있는데요. 새학기에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빈 말인지 알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말만 던지는게 참 미안하고 조심스러워요. 지금 아이들은 여건이 많이 달라져서 우리 어렸을 때처럼 놀 수 있는 상황이 별로 없고 어깨가 많이 무겁다는 것을 알지만 틈새틈새 찾아보면 여전히 참 잘 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책에서 놀았으면 좋겠어요. 놀이를 통해서 성장도 하겠지만 놀이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하고 배울 수 있으면 더 좋겠고요.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안에서 잘 놀기도 하면서 공부만이 아니라 자기의 길, 자기의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다락방 명탐정>을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각자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새학기를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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