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역사에서 희망을 보고 싶답니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종종 슬픔이 밀려옵니다. 내가 보기엔 역사책에는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더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전쟁입니다.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 것일까요?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켜 상대방을 모조리 없애려 드는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답니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핑계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욕심과 교만과 미련함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할 겁니다.
히틀러라는 어리석은 독재자가 통치하던 시절,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습니다. 이 전쟁으로 수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몹시 증오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가스실에서 죽이거나 총으로 쏘아 죽였지요.
『숨어 산 아이』는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194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독일은 자기들 말을 잘 듣는 프랑스 사람들을 뽑아 꼭두각시 정권을 세웠는데, 이들의 경찰이 유대인들을 체포하여 강제수용소로 보낸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소녀 두니아는 용감한 이웃들의 도움으로 숨어 살게 되지만, 두니아의 부모님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두니아는 엄마와 만나게 되지만, 아빠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지요.
그 뒤로도 몇십 년이 지나도록 두니아는 아빠를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할머니가 되어 이 이야기를 손녀딸인 엘자에게 들려주게 되지요. 몹시 슬프고 가슴 조이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프랑스 판 『안네의 일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안네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숨어 살다가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강제수용소에서 삶을 마치게 되지요. 그에 비하면 두니아 할머니는 아주 불행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목숨 걸고 자기를 지켜준 용감한 이웃들이 있었고, 지금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랑스러운 손녀딸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의 역사에는 어둠과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도 있어. 평범하지만 사랑과 평화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이런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거야.’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시대 배경을 간결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한 이 ‘그래픽노블(만화소설)’을 읽으면서 여러분도 잠시 나와 같은 마음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고정욱(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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