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국어 대안 교과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교과서 때문에 고민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삶은 날것으로 저렇게 살아있는데, 교과서는 그런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교과서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아이들을 줄 세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바꾸어 가르치는 것으로 어떻게든 수업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말 우리글>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교과서를 만들어보려고 전국에 흩어진 수많은 선생님들이 10년 동안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책이었습니다. 하나의 낱말을 읽고 쓰면서 그 속에 노래, 놀이, 이야기가 어우러지게 한 것도 좋았고, 우리말의 속살에 깊이 들어가 보려는 마음도 읽혔습니다.
3월 첫날부터 <우리말 우리글>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마침 3월 한 달 동안은 아이들과 만나는 특별한 교재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습니다. 매일매일 한 낱말씩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말의 재미에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이 책을 집에 꽂아두었더니 유치원 다니던 아이가 혼자서 공부를 하고, 한글을 깨쳤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공부란 무엇보다 제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깃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인데, <우리말 우리글>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우리말 우리글>로 몇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남한산초등학교의 갈 길을 밝히는 교육과정을 쓸 때도 <우리말 우리글>은 제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번에 <우리말 우리글>이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아이들과 활동하는 사진도 추가되었고, 아이들이 혼자서도 쓸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놓은 부분도 보였습니다. 책을 펴보는 순간 훌륭한 그림 작가들이 더 많이 참여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이 책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처음 만들 때의 뜻을 내려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보인 점이었습니다.
1학년에 이어 2학년, 3학년 <우리말 우리글>도 이어서 나온다고 합니다. 6학년까지 책이 다 나오고 나면 우리 교육도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는 착한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을 선택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그 길을 열어 가면 좋겠습니다.
_김영주(동화 작가, 남한산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