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전35권 세트 별책부록(독후활동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자료 제공 : 창비)
미니인터뷰 1
<몽실 언니>(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13)를 쓴 권정생 선생님은 언제, 어떤 계기로 동화를 쓰게 되었는지 들어 볼까요?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가 청소부를 했어요. 아버지는 일을 다니면서 헌책 같은 걸 가지고 와서 추녀 밑에다가 쌓아 놓으셨어요. 온전한 것이 없어서 이솝우화라든가 그림동화라든가 중국의 <삼국지>라든가 이런 거는 거기 나오는 그림만 봤지요.
나중에 교회에서 인형극을 했어요. 내가 인형도 만들고 옷도 만들고 연극 대본도 쓰고 무대장치까지 만들어서요. 어릴 때 봤던 이야기를 내가 꾸며서도 하고, 방정환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우리 옛날이야기 같은 걸 했어요. 어른들도 그걸 보면서 웃고 울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아이들한테 동화도 들려주다 보니까 동화를 쓰게 됐지요. (「창비어린이」2005년 겨울호)
미니인터뷰 2
<해를 삼킨 아이들>(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14)을 쓴 김기정 선생님은 열 명의 주인공 중 어떤 캐릭터에 가장 마음이 가는지,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 볼까요?
작가들은 자기가 만든 캐릭터들을 편애하지 않잖아요(웃음). 김환영 선생님이 표지에 뱅덕이를 그려 주셨는데 그게 아주 탁월한 것 같더라고요. 사실 그 앞의 아이들은 역사적이거나 신화적, 전설적인 아이들인데 뱅덕이는 지금, 현실의 아이거든요. 백 년 이야기의 중심에 뱅덕이를 놓고 썼는데 김환영 선생님께서 그걸 잘 표현해 주셨어요.
역사는 '기록의 역사'인데 그것은 '승자의 역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는 기록된 역사를 작가의 눈으로 한번 다르게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역사를 어른이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는 식으로, 구술의 역사로 써 보면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해를 삼킨 아이들>이 역사동화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건 역사동화가 아니에요. 그냥 이야기일 뿐이지요.
글을 쓰면서는 그 시대적 배경에서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을 똑같이 느껴야 하니까 너무 화가 나서 욕도 많이 나왔어요.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다음에는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어요.
미니인터뷰 3
「엄마 몰래 탈출하기」(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3권 수록작)를 쓴 김종렬 선생님은 어렸을 때 실제로 게임을 좋아했을까요? 게임을 소재로 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들어 볼까요?
저는 검퓨터 게임을 좋아해요. 사실 제가 지금 초등학생이라면 앞으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할 거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하고 학원 문을 두드리기도 하지만, 게임 속에 푹 빠져 있는 애들도 있거든요. 해킹이나 게임을 엄청 잘하는 애들도 많아요. 저도 게임을 좋아해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것에 푹 빠졌었거든요. 게임을 하다 보면 실력 면에서 아이를 못 따라가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수룩하지만 거기에 더 몰입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독 상태까지 가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이 분명히 있는데, 어른들이 '내 아이는 아니겠지.' '내 말은 잘 들을 거야.' 이런 식의 착오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그런 현상들을 강하게 드러내 보이고 싶었어요. (「창비어린이」 2006년 가을호)
미니인터뷰 4
<지도에 없는 마을>(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32)를 쓴 최양선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 작품의 첫머리를 쓰게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들어 볼까요?
<지도에 없는 마을>을 쓸 때 맨 처음에는 물에 잠겨 사라진 도시에 대해서 생각을 했어요. 옛날에 서울의 잠실 지역은 그냥 물이었대요. 개간을 해서 오늘의 모습이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중독되어 있는 게 많잖아요. 예를 들면 쇼핑 같은 거요. 일종의 마음의 병처럼 생각이 되는데요.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사물로 마음을 채우려고 하는데 결국 그렇게 채울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아이들도 굉장히 명품에 대해서 많이 알고 또 좋아하더라고요. 명품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그것의 가치가 아닌 소비에만 너무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명품으로 자기 자신을 채우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 아닌가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모여서 이걸 아이들한테 들려줄 이야기로 쓰고 싶었지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인터뷰) 인터뷰 전문 보기▶
미니인터뷰 5
<우리 동네 전설은>(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34)을 쓴 한윤섭 선생님은 어떻게 동화를 쓰게 되었을까요?
아이가 생겼을 때, 그때는 희곡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요. 남들을 위해서만 쓰는 게 아니라, 나랑 제일 가까운 내 아이를 위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지금 책으로 내는 동화들과는 조금 다르게 짧은 이야기들을 많이 썼어요. 농담처럼 "내가 우리 아이한테 백 권을 만들어 줘야겠어." 하고 말하기도 했어요.
연극 연습이 끝나고 배우들이 다 가고 나면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짧은 이야기를 썼고,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붙여 가지고 집으로 들고 갔어요. 한 달에 한 서너 권씩 만들어서 읽어 주고 그랬어요. 아이가 좋아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편동화도 쓰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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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6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27)을 쓴 유은실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을까요?
저는 글을 써야겠다 생각을 한 뒤 단편동화, 단편소설 공모에 계속 응모했어요. 육 년 동안 수십 번을 떨어졌어요. 제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열심히 산 시간인 것 같아요. 열심히 했는데... 도저히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접으려고 했어요. 너무 많이 떨어지니까. 그런데 끝내기 전에 내 문학의 시작에 대해서 써 보자, 그래서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써 가지고 응모를 했던 거죠. '말괄량이 삐삐'가 내 어린 날 문학의 시작이었고, 스물여섯에 완역본으로 다시 만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내가 동화에서 발을 못 빼게 한 커다란 매력이었으니까요.
습작을 오래 하다 보면 제가 보낸 원고가 파지가 돼서 쓰레기장으로 가거나 어딘가에서 이면지로 쓰이는 그런 상상도 하고,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기분, 그런 기분도 들거든요. 제가 원고를 보내면 누군가가 읽어 준다는 것, 그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고 책이 된다는 것, 그게 그렇게 감사해요. (「창비어린이」 2006년 가을호)
미니인터뷰 7
<나의 달타냥>(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16)을 쓴 김리리 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을까요? 동화작가가 되어 책을 쓰면서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들어 볼까요?
제가 삼 학년 때 우연히 아이들과 싸우게 됐는데, "공부도 못하는 게..." 이러는 거예요.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고, 사실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도 몰랐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아이들한테 무시를 당할 수도 있다는 충격에 학교를 안 갔어요. 잠도 못 자고 며칠을 끙끙 앓다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공부하는 방법을 하나도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주워들은 얘기가, 책을 많이 읽으면 된대요. 그래서 집에 있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어요. 엄청 열심히 읽었고 좋아하게 됐어요. 그 다음에 성적도 올라가더라고요.(웃음)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해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뭔가 작품을 쓴다기 보다는 아이들한테 친구가 되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나는 너희들하고 친구야. 너희들과 똑같아. 나도 그랬어.'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창비어린이」 2006년 가을호)
미니인터뷰 8
「살꽃 이야기」 (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9권, 단편집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 수록작)를 쓴 이현주 선생님은 동화책이 많지 않던 시절에 어떤 계기로 동화를 쓰게 되었는지 들어 볼까요?
신학교에 다니다가 휴학했을 때 처음 동화를 썼어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막노동을 하면서 틈날 때 책을 읽었는데 그게 거의 처음으로 문학작품을 읽은 거였어요. 이상이 좋아서 시를 외우다시피 했어요. 일 년 동안 문학작품을 읽다 보니까 '이런 게 소설인가? 그럼 나도 한번 써 볼까?'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신춘문예 광고를 보고 소설을 써서 응모했죠. 그러고 나서 어느 날 새벽에 문득 글을 한 편 쓰게 됐어요. 나중에 읽어 보니 이것은 동화가 되겠다 싶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도 응모했지요. 소설은 예심에서 떨어졌는데 동화는 당선되었어요. 사실 저도 동화인 줄 모르고 썼어요. 그냥 잠을 자다가 부슬비 내리는 소리에 깼는데 '비가 옵니다. 까치집에 비가 새지 않는지.'라는 이상의 수필 중 한 문장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밤비」를 쓰게 되었어요. 까치집에 비가 새는 이야기였죠. (「창비어린이」2012년 겨울호)
미니인터뷰 9
<샘마을 몽당깨비>(창비아동문고 대표동화 35)를 쓴 황선미 선생님에게 어떻게 도깨비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 독자가 이 이야기를 읽고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는지 들어 볼까요?
어느 날 한병호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당신이 도깨비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데 혹시 저도 도깨비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하고 잊고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이 나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도깨비라는 존재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 온 존재라고 생각했죠. 궁금해서 공부하다 보니 많은 자료 속에서 그냥 얘기가 생겨났다고 할까요?
저는 죽음이 삶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이걸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잘못 받아들여질 경우 죽음을 쉽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위험하기도 해요.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편하게 쉴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샘마을 몽당깨비>를 통해서 이런 죽음도 있구나,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창비어린이」 201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