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배방초등학교 교사, 그림책 연구가 최은희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난 책 읽기가 정말 싫어!>의 추천글입니다

 

진정한 책읽기에 대해 묻고, 깨닫게 하는 낮은 목소리

 

책 읽기를 정~말 안하는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난 책 읽기가 정말 싫어!>를 읽으며 우리 집 아들들이 떠올랐다. 두 녀석 모두 '책을 돌 보듯이' 한다. 고등학생 녀석은 줄곧 영화만 찾아보고, 중학생인 녀석은 밤에 앓는 소리를 낼 정도로 뛰어논다. 당연히 고즈넉이 앉아 책 볼 시간이 없다. 학교 공부를 하느라, 학원을 다니느라 바빠 못 읽든, 놀이에 빠져 안 보는 거든, 어쨌든 요즘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아니 어쩌면 책 읽는 것이 다른 것을 제치고 달려들 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나는 책 읽기가 정말 싫어!>를 읽을 거라는 기대는, 책을 읽어야 좀 더 풍요로운 마음밭을 가꿀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진 어른들의 헛된 꿈일 뿐이다.

 

책 읽기에 대해 들려주는 글쓴이의 진솔한 경험은 어린 독자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듣는 대상은 어른 독자이다. 따져보면 이 책은 어른 독자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권장도서와 필독도서 목록을 나눠주는 선생들은 과연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을까? 아픈 되새김이지만 아이들에게 나눠준 도서 목록에 나오는 책을 다 읽어본 선생은 몇 명이나 될까? 또 책읽기에 대해 선생들이 가진 생각을 가치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아프게 묻는다. 결국 이 책의 진정한 독자는 끊임없이 책읽기를 강조하는 어른 독자이며 그들을 향해 던지는 아픈 질문이다.

 

책읽기는 놀이이기 때문에 '해도 되는' 것일 뿐
글쓴이의 시각은 책읽기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왜일까? 우선 책읽기를 지나치게 엄숙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다. 책 읽기를 신 나는 놀이 가운데 하나이며, 꼭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도 되는' 선택의 책 읽기가 가진 좋은 점을 교실에서 만나는 한 명 한 명을 꾸준히 관찰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넌지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 묻게 한다. 또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선생이 읽어주면서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내면 저 밑에 있는 호기심을 건드린다. 읽고 싶어 안달이 나게 살짝살짝 당근을 물려준다.

 

그 당근 가운데 하나가 '책 읽기를 금지'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독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극도의 결핍이 주는 간절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이 왜 이런 극단의 방법을 선택했는지도 이해가 간다. 어쨌든 선생님 반 아이들에게 이 방법은 효과를 거둔 듯하다. 책읽기를 놀이로 여기는 선생님이 '놀이'를 금지하니 아이들은 '책읽기 놀이'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던 거다.

 

선생님은 '책 읽기를 금지'했지만,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 주었다. 끊임없이 놀이에 대한 간절함을 자극한 것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책읽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 몸을 움직여 배우는 것이라 말한다. '책읽기를 하면 이런 점이 좋다,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책읽기 지도에 성공했다'는 요란한 성공담과는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이며, 이 책이 주는 울림이며 매력이다.

 

아, 이 책 읽고 싶어지네
<난 책 읽기가 정말 싫어!>의 또 다른 매력은 책에 얽힌 글쓴이의 경험과 아이들의 삶을 들려주는 데 있다. 책을 읽으며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에 대해 말하면서 예를 든 <나의 린드그렌선생님>,<빨강머리 앤>, <하이디>,<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모모>, <끝없는 이야기>, <주문이 많은 요리점>,<나의 산에서>, <선생님 팔기 대작전>과 같은 책은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이처럼 글쓴이는 절대 목소리 높여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과 얽힌 진솔한 경험을 날실과 씨실로 직조하면서 책읽기가 주는 효과와 참된 목적이 무엇인지 독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눈을, 사람과 자연에 대한 자세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난 책 읽기가 정말 싫어!>는 이해하기 쉬운 글이지만, 결코 쉬운 글이 아니다. 책 읽기조차 경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왜곡된 독서교육의 현실에 따끔한 반성을 요구하는 책이다. 더 많은 책을 읽어 머리에 채워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책읽기가 아닌 삶에서, 세상 속에서 실천해야 함을 조용하게 일깨워주는 책이다. 진정한 책읽기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 묻고 깨닫게 만드는 귀한 책이다. - 최은희(충남 아산 배방초등학교 교사, 그림책 연구가)
 

 

전문가가 선택한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