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성 여자 중학교 영어 교사 김의현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셰익스피어 이야기>의 추천글입니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시나요?
영문학을 공부하며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그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안티'라고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요.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읽기 쉬운 편은 아닙니다. 분량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옛 영어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어렵다고 느낄망정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400여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작가인 셈입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하나같이 셰익스피어를 좋아할까요? 모두가 그의 희곡을 책으로 읽거나 무대로 접하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누군가로부터 건너 듣는 것만으로도 선명하게 기억날 만큼 그의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진짜로' 셰익스피어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한 번 안다고 생각하면, '다시' 알기 위해 노력을 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이쯤에서 다시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진짜'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진짜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기왕이면 4대 비극, 5대 희극뿐만이 아닌 다른 작품들을 두루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셰익스피어를 만나게끔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바로 <셰익스피어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수필가 찰스 램과 메리 램 남매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20편을 소설로 각색한 <셰익스피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나침반입니다. 셰익스피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랑, 질투, 미움, 원망 등의 감정을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야기 속에 담아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일단 한 번 접하면 만사 제쳐 두고 끝을 보게 됩니다. 그만큼 줄거리가 흥미진진합니다. 또 결말이 편안합니다. 작품 대부분이 나쁜 이가 벌을 받고, 착한 이가 행복해지는 권선징악적 결말이라, 접하고 나서 삶의 부조리함에 몸을 뒤틀 일이 별로 없습니다. 맛깔나며 깊이 있는 대사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하지만 인물들이 어른인 점, 지문이나 대사에 사용된 어휘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쉽지 않다는 점, 분량이 길다는 점 때문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램 남매는 이 점을 고려하여 셰익스피어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친절한 길잡이를 자처했습니다. 우선 남매는 누구나 셰익스피어를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두세 시간 공연 분량의 희곡을 열다섯 장 안팎의 소설로 압축했습니다. 희곡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한 거지요. 또 상황이나 사건을 묘사하거나 대화문을 쓸 때 쉬운 말로 쓰되 셰익스피어의 원래 표현을 되도록 살려 셰익스피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잘 알려진 작품 이외의 작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엮었습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심벌린」, 「착각 희극」, 「아테네의 타이몬」 같은 작품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덕분에 20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각 작품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 끝나고, 얼마 후면 봄 방학입니다. 새 학기에 앞서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읽어 보면 어떨지요? 고전으로서의 셰익스피어뿐 아니라 문학에서 삶을, 삶에서 문학을 찾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위대한 작가로부터 배운 태도로 희망차고 즐거운 새 학기를 준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김의현(서울 덕성 여자 중학교 영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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